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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산

북알프스 1

by 남상태 2023. 5. 25.
 

2005.9

셋째 날 일정은 산행의 부담이 없는 날이다. 오늘은 아침 식사를 하고 도야마(富山) 시내로 들어가 장비 점에 잠시 들린 뒤 북알프스 등산 기점인 가미고지(上高地)까지 차로 이동, 다시 요꼬(橫尾) 산장까지 평지 길을 걸어가는 일정이다.

 
도야마 장비점은 전문장비점이라기 보다는 레져용품이 전부 모여 있는 규모가 큰 마트 같은 곳인데 특별히 살만한 물건은 눈에 띄지 않는다. 스패츠, 우의 등 미처 준비 못한 장비를 구입한 뒤 가미고지를 향해 출발을 했다.
 
 
 
가미고지까지는 3시간정도 걸리는데 중간 平湯溫川 버스터미널에서 도시락을 공급받아 차내에서 도시락으로 중식을 해결하며 가미고지를 향해 달렸다.
 
 
이번 여행 중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문은 역시 태풍의 진로이다. 일본에서도 뉴스시간마다 태풍의 진로와 태풍의 피해상황을 가장 먼저 보도하고 있다.
어제 까지는 天佑神助로 태풍의 와중에서도 맑은 날씨의 덕을 보았지만 앞으로는 장담을 할 수가 없다.
 
가미고지로 들어가는 아스가와(梓川) 계곡 길은 큰 차의 통행이 불편하던 좁은 옛날 길옆에 굴을 뚫고 길을 새로 만들어 차량 통행을 편안하게 하였다.
 
지형이 험하여 도저히 공사가 불가능할 것 같은 곳인데 용케도 길을 만들었다. 일본은 우리나라 같으면 환경단체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쳐 공사를 하지 못할 만한 곳도 지체 없이 굴을 뚫고 도로를 만들어 놓은 모습을 많이 볼 수가 있다.
케이블카도 필요한 곳이면 어김없이 설치하여 탐방객의 편의를 돕고 있는데 출입지역을 정확하게 구분하여 오히려 자연보호가 잘되는 듯 한 느낌을 받는다.
 
줄을 쳐 놓고 들어가지 말라면 절대 들어가지 않는 일본사람들과 비싼 돈 들여 울타리까지 쳐 놓아도 개구멍을 만들어 드나들면서 한술 더 떠 자기는 입장료 안내고 들어갈 수 있는 코스를 알고 있다고 자랑하는 우리의 등산 문화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아직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가미고지에 도착을 한 시간이 오후 2시, 가미고지 버스 터미널은 예상보다 차들이 많다. 휴가철이 지나고 태풍이 몰려오는데도 탐방객들이 많은 모양이다.

 



 
가미고지(上高池)는 해발 1,523m의 지역이다. 일본 북알프스의 관문이며 우리나라 설악산의 설악동에 비유할 수가 있다.
가미고지는 주위 경관이 뛰어난 곳으로 아스가와(梓川) 강의 맑은 물과 울창한 숲, 군데군데 온천수의 증류수가 피어오르는 특이한 모습하며 저 멀리 협곡에 남아 있는 잔설이 어울려 신비하기 까지 한 풍경을 연출한다.
다이쇼이케(大正池)와 묘진이케(明神池)등도 일본의 특이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명승지이며 일본 사람들도 가미고지를 가장 가고 싶은 관광지중 하나로 손을 꼽는다.
 
우리는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뒤 ,  이틀후에 내려와서 묵을 산장에다 큰 짐을 맡기러 갔다.
河童橋는 가미고지 터미널부근에서 아스가와(梓川) 강을 건너가는 유일한 다리로 사진 촬영의 명소이기도 하다. 五千尺이라는 산장 이름이 보인다. 이곳 가미고지의 높이 1500미터를 尺으로 환산해서 五千尺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짐을 맞긴 뒤에 요꼬산장를 향해서 출발, 심심치 않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11km, 3시간 거리를 걸어가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요꼬산장을 가려면 아스가와 강 우측 길로 가지만 우리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강 좌측에 있는 산책로로 가기로 했다.  낭만적인 길이라는 말에 모두들 마음이 약해진다.
 





 
우산을 쓰고, 비옷을 입고 습지대위에 나무로 만들어 놓은 산책로를 걸어가는 우리의 모습은 낭만적이라기보다는 군대의 행군 모습을 느끼게 한다. 이것은 아마도 태풍 속에 3천 미터의 고산 등반을 해야 하는 중압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탓 때문이 아닐는지?
 
묘진이께(明神池/1,550m)를 지나면서 다리가 보인다. 明神橋다. 전의 낡은 다리 대신 새 다리를 건설한듯 튼튼하고 멋진 모습이다. 길이 55m의 다리를 건너 明神館에 도착을 하였다.


 
 
 
원래 우리는 이곳 明神館에 묵을 예정이었는데 방이 텅텅 비어 있는데도 한국 사람의 숙박을 거절 하는 바람에 결국 요꼬산장에 우리의 숙소를 정했다는 박한성 촌장의 설명을 듣고는 은근히 화도 났지만 한편 창피한 생각도 든다.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망나니짓을 했으면 손님을 받지 않는다고 했을까?
 
明神館앞에서 한국말을 하기가 조심 스럽다. 혹시나 우리도 똑같은 사람 취급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다.
다른 사람이 떠들면 시끄럽다고 불평을 하면서 잠시 후에 보면 우리 팀이 더 떠드는 행위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 런지....
 
 
비가 오는 길옆에는 가미고지의 대표적인 꽃이라고 할 수 있는 富貴草가 많이 피어 있다. 비를 맞아 무거운 몸을 겨우 가누며 힘들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 어쩐지 애처로워 보인다.
 
빗속에서 사진을 찍다보니 습기에 약한 디카의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초점도 잘 안 맞고 렌즈에 습기가 어려 사진 찍는데 애로가 많다.
아스가와 강을 왼쪽으로 하고 평탄한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앞이 소란하다. 웬일인가 살펴보니 원숭이 떼가 나타난 것이다. 비를 맞은 원숭이들이 나무 위를 오르내리며 먹이를 찾고 있는데 가까이 가도 도망을 가지 않는다. 오히려 쳐다보는 눈길이 사납게 느껴저 갑자기 달려들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다. 카메라를 꺼내 촬영을 시도했는데 물기에 젖은 카메라의 초점이 얼른 잡히지를 않는다.


 
묘진(明神)을 지난 후 1시간 정도, 마침내 도쿠사와(德澤/1,562m)의 캠프장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 넓은 초원지대 캠프장은 식수, 화장실, 벤치 등이 있어 야영하기 안성맞춤인 곳이며 1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산장도 있다.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하는 시간, 어느새 가미고지를 출발한지 2시간이 반이 지났다.
구름이 잔뜩 끼어 산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계곡의 물소리만 요란한데 요꼬(橫尾)산장의 모습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세 시간이 다되어 갈 무렵 마침내 요꼬산장 앞의 큰 다리와 요꼬산장이 나타나며 반가운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1,615m의 위치에 있는 요꼬산장은 가라사와(涸澤)로 가는 길과 야리게다께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이다.
요꼬산장 앞의 다리도 새로 건설한 듯 웅장하고 멋진 모습이다.






 
건조실에 젖은 옷과 양말, 신발 등을 널어놓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으니 기분이 산뜻하다.
휴게실에는 일기예보만 알려주는 TV채널이 켜 져 있는데 내일 날씨가 아무래도 걱정이 된다.
이 요꼬산장에는 홍콩에서 온 친구들이 있는데 태풍이 걱정이 되어 지금 며칠째 산장에서 대기 중이라고 한다.
 
 
빗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누우니 걱정스러운 산장의 밤은 점점 깊어만 간다. 내일은 부디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원하는데 과연 결과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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