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9
라이쵸타이라(雷鳥)산장에서 짐을 들고 무로도(室堂) 역까지 올라가는 일은 아이들 말로 장난이 아니다. 트렁크를 들고 용을 쓰며 올라가는 여자회원의 모습을 보고는 아무리 강심장인 나도 도저히 외면을 할 수가 없어 자청해서 짐을 들어주었는데 기사도 정신 좋아하다가 무도로 역에 도착한 후 나는 파김치가 되고 말았다. 산행을 하기위해 준비를 하는데 트렁크를 가지고 온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누구의 잘 못인가? 한순간의 잘못 생각은 여러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전용버스가 오지 않아 예정에 없던 괴도열차를 타고 비조다이라(美女平)까지 내려갔다. 괴도열차를 타보는 기회가 생겨 짐을 들고 내리고 타는 데는 조금 번거로운 점이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비조다이라에서 전용버스로 갈아탄 뒤 도야마시 외곽에 있는 온천지대의 숙소로 향하는 버스 안은 좋은 날씨에 다테야마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과 온천에 가서 온천욕을 한다는 기대감으로 피곤한 산행의 후유증은 찾아볼 수가 없다.
한적한 외곽에 위치한 온천 지역 호텔 도착을 하고 난 뒤 우리의 멤버들이 제일먼저 걱정하는 것이 이곳에서 시내를 나가려면 얼마나 걸리는가 하는 점이다.
“시내는 뭐 하러?”
어수룩한 나의 질문에 김무 형이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술 없는 세상은 단팥 없는 찐빵과 같다고 했는데 목욕을 한 뒤에 무얼하냐는 것이다.
“잠자면 되지”
대답을 하고나서 나도 좀 너무했다 싶다.
야외 온천장까지 있는 온천 시설은 작은 규모이지만 깔끔한 시설로 우리 팀만 사용하기에는 미안한 생각마저 든다.
온천물은 정말 끝내준다


목욕 후 저녁식사는 전통적인 일본 음식으로 일본 음식상은 차린 것은 요란한데 막상 먹을 것은 별로 없다. 얼큰한 매운탕 생각이 절로 난다.

각자 가지고 온 밑반찬을 꺼낸다. 나는 외국여행을 갈 때는 밑반찬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가서도 가능하면 한국음식은 안 먹는 주의다. 이것도 기회인데 설사 입에 맞지 않더라도 외국 음식을 접해보는 것이 하나의 추억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어진 기회는 최대한 활용하자, 그리고 가능하면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자”
이러한 원칙은 돈과 시간을 들여 모처럼 여행 온 효과를 최대한 누려보자는 속셈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보면 대부분 친구들과 어울려 밤늦게 까지 술을 먹고서 다음날 낮에는 버스를 타고 가며 계속 졸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는 너무나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나를 빼놓고 우리 팀들은 목욕후의 맥주파티가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는데 맥주가 떨어지자 가지 온 비장의 무기들을 하나 둘 꺼내면서 입에서는 웃음이 사라질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