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목적지는 이치노코시 산장이 아니다.
이산의 최고봉 오야마(雄山/3,003m)와 오난지야마(大汝山/3,015m)를 올라가야만 한다.
이치노코시에서 오야마로 오르는 길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불안정한 암석과 잡석들이 무질서하게 널려진 급경사지역이지만 1km도 안 되는 거리로 한 시간 정도 고생을 하면 된다.
2,700m에서 3,003m까지 급격히 고도를 높이다보니 숨이 차고 힘이 들기 시작한다.
이럴 때는 걸음의 속도와 호흡을 내 페이스에 맞추어 차분히 조절하고 무리를 하지 말아야 하며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 공연히 빨리 간다고 서둘렀다가는 정상은커녕, 잘못하면 아예 산행을 포기할 수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뒤에 쳐졌던 한 회원이 못 견디겠다는 듯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더니 배낭에서 우황청심환을 꺼내 먹으며 숨을 고르느라고 애를 쓴다. 쉬면서 천천히 올라가자고 말은 했지만 당사자는 죽을 맛이니 그의 고통을 어떻게 덜어줄 방법이 없다.
“오야마가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오르다보니 마침내 오야마(雄山) 휴게소가 보이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을 한 것 같아 반가운데 휴게소 뒤에 보이는 오야마 정상에는 작은 사당 같은 건물이 하나 보이고 그 앞에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 서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오야마 정상의 사당은 올라가는 입구에서 500엔을 내야하고 입장한 사람에게는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 축복의 기원을 해준다.
오야마 정상까지 씩씩하게 올라온 것 자체가 축복인데 더 이상 욕심을 부리는 것은 과욕이다. 그 대신 500엔짜리 음료수를 하나 사서 시원하게 마시니 이 또한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오야마에서 오난지야마(大汝山)까지는 20분 거리, 아무리 3천 미터 고지대라고 하지만 휘파람 불며 가도 충분하다.
찬란한 햇빛을 받으며 푸른 하늘아래 다테야마 산 능선을 걸어가고 있는 나는 너무나 행복하다.
저 멀리 구름에 가려 보이다 말다 하는 쓰루기다케(劍岳)의 모습이 새삼 눈에 들어온다. 10여 년 전 100명 가까운 인원을 인솔하고 왔다가 쓰루기다께 절벽에서 한사람이 실족사하는 바람에 큰 고생을 하던 기억이 새로운데 산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서있다.
20분 만에 오난지야마에 도착을 하니 너무 싱거운 느낌이 든다.
정상 아래에 일본인 젊은 친구들 몇 명이 모여 있다가 한 친구가 갑자기 옷을 훌렁 벗고 붉은 팬티바람으로 폼을 잡는다. 그리고 정상 바위위에 올라가 팔뚝의 근육을 자랑하며 사진을 찍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물어보려다 일본말이 짧아 그만두고 말았다.

오난지야마를 출발하여 벳산(別山)을 향하여 가다보니 시간은 어느새 12시를 넘었다. 2시 반까지 무로도에 도착을 해야 하는 일정 관계로 벳산 가기 전 지름길로 하산을 하기로 하였다.


3천 미터 고산 능선에는 큰 나무의 모습은 전혀 볼 수가 없는데 돌무더기 틈에 작은 꽃들이 피어나 생명력의 끈질김을 보여주고 있다.




무로도 고원을 내려다보며 하산하던 중 가지고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한 뒤 다시 부지런히 짐을 맞겨 놓은 라이쵸타이라 산장으로 내려갔다. 무로도 고원의 야영장은 휴가철이 지나서 그런지 텐트 한 동만 달랑 쳐있고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쓸쓸한 감마저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