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산,산

37년만에 우이암 오르기

by 남상태 2023. 11. 30.

2007-09-11  (엠파스 블로그 기록)

 

우이암을 마지막으로 오른 것이  1970년도로 기억되니 벌써 37년 전의 일이다.

이제 다시 우이암을 등반할 생각을 하니 자못 설레이기도 하는데 과연 내가 고생 안 하고 오를 수 있을 것인가 은근히 걱정도 된다.

오늘 함께 산행을 할 멤버는 우리의 든든한 길잡이 김재섭 대장을 선두로 권병화 소장 그리고 여자 회원이 4명이나 된다. 어제 원예산우회 산행 중에 우이암 R.C 계획을 듣고 김영희 후배의 딸인 세인 양이 관심을 보여 모녀가 갑자기 참가를 하게 되었고 우이암 등반을 몇 번의 시도 끝에 날씨가 나빠서 중간에 포기를 한 극성스러운 최옥화, 김정환 두 후배가 참여를 하여 모두 7명이 한 팀이 되었다.

김재섭, 권병화, 김영희는 68학번으로 동기들이다.

 

모두들 이번에는 기필코 정상을 오르겠다는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그런데 이 때만 해도 헬멧등 등반 장비가 부실했다

 


우이암으로 오르는 길 중간에 여인준이 먼저 올라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몇십년 만에 만나는 1년 선배인 영희와 반가운 만남을 가진 뒤  약속이 있다고 먼저 내려갔다. 인준이는 산 없이는 못 사는 친구로  매일 새벽 일찍 산행을 한 뒤에 직장으로 출근을 하는 극성 파다.

 

나무뿌리가 노출되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우이암 정상을 바라보며..

저 정상위를 우리가 오를 수 있을까?

 

 

우리가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옆에 들고양이 몇 마리가 진을 치고 있다. 이 녀석들은 이곳 산에서 먹이 사슬의 최정상에서 군림하며 다람쥐등 작은 산짐승들을 사냥을 한다.

내가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려고 하니 세인이가 말리며 하는 말이

"저 고양이는 악질이에요" 한다. 외국생활을 오래 한 뒤 한국말을 뒤늦게 배운 탓에 어휘력이 미흡해 어떤 때는 친구들한테 배운 이상한 말을 거침없이 해서 웃음을 자아낸다는 엄마의 설명이다.

산고양이의 횡포를 들으면 악질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지만 고양이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가 살기 위한 방법인 것을.....





우이암 전경. 보이지 않는 뒷부분에서 출발하여 침니, 크랙 등 조금은 힘을 써야 하는 코스를 오른 뒤에 지금 보이는 쪽으로 돌아서 나온 뒤 정상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그것이 말처럼 쉽게 되려는지 모르겠다.

 

 

 

스타트 지점에서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재섭이는 여자회원들을 챙겨 주느라고 정작 자기의 장비는 하니스조차 착용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대한항공 승무원 사무장을 지낸 재섭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제신사다.

 

 

 

자! 이제 출발이다.

 

 

 

세인의 도전, 미국에서 스포츠클라이밍을 몇 개월째 하고 있다고 하는데 자연 암장에서는 "영 아니올시다"라는 표정이다.

 

 

두 번째 피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여자대원들의 신음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남자들도 감히 못하는 것을 용감하게 도전하는 그 정신이 대단하다.

 

 

 

최옥화, 그는 시집간 딸이 애 봐 달라는 것을 뿌리치고 대전에서 서울로 출근하다시피하며 산행을 한다.

계속 울리는 전화벨 소리 " 엄마, 애기가 우유를 잘 안 먹는데 어떻게 해?"  " 네가 알아서 해"

최옥화는 대단한 엄마, 대단한 할머니다.

 

 

 

몸에 묶은 줄은 그야말로 폼에 불과하다. 어차피 내 힘으로 올라가야 한다.

영화에서 절벽에 추락한 사람을 혼자서 끌어올리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고 순전히 영화를 찍기 위한 연출에 불과하다.

 

 

 

제일 힘든 코스, 이곳에서 모두들 입에 거품을 물었다. 그래서 결국 여자회원들은 약간의 커닝을 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는데..

세인의 말, "나 두레박으로 올라왔어요"

 

 

 

" 형, 어떻게 올라가요?" " 나도 몰러" 그의 절박한 표정이 압권이다.

 

 

 

천신만고 끝에 올라와서 확보줄에 매달려 안도의 웃음을 짓고 있는 두 아가씨들

 

 

 

세인 엄마가 애쓰고 있다. 대사 부인으로 계속 외국생활을 하다가  남편의 대사 퇴직 후  귀국해서 산으로 컴백한  김영희, 그도 이럴 땐 방법이 없다.

 

 

 

본인보다  보는 사람이 더 조마조마하다.

딸이 더 잘하나?

아니면 엄마가 더 잘하나?

이 집도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용감한 것 같다. 어제 산행에 참가했던 남편과 아들은 오늘 R.C엔 쏙 빠졌다.

 

 

 

작년까지 이곳 북한산 국립공원 관리소장을 하던 권병화, 여자들 앞에서 망신을 안 당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 나 이거 참, 미끄러지면 안 되는데..."

 

 

 

해는 서산으로 향하고 멀리 오봉의 모습이 멋지게 조망된다.
도봉산의 모습도 멋진데.....

 

 

 

 

우이암 R.C의 하이라이트인 삼각바위, 지금은 삼각바위 바로 아래에 확보할 수 있는 하켄이 박혀 있는데 옛날에는 확보물이 없어 삼각바위를 오르다 실수하면 맨 아래까지 추락하여 중상 내지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재섭이가 카라비나에 자일을 통과시키고 삼각바위를 오르려 하고 있다.
그런데 돌발 상황이 발생하였다. 자일을 통과시킨 카라비나가 꼬여서 자일이 빠지지를 않아 몸을 일으킬 수가 없다. 진퇴양난, 밑에서 아무리 줄을 튀겨도 요지 부동이다. 결국 재섭이가 뒷발로 자일을 흔들어서 겨우 올라설 수 있었다.

재섭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옛날 60년대 후반 군대를 제대한뒤 복학 한 뒤, 데모로 휴교령이 내리면 재섭이와 자일 파트너가 되어 북한산, 도봉산으로 달려가 며칠씩 텐트 치고 야영하면서 바위를 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전부터 그의 바위 실력은 대단했다. 나이가 들었어도 경륜이 뒷 바침 되어 더욱 노련한 등반 실력을 뽐낸다.

 

 

 

영희의 도전, 오늘 바위 한다고 어제 등산화까지 새로 샀다고 한다.

 

 

 

정상에서 재섭이와 한컷,

 

 

 

 

정상에서의 이사진을 찍으려고 얼마나 고생들을 했는지 아는 사람만이 안다.

김영희 여사 왈 " 나는 이제 내일 죽는다 해도 한이 없어요" 감격의 표현으로는 최상급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정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해는 이제 서산으로 뉘였 뉘 엿 넘어가고 있다.

 

 

하강을 처음 하는 세인이는 긴장해서 조심조심 내려가다가 사진을 찍는다고 하니 그래도 표정관리는 제대로 한다. " 급 빵긋"

 

 

 

하강을 끝내고 나니 해는 꼴깍, 우이동에 내려오니 9시가 다 되었다. 덕분에 멋진 야경도 감상하고....

등반 다음날 이 글을 올리고 있는 순간 나는 온몸이 쑤시고 결리고 말이 아니다. 아! 어느새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산,산,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61차 원예산우회 산행기  (1) 2024.06.09
고산 Senior 모임 5월 산행  (0) 2024.05.12
어느 가을날 고독의 길 클라이밍  (1) 2023.10.21
비오는 날의 만경대릿지 등반  (2) 2023.10.08
북한산 인수봉 오르기  (0) 2023.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