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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라오스

라오스 한인쉼터를 방문하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서....

by 남상태 2023. 9. 14.

2017-09-01 이글루스

 

내가 라오스 비엔티안의 한인쉼터에서 자원봉사를 한지도 어느새 5개월이 지났다. 한인쉼터는 배낭을 멘 한국의 젊은 친구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아침 9시면 여행자가 많든 적든 간에 한인쉼터의 소개와 여행자들의 라오스 여행과 다음 코스인 방비엥, 루앙프라방에 대한 여행 정보를 제공해 준다. 처음엔 어색하던 설명회의 분위기도 이제는 제법 익숙해져 어려움 없이 진행이 된다.

 

한인쉼터는 한국의 젊은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무료 쉼터의 장소다. 그래서 나도 식사 제공만 받고 월급 없이 봉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나면서 보니 월급보다 더한 댓가가 나한테 돌아온다. 대부분 20대 초반인 젊은이들은 생기발랄하다. 이들은 낯선 이국땅을 배낭 하나 짊어지고 겁 없이 길을 떠난 친구들이다. 내 나이에 이런 친구들과 호흡을 같이 하며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리고 이런 일은 누구나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라오스의 한인쉼터는 말 그대로 여행자들이 부담 없이 쉴 수 있는 곳이다. 비용을 지불하는 2층의 도미토리 게스트하우스와는 별개의 공간으로 1층의 휴게실은 숙박과 상관없이 지나가는 여행자들도 쉴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짐 보관, 휴식, 냉커피 제공, 화장실, 샤워실 등의 사용은 물론, 와이파이 와 전화기 충전 등도 무료이고 자정 넘어 도착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실비로 심야 공항 픽업을 해주고 유심칩 구입, 환전도 도와준다.

 

부속 시설인 2층의 게스트하우스는 비용이 1인 하루 1불이고 다음 날 아침 방비엥으로 떠나는 여행자 버스 예약도 해주는데 게스트 하우스와, 공항 차량 이용은 수용 한도 때문에 예약을 해야 한다..

 

이곳에서 몇 달간 생활하다 보면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생기는데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하루에 수십 명씩, 한 달이면 천명 가까운 여행객들이 거쳐 가는 이 쉼터는 숨김없는 한국 청년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나는 아침 설명회 시간에 여행 정보 이외에 나이 먹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조금 진부한 얘기들을 농담처럼 하기도 한다.

 

길을 가다 옷깃을 스쳐도 전생의 인연이라고 했는데 이런 먼 이국땅에서 여러분과 내가 자리를 같이하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기가 막힌 인연인가요?”

그런데 이 말이 분위기와 장소 탓인지 생각보다 더 어필하는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외국 여행이라도 집 떠나면 고생이요 집 생각, 부모님 생각이 나기 마련인데  저가항공기를 타고 심야에 도착해서 불편한 도미토리 게스트하우스에서 쪽잠을 자다 보니 마음들이 여려지는가 보다.

 

이들과 얘기하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한 번은 내가 이들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여러분이 지금 라오스에 여행을 왔는데 우리나라의 여행 자율화가 언제 되었는지 아나요?”

…….”

대답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아니 생각도 안 해봤고, 그런 걸 알 필요도 없다는 눈치다. 나는 잠시 그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우리나라는 88올림픽을 치른 다음 해인 1989년부터 여행 자율화가 시행되었고, 여행자율화 이전에는 해외에 나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는 설명을 하면 이들은 놀라면서 왜 해외여행을 규제했는지 이해가 잘 안 가는 눈치다. 이 친구들의 나이가 20대 초반이니 자기들이 태어나도 전의 일을 기억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며칠 전 아침 6시 반, 내가 숙소에서 잠을 자고 한인쉼터에 출근하여 잠긴 대문을 열고 마당을 지나 현관문 앞에 가서 창문 안을 보니 전등불이 하나 켜져 있다. 어제 늦게 일을 끝낸 직원이 불을 안 끄고 잠자러 들어갔는가라고 생각을 하고 건물 뒤로 돌아가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둑한 실내에 아가씨 세 사람이 탁자 위에 배낭을 올려놓고 앉아있다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를 쳐다보고 있다.

순간 나는 깜짝 놀라서 상황 판단이 안 되어 어리둥절하다가

“2층 숙소에서 자고 새벽에 내려왔어요?”

라고 물어보니 그게 아니고 어제 루앙프라방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새벽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대문이 잠겨 있는데 어떻게 들어왔어요?”

라고 물어보니 이외의 답이 나온다.

담을 넘어 들어왔어요”

?”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 담의 높이는 사람 키 정도가 되고 윗부분은 뾰족한 창살로 만들어 놓아서 여자들이 쉽게 넘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닌데 참 대단한 아가씨들이라고 감탄을 했다.

 

 

또 얼마 전 일이다. 이곳에 숙박을 한 청년 네 사람이 새벽까지 밖에서 술을 먹은 뒤 한인쉼터에 돌아와 보니 대문이 잠겨 있자 힘들게 높은 담을 넘어왔는데 그중 한 친구는 술이 너무 취해서 아무리 애를 써도 담을 넘을 수가 없자 친구들은 술 취한 친구를 밖에 놔두고 자기들만 들어와서 잠을 잤다고 한다.

못 들어온 그 친구는 내가 아침에 출근할 때까지 온몸을 모기에게 물린 채 대문에 기대어 졸고 있었다.

그때도 나는 무슨 일인가 영문을 몰라 문에 기대어 졸고 있는 그 친구에게 왜 이러고 있냐고 물어보니 술이 아직 다 깨지 않았는지 대답도 제대로 못 한다. 그래서 내가 문을 열고 데리고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아가씨들은 그 무거운 여행 가방을 들고 담을 넘어와서는 아무도 없는 건물 안 휴게실에서 태평하게 쉬고 있으면서 집주인을 보고는 미안한 기색도 없다.

참으로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이제는 남녀 구별이 없는 세상이 된 거 같다. 여행이 일상이 된 시대가 되다 보니 혼자서 여행을 온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런데 혼자 온 사람들 10명 중 7명은 여자들이다. 그것도 연약해 보이는 아가씨가 아무렇지도 않게 혼자서 여행 가방을 들고 한인쉼터를 찾는다.

내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혼자 다니기가 겁나지 않아요?”

괜찮아요

어렵게 물어본 내 질문에 너무도 편안하게 대답한다.

모든 일은 생각하기에 달렸다고 하는데 벌레 한 마리만 보아도 호들갑을 떠는 여리디 여린 아가씨가 낯선 외국엘 남자들보다 더 용감하게 뛰어드는 것은 오직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한인쉼터에 오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유심히 관찰하는데 그러다 보니 한인쉼터는 한국 젊은이들의 민낯이 드러나는 곳인 것 같다. 누구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그들의 생각과 모습들은 현재 한국 젊은이들의 현주소다.

 

그런데 그들이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남을 배려하기보다는 자기중심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 편한 대로 하는 모습을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어린 시절 학교에서의 예절 교육이라던가 부모들의 가정교육의 필요성을 생각하게 된다. 문제는 당사자들은 자기의 행동이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긴 패키지여행 온 나이 든 어른들의 모습도 크게 다를 것이 없으니 할 말은 없다.

 

한인쉼터는 돈을 받고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 그러면 여행자들은 제공되는 쉼터를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사용하고 또 같이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행동을 해야 할 텐데 그런 의식이 전혀 없어 보이는 친구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

 

언젠가는 이른 아침에 출근해 보니 새벽에 야간버스를 타고 온 10여 명의 젊은이들이 대문 앞에 대기하고 있다가 내가 문을 열자마자 그들은 집 안으로 몰려들어 간다. 청소도 하기 전에 들어닥친 그들은 휴게실 안에 들어와서는 마치 자기 집에 들어온 거 같이 행동을 한다.

어디서 오는 길이냐고 물어보니 베트남에서 봉사하고 오는 길이라고 하는데 차림이나 행동이 학생들 같지도 않고 봉사자들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무전여행을 하는 야생마 같은 모습들이다.

 

그들은 쉼터 안에 가지고 온 짐들을 이곳저곳 펼쳐 놓고는 화장실이 어디냐 샤워실이 어디냐고 하면서 옷을 벗어 제킨채 십여 명이 난리를 치니 청소할 엄두가 안 난다. 그뿐만이 아니고 핸드폰 부루트스 스피커를 꺼내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마치 야유회에 온 듯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들이다. 여자애들도 자기들끼리 큰소리로 깔깔대며 웃고 떠드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들을 보면서 한국에서 봉사라고 온 사람들이 그곳에서 어떤 행동을 했을지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예전에 우리가 외국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말들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개념이 전부 없어진 거 같다. 이런 사람들은 봉사활동은 제발 집에서나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을 해서 아침 청소를 안 할 수가 없어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하고 있는데 한 아가씨가 의자에 앉아 앞 의자에 두 발을 올려놓은 채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음악을 듣고 있으면서 내가 자기 앞에 가서 쓸고 있는데 비킬 생각도 안 하고 발을 내릴 생각도 안 한다. 순간 빗자루로 후려치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한국 젊은이들 중에 이런 개념 없는 친구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한숨이 절로 나온다. 물론 젊은 사람들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야무지게 자기 일들을 처리하고 여행을 위해 스마트폰으로 여행에 대한 모든 정보를 검색해서 필요한 정보들을 소상하게 알고 있어 놀라기도 한다.

이곳 한인쉼터에 대한 정보 역시 다 인터넷 검색을 해서 예약하고 찾아왔는데 어느 때는 잘못된 정보가 화가 되는 수도 있다.

배낭여행은 최소의 경비를 들여 몸으로 직접 부딪치면서 하는 여행이다. 그런데 그럴수록 준비는 더 철저하게 해야 하고 행동 또한 조심해야 한다.

 

 

설명회 시간에 가끔 이런 얘기도 한다.

여행 다닐 때는 항상 웃으며 다니세요, 그리고 말이 안 통하더라도 일부러 먼저 말을 거세요, 그러면 여행 다니기가 편해집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못한다는 얘기가 있다. 어떤 친구들은 쉼터에 들어오면서 인상을 잔뜩 찌푸리거나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는 가까이하기가 어려워진다. 반면에 어떤 친구는 초면인데도 아주 살갑게 다가오며 웃음 띤 얼굴로 이것저것 묻는데 그럴 때면 하나라도 더 여행 정보를 알려주고 무언가 도와주고 싶어 진다.

 

그것은 외국 사람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인상을 쓴 채 경계의 마음을 가지고 대하면 상대편 역시 나를 가까이하지 않는다. 여행은 빠르고 정확한 정보가 필수다. 그러면서 어떻게 도움을 받고 정보를 얻을 것인가?

 

여행 물품들은 꼭 필요한 것들을 빠지지 않게 준비하고 짐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장 부피가 많이 나가는 옷 종류들은 가볍고, 세탁하면 빨리 마르는 성능이 좋은 기능성 제품들로 준비해야 하는데 특히 빠트리면 안 되는 것이 비상약들이다. 여행 중 물갈이할 때 일어나기 쉬운 지사제는 필수인데 준비를 하지 않아 고생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리고 저개발 개발 도상국들을 여행할 때는 화장지가 귀해서 꼭 챙겨야 할 품목이다. 현재 이곳은 우기인데도 작은 우산 준비를 안 해 와서 빌려 달라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사용하고 난 뒤에는 반납이 아니고 아무 데나 버리고 간다. 그래서 나는 이들이 버린 물건들을 모아서 정리해 놓은 뒤 필요할 때 빌려준다. 그런데 버리고 가는 물건들의 종류도 많은데 신발, 우산, , 가방, 기타 등등 새로 산 물건들도 귀찮으면 주저 없이 버리고 간다.

6.25전쟁의 어려움을 겪은 우리 세대와는 생각하는 것이 많이 다르다.

 

그렇지만 한인쉼터를 방문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나도 많은 것을 배운다. 그들의 잘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배우고 그들이 잘 못하는 것을 보면 나의 행동을 되돌아본다.

내가 노년에 한국의 젊은이들을 위해 머나먼 이국에서 조그만 도움이 되어 이들이 좋은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