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라오스국립대학 교정을 걷는다.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학생들이나 사람들의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고 간혹 조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는데 갑자기 운동해야겠다고 작심하고 나선 듯 뛰는 폼이나 복장이 영 어설프다. 저 사람은 이틀 하면 잘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혼자 웃었다.

1월은 라오스의 겨울이다. 요즘 새벽이면 15, 6도까지 떨어질 때가 있어 밤에 잘 때 이불을 덮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요즘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다고 하는데 영상 15도는 얼마나 고마운 기온인가? 그러나 서늘한 느낌에 아침 운동을 하러 나가려면 긴 바지, 긴팔 옷을 입어야 한다.
학교 교정에는 나무가 많다. 이 나무들은 계절을 아는 듯 나뭇잎이 많이 떨어지고 어떤 나무는 아예 잎을 전부 떨어트린다. 나는 라오에 오기 전에는 열대나 아열대 지방 식물들은 잎이 사철 푸르기만 해서 한번 나온 잎은 계속 달려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관찰해 보니 모든 식물들의 잎은 나름대로의 수명을 가지고 있어 어느 기간이 지나면 계절에 관계없이 잎을 갈고 새잎이 나온다.
우리 사람의 피부 또한 마찬가지가 아닌가? 사람의 피부는 그 수명이 30~40일이라고 하는데 안에서 새 피부가 나오면 겉의 피부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떨어져 나간다. 그런 과정이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건강하고 깨끗한 피부를 유지하고 있다.

조용한 교정을 걷다보면 자연적으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된다. 이제 인생 말년에 이곳 머나먼 이국땅 라오스에 온지도 2년이 넘었다. 그동안 수많은 세월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하고 살아왔지만 역마살이 낀 나는 무슨 인연이지 생각지도 못한 라오스에 오게 된 것이다.

혼자서 “내 맘의 강물”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이 노래는 양양에 있을 때 강변을 걸으며 부르던 노래이기도 하다.
- 내 맘의 강물 -
“수많은 날은 떠나갔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그날 그땐 지금 없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새파란 하늘 저 멀리
구름은 두둥실 떠나고
비바람 모진 된서리
지나간 자욱마다 맘 아파도
알알이 맺힌 고운 진주알
아롱아롱 더욱 빛나네
그날 그땐 지금 없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수많은 날은 지나갔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그날 그땐 지금은 없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
아침에 걷는 거리는 약 8, 9 천보, 어떤 때는 만보가 넘을 때도 있다. 개들의 공격 때문에 7,8번을 넘어지고 난 뒤 자전거 운동을 그만두고 그 대신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누군가 “걸음아 날 살려라”라는 책을 냈다. 걷기 운동은 죽어가는 목숨을 살려내는 운동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음식재료를 제대로 조합하여 요리를 잘해야 맛있는 음식이 되는 것처럼 운동 또한 꾸준하고 열심히 하는 성의를 보여야 그 결과가 나온다.
일주일에 세 번씩 실시하는 라오스국립대학교 한국어학과 학생들 보습 교육은 꾸준히 진행하고 있지만 후원사업 시작은 거창했는데 결과는 그리 신통치를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분위기에 실려 쉽게 호응하고 쏠림현상이 두드러진 성격은 일의 좋고 나쁨에 관계없이 변화가 많아 같이 흥분하고 믿었다가는 일을 그르치기가 쉽다.
요즘은 라오스국립대학교의 시험기간이다. 그래서 각자 부족한 부분에 대한 시험공부들을 한다. 예정 시간보다 빠르게 알리한테서 카톡이 왔다.
“선생님 우리 시간보다 일찍 가도 돼요?”
“그래, 와라”
“우리 오토바이가 없어서 걸어가고 있어요”
대중교통이 불편한 라오스에서는 오토바이가 필수 품이라, 학생들도 왠만하면 중고오토바이라도 타고 다니는데 이 두 사람은 돈이 없어서 리의 언니 오토바이를 빌려서 타고 다닌다. 그런데 언니가 오토바이를 사용하면 못 오거나 걸어서 와야 된다. 걸어서 3,40분 거리, 나는 아침마다 운동삼아 다니지만 더운 한낮에 걷기는 조금 부담스럽다.
그동안 몇 번이나 언니가 오토바이를 사용하는 바람에 애를 먹었는데 참, 답답한 얘기다.
한참 있다가 둘이서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온다. 이 친구들을 보니 내가 괜히 미안해진다.
아무래도 극단의 조치를 취해야겠다.
“너희들 자전거 탈 줄 알아? 선생님이 사주면 타고 다닐 수 있어?”
처음엔 무슨 소리인가 하다가 반색을 한다,
“탈 수 있어요”
그래서 얘기가 시작이 됐다.
“선생님이 돈이 많아서 사주는 것이 아니고 한국에 있는 선생님 친구들이 너희들을 위해 후원금을 보내고 있는데 그 돈으로 사주는 거야, 그러니 너희들은 그분들을 고맙게 생각해야 돼”

집에 쌀이 떨어져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집에서 엄마가 쌀독의 쌀을 닥닥 긁어 밥을 해서 아이들에게 밥상을 차려 주자 아이들은 밥그릇을 보고
“엄마는?” 한다.
“응, 엄마는 너희들 오기 전에 먹었어”
그 엄마의 심정이 갑자기 생각이 난다. 며칠에 한 번씩 잊을만하면 들어오는 남편이 어느 날 쌀이라도 사서 들고 오지 않을까 라는 기대는 엄마의 소망일 뿐이다. 그래서 결국은 집 지키는 엄마만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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