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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라오스

방비엥의 숨은 트레킹 코스

by 남상태 2023. 6. 2.

2018.1

 

방비엥에 오는 젊은이들은 거의가 액티비티 투어를 염두에 두고  찾아온다. 트레킹은 전혀 관심도 없고 하고자 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보니 나와있는 상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곳 저곳 수소문 끝에 방비엥의 가장큰 여행사에 가서 신청을 했는데 하루에 15만킵(중식제공 2만원정도)이고 가이드 대동이라고 한다. 그런데 기본이 2인 이상이거나 1인의 경우 2인 비용을 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그래서 동행자를 찾다가 우리 쉼터에 묵고있는 61세의 혼자 여행온 김사장과 같이 가게 되었는데 이 사람은 60이 넘도록 결혼도 안하고 몽골을 11번이나 갔다온  조금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이곳  라오스도 혼자서 열흘 넘게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는데 쉼터에 있다 보면 남자고 여자고 이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 강건너 오목한  안부를 넘어가는 길이 우리가 갈 곳이다.  우리의 가이드는 24세의  라오스 젊은 친구인데 한국말은 못하고 영어로 소통을 해야 한다.
 
▼ 얼마전 까지만 해도 공사를 하던 다리가 이제 완성이 되어 배를 타고 건너지 않아도 된다.
 
▼  우리 가이드는 이름이 "넘버원" 이라고 하는데 오늘 신고온 신발이 등산화나 운동화가 아니고 발가락슬리퍼다. 전체 코스가 12km나 된다는데 저 신발을 신고 어떻게 가려는지 걱정이 되는데 당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돈이 없어 운동화를 못산다고 하니 할 말은 없다. 몇푼 가지도 않는 운동화를 당장이라도 사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선뜻 사주기도 주저된다.
 
▼  자! 이제 모든거 내려 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세상 유람이나 떠나자!!
 
 
▼  우리 동행자 김사장과 가이드는 무슨 할 얘기가 그리도 많은지 잠시도 쉬지 않고 열심히 대화를 나눈다. 옆에서 들으니 피차간에 영어도 그리 능통하지 못한 거 같은데 둘이서는 재미 있어 죽는다.
 
 
▼  하늘에는 짚라인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곳은 지난번 왔을 때 짚라인을 탔던 곳이다.
 
 
▼  마침내 고개를 넘어 미지의 세계로 들어간다. 이곳은 일반 여행자들이 거의 오지 않는 곳이다.  앞으로 전개될 여정이 궁굼하다.
 
 
▼  오! 한적한 풍경이 마음에 든다.
 
 
▼  인적없는 초원 끝에 소 떼가 모여 풀을 뜯고 있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평화롭다.
 
 
▼  한쪽에 빈 우사가 있다. 사람이 안보이는 것을 보니 밤에는 자기들이 알아서 우사에서 지내고  아침이면 밖에 나가서 풀을 뜯고하는 이른바 소들의 자율목장인가 보다.
 
 
 
▼  그 모습이 나는 신기한데 두 사람은 관심도 없다. 무엇이 바빠서 저리 서두를고?
 
 
▼  근처에 동네도 없는것 같은데 산을 향한 차길은 넓직하게 닦아져 있다. 위에 뭔가 특이한게 있나?  어디를 향하는 지도 모르고 가이드가 안내하는대로 우리는 걷고 또 걷는다
 
 
▼  한시간 정도 올라가다 가이드가 갑자기 메고 가던 배낭을 길옆 풀숲에 감춘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올라갔다가 이곳으로 다시 내려온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갔다가 다시 내려 온다는 얘기가 아닌가?  가이드는 점심까지든 무거운 베낭을  메고 가기가 힘드니 요령을 부리자는 심산인 것 같다.
 
▼  그런데 그는 차도에서 벗어나 옆 숲길로 들어간다. 
    "어디가냐?"   
    "waterfall"  
    "그래?, 여기에 폭포가 있다고?"
 
 
 
▼ 그런데 폭포로 내려가는 길이 제법 험하다.
 
▼  한참을 더듬거리며 내려가다 보니 물소리가 들리고 작은 계곡이 나타난다.
 
 
▼  그런데 앞에 갑자기 나타난 서양 노부부, 이들도 가이드 안내로 트레킹 중인가 보다. 
 "어디서 오셨수?"
  "홀랜드"
  그런데 남편의 모습이 산악인 라이홀드 매스너와 아주 흡사하게 생겼다.
  라인홀드 메스너와 얼굴이 똑 같다고 했더니 그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
  그래서 대화 끝. "좋은 여행 되세요"
 
 
▼  우리 동행 김사장은 올라가는 험한 계곡길을 보더니 더 못가겠다고 한다. 그래서 그자리에서 쉬도록 하고 조금 더 올라가니 30m 정도의 폭포가 보인다, 뜻밖의 장소에서 보는 폭포라 그런지 반갑다.
 
 
▼  뒤에 있는 노부부가 은근히 부부애를 과시하며 나의 염장을 지른다.
    " 너만 마누라 있냐?  나도 있다" 
     그래서 나도 사진 한장 빡!!
 
 
▼  폭포 관람 끝, 그래서 내려온 길을 되돌아 올라간다.
 
 
 
▼  아니 그런데 아까 내려온 길이 이렇게 길이 험했나?
 
 
▼  드디어 차도에 나왔다.  그런데  재미도 없는 차도를 한 없이 올라가고있다. 
  " 아니 이거 뭐야, 우리가 군대 행군을 왔나? "  앞에 가는 가이드를 불렀다.
 " 어이 넘버원, 지금 우리 어디 가는 거냐?"
  "저기"
  "너 장난해?, 저기 가면 뭐가 있는데?"
  "정상"
  "허! 참"
   그래서 할수 없이 또 올라가기를 한 시간, 보이는 건 누런 황톳길 뿐, 안개비가 부슬 부슬 계속 내린다.
  소달구지 타고 정처 없이 산록을 돌아다니는 것을 트레킹이라고 한다는데 이왕 온거 참고 더 가보기로 하는데...
  한참 가다 보니 잠시 시야가 터지며 아래 들녁이 보인다.
" 야 넘버원 이리 와봐, 내가 좋아 하는 것은 저기 저 들판을 이리 저리 다니는 거야, 우리가 지금 가는 것은 노굿이야"
" 오케이, 이따가 우리가 내려가서 저곳을 걸어 갈거야"
"정말이야?" 
 "오케이"
그래 한번 속아 보자, 그래서 우리는 또 계속 올라 갔다.  그 시간이 무릇 기하이뇨?
 
▼  길가에 이슬비 맞은채 함초롬히 피어있는 꽃이 시선을 끈다.
 
  아! 지겹게도 올라간다,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가이드를 불렀다.
   " 넘버원, 저 위에 가면 뭐가 있다고?"
   " 꼭대기"
   "너 죽을래, 당장 내려가"
  그래서 우리는 안개속에 보이지도 정상을 앞에 두고 하산을 시작 했다. 
  이녀석이 구름속에 가려진 꼭대기엘 올라가서 뭘 보여 주겠다고 우리를 끌고 우중 행군을 시키고 있단 말이냐, 시간 때 우기인가? 
 
▼  내려가는 길에도 이슬비가 그치지 않고 내린다. 그런데 이건 억새도 아닌거 같고 이름이 뭔가? 이슬비를 먹음은 모습이 나름 멋이 있다.
 
 
 
▼  내려가면서 모양이 특이한 개미 집이 많이 보인다.
 
 
 
 
길위에 기어가는  지네가 제법 크다. 가이드를  놀리느라고 손으로 잡는 시늉을 하니 순진한 친구는 물리면 큰일난다고 질겁을 해서 말린다.
    " 야! 내가 짱구냐,  이걸 맨손으로 잡게?"
 인적이 드문 외딴 길가에 피어있는 꽃은 사람이 그리워 목을 길게 빼고 바라보고 있는데 우산을 쓴 아저씨가 걸어 온다, 반가워서  "나좀 보고 가세요" 하고 애처럽게 부르니...
 
 무심한 그 아저씨는 눈길 한번 안 주고 그냥 지나 간다. 세상 인심이 이렇게 야박할 수가 있나?
 
 
▼  산행 시간 3시간 만에 다시 아래로 내려와 점심 준비를 한다.  바베큐 파티다.
 
▼  배낭에서 숯을 꺼내더니 불을 피운 뒤에 즉석 바베큐 준비를 한다.
 
 
▼  허허 이런 호사가? 멋진 식탁이 꾸려졌다.
 
 
▼  앉아 있는 내모습이 왜 이렇게 처량해 보이냐?, 그 우람하던 장단지가 아주 홀죽해 졌구나?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더니 나 역시 마찬가지가 아닌가?.
어제 김사장과 자전거를 5km 정도 타면서 연로한 나를 보고 자전거 타시기 괞찬겠습니까? 라고 은근히 염려해 주던 본인이 잡석이 깔린 비포장 도로 언덕길을 올라가며 나를 따라 오느라고 죽을 번 했다는데 내려 올 때는 또 내가 너무 고속으로 내려와 자기는 이러다가 넘어져 죽는 것이 아닌가 걱정 했다며 15년 나이 차이가 무색하다며 칭찬을 엄청 해대어 나름 우쭐 했는데 이건 아무리 봐도 아니다.
노인네들이 사진 안찍겠다는 얘기가 이제는 이해가 간다.
 
 
▼  점심도 먹었으니 이제 다시 가야지!
    이제 부터는 산 위에서 내려다 보던 들판길을 룰루랄라 휘파람 불며 걸어갈 일만 남았다.
   그런데 앞에 가던 두사람이 무언가를 심각하게 얘기하고 있다.
  " 이 숲속으로 들어가는게 맞아?"
  " 안 가면 어떻게 할건대요?"
 
 
 갑자기 난데 없는 저수지가 나온다. 물 위로 넘어갈 수는 없고 우리는 빙 돌아서 간다.
  아! 마침내 들판길이 나왔다. 이제야 트레킹의 진수를 맛보는 구나!!!
 
 
 
 이곳엔 인적없는 집들이 많다. 
      "누구 사시우?"
      대답이 없다.
       "안 살면 말고"
 
 사람도 안 다니는 들판에  왜 울타리를 쳐 놨누?   
    "그건 짐승 못다니게 할려구"
 
▼  처음으로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인가를 지난다. 아줌마가 저 사람들이 여기를 왜 왔나 라는 눈 빛으로 쳐다본다.
 구름 낀 산속으로 길이 뻗어있다. 아! 우리가 저 산 속으로 계속 가는 거야?
 
▼  나 집
 
 
 
 갑자기 넓은 초원이 눈 앞에 펼쳐 진다. 
  "저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유행가 가사가 생각난다.
   꽉 막힌 산속에서 갑자기 펼쳐진 넓은 초원의 풍경은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여기가 막다른 곳이라니? 사방이 산으로 막혀 있고 길이라고는 우리가 들어온 곳 뿐이다.
 
 가이드한테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 보니 이 친구 왈, 여기가 자기네 여행사 보스 땅이라고 한다. 이 넓은 곳이 다? 하니 고개를 끄떡인다. 
 
 초원 끝쪽에 집이 보이고  한편에는 한무리의 사람들이 작업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저수지도 있고 소들의 모습도 보인다.  소들은 도망갈 곳도 없고 넓은 초원에다가 저수지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천혜의 목장이다.
 
 
 
▼  울타리 안에서 사람들이 땅을 파고 작업을 하고 있다. 젊은 여행사 사장이 땅 속에 들어가 무슨 작업을 하길래 무얼 하냐고 하니 화장실을 짓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 캠핑촌을 만든다고 한다.
이 여행사 사장은 아버지가 방비엥 최고븨 부자에다가 권력가라고 하는데 아버지나 아들 모두 허름한 옷에 모든 일을 직접 한다는 우리 가이드의 설명이다. 방비엥에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으며 운영하는 여행사도 방비엥에서 제일 큰 여행사라고 한다. 이른바 방비엥의 갑부라는 얘기다.
 
 
▼  한참을 둘러보고  볼 건 다 봤으니 이제는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이런 저런 생각하며 걷다 보니 처음 넘던 고개위에 올라 섰다.  방비엥 시내로 가는 길목의 풍경이 내려다 보인다.
 
 
 
 
▼  오늘 아침 9시 반에 시작 해서 3시 반에 하산 완료 했으니 점심시간 포함해서 6시간 정도 걸은 셈이다.
    처음 끝없이 올라가던 임도 말고는 경관도 좋고 지형도 평탄해 1일 트레킹 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날씨가 맑았으면 금상첨화인데 그래도 비가 억수로 오지 않은게 다행이다.  1일 트레킹코스로 추천할만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