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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라오스

*스쿠터 여행 -라오스의 타켁루프 (1)

by 남상태 2023. 6. 2.
2018.5

 

여행은 출발전 부터 우리에게 묘한 흥분을 불러 일으킨다. 낯선 여행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감이 복합적으로 다가오는데 특히  처음 시도하는 장거리 오토바이 여행은 대부분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70대 후반에 시도하는 것이 조금 걱정이 된다. 그렇다고 불타는 나의 도전정신을 막지는 못한다. 
 
4월 30일 아침 7시반에 출발하는 타켁행 버스를 타려고 6시에 비엔티안의 남부터미널로 나갔다. 타켁까지는 너무 멀고 도로 상황이 좋지않아 가지고 간 스타렉스를 버스 터미널 주차장에 5일간 주차를 시켰다. 주차비는 10만 킵을 받는데 한국돈 1만 3천원이니 그리 비싼 금액은 아니다. 
 
타켁 까지 6시간 걸는 라오의 장거리 버스는 우리나라 시골 마을 버스 처럼 정거장이 아니라도 타고 내리는 것이 버스기사 마음 대로다.  넉넉한 마음을 갖고 버스에 몸을 맞긴다.그렇게 마음을 비운 덕분인지 지루하지 않게 시간 전에 타켁에 도착을 한다. 
 
타켁은 라오스 남부지방 여행의 시발 점인데 그 비경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특히 추천할 코스는 타켁을 시발 점으로 꽁로마을을 거쳐 다시 타켁으로 돌아오는 2박 3일의 400키로 오토바이 루프 코스로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곳이다. 
 
타켁의 숙소는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낸 Thakhek Travel Lodge다. 터미널에서 툭툭이를 타고 트레블 롯지를 아냐고 물어보았다.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이름만 대도 안다. 도착한 뒤 3만킵 달라는 것을 깎아서 2만 오천킵을 주었다. 흥정 할 때는 어설픈 영어나 라오말 보다는 라오사람이 듣지 못하는 한국말로 하는 것이 났다. 다 와서 돈 계산 할 때 말이 안통하면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더 답답한 법이고 나는 어차피 숙소에 도착을 했으니 걱정할 일이 없다.  거리는 약 2km인데 2만 킵(2600원)이면 되지만 선심을 서서 5천킵을 더 주었다. 
 
 
▼ Travel Lodge는 여행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으로 골목 안으로 들어가니 게스트 하우스가 나오는데 숙소는 저렴한 편으로 도미토리에서 싱글, 더블등 고루 갖추어져 있고 샤워실과 화장실은 공용이다.
도미토리는 6천킵(8천원)부터 시작 되는데 동양인은 역시 나 혼자, 도미토리는 침대가 1방에 10개 정도 있고 서양인들은 남,여가 한 침대에서 자기도 한다.  나는 거금 7만 8천킵을 주고 혼자서 트윈 룸을 사용하였다. 그런데 직접 와서 계산하면 7만킵만 주면 되는데 인터넷 예약을 하면 더 비싼 것이 조금 이상하다. 
 
숙소 입구에 오토바이 렌트샾이 있어 내일 타고 갈 오토바이를 미리 예약했다. 
스쿠터는 1일 10만킵으로 3일, 30만 킵(3만 9천원)이다.
 
 
▼ 창문으로 타켁시내의 풍경이 보인다. 
 
▼ 내일부터  저 산 넘어 미지의 세계로 내가 바이크를 타고 가는 길이 이어진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렌다. 
 
▼  아침 7시반, 출발전에 오토바이 조작하는 법을 배웠다.  매일 아침 타는 자전거와는 완전히 감이 다르다. 우선 무게감이 차이가 나서 자전거와 달리 핸들 제어는 손으로는 방향 전환이 안되고 몸 중심이동으로 한다. 45년전에 탔던 오토바이의 감은 완전히 사라졌다. 
롯지 마당을 왔다 갔다 하며 연습을 해보는데 방향 전환이 잘 안된다. 야! 이래가지고 어떻게 400km를 간단 말인가? 
처음 시작은 10km,, 다음에 20km의 속력으로 조금씩 속도를 높혀 보는데 오토바이 운전은 이론 보다는 몸에 적응시키고 각인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도 인증샷은 필요한 거 같아, 주인 아줌마 한테 한장, 부탁했다, 그런데 그 아줌마는 서툰 내 솜씨를 보고는 계속 불안한 눈길을 보낸다. 
" 이 영감한테 차 빌려 줬다가 다 망가지는 거 아냐?"
 
▼  드디어 미지의 세계로 출발을 한다. 조금씩  속도를 적응하면서 가는데 아직 마음의 안정이 안되어 길가의 가게에 들려서 커피 한잔을 한다. 꼬마 아가씨들이 낯선 외국사람이 사진을 찍자고 하니 상당히 수줍어 한다. 
 
▼조심 조심 출발을 한지 어느새 2시간이 지났다. 차차 주위의 경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제 서서히 페이스를 올려 보자
 
▼ 다행이도 차들이 많이 다니지는 않는다. 끝없이 이어지는 길, 그래!, 여행은 길을 떠나면서 시작이 되는 것이지, 우리의 조상들은 먼길을 갈때 걷거나 형편이 좋은 사람은 말을 타고 가다보니 속도가 느려서 길 위에서 세월을 다 보냈다. 
요즘 같으면 100리길도 차로 가면 얼마 안걸리지만 옛날엔 걸음이 빠른 사람도 하루에 가기가 힘든 길이다. 
 
 

       가는 길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 가게에 잠시 들리느라고 길 건너에 세워 놓은 오토바이가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그새 정이 들었나? 
 
▼ 110cc 짜리 스쿠터는 90km 이상 속력을 내기가 힘든다.  그래도 천천히 달리다 보면 어느새 앞 강물이 뒷 강물이 되고, 뒷 강물은 먼 강물이 된다. 
 
▼  내가 지나간 이 길을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지나가는 주위의 풍경을 소중한 기억속에 담아두자!!
 
▼ 1년에 3모작을 할 수 있다는 이 나라 농사, 그러나 실제로는 2모작도 힘들다. 관개시설이 안되어 물 공급이 어려우니 날씨만 따뜻하다고 농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모습은 한국의 가을 들판과 비슷하다.  
 
▼ 들판 논 가운데 그늘막 아래서 여러사람이 모여 있다. 본인들 사정이야 모르겠지만 멀리서 보니 정겹게 보인다. 
   저 사람들은 지금 무슨 얘기들을 하고 있을까? 여기 라오사람들은 두사람만 모여도 이것 저것 얘기들을 참 잘한다.  
 
▼ 물 빠진 하천에 고사목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 이 지역은 댐으로 인한 수몰 지역이 많아 고사목들이 많다. 
 
▼ 차가 다니는 길은 찻길, 숲이 우거진 길은 숲길, 처음 가는 길은 첫길, 혼자가는 길은 혼잣길, 들에 나 있는 길은 들길, 도로의 한쪽 길은 갓길, 오토바이 타고 가다가 가기 싫은 길은 황천길, 그러나 이 길을 가는 것도 내 몫의 길이라면 황천길이라도 어쩔수 없이 가야만 하겠지...
그래, 우리가 살면서 좋으나 싫으나 평생 가는 길이 바로 인생길이 아니던가?
 
▼ 갑자기 내리는 빗줄기가 시원하기는 한데 , 얼굴이 따갑다,  그러나 이 비가 내리고 나면 또 다른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그네 여행길의 풍경은 수시로 변한다. 
 
오늘 가야 하는 거리가 200km다, 최고 속도 40km로 쉬엄쉬엄 가다보니 오늘 안에 다 못가게 생겼다. 5시 반인데 아직 40 km가 남았다. 굽이굽이 산길을 어두울 때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아니 아직 자신이 안선다. 
그래서 가다가 조금 큰 마을에 오토바이를 세웠다. 
빨리 간다고 옥색고무신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서두를 이유가 없지 않은가?  9시간 가까이 긴장하며 운전하다 보니 피곤하기도 하다. 
 
마당이 넓은 게스트 하우스엔 방은 여러개 인데 자는 사람은 나 혼자, 식사도 나가서 먹고 오란다. 그런데 침대며 시설이 형편 없다. 벌레들하고 하룻밤 동침을 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방바닥엔 온통 날벌레 시체 들이 널려있다. 
그래도 야외 텐트에서 잔 것 보다는 훨씬 고마운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