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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서의 봉사활동

한인쉼터의 풍경

by 남상태 2023. 5. 31.

2017.9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여름방학 때 반 전체가 두메산골 한적한 학교로 며칠간 연수를 간적이 있다. 마지막 날 집사람과 그 학교를 찾아가 학생들이 철수 하는 모습을 보았다. 운동장에 정렬해 있는 학생들 앞에 선생님이 학생들이 교실에 놓고 온 옷, 수통, 가방, 심지어는 손목시계 등등 물건들을 가지고 나와 학생들에게 찾아가라고 해도 찾으러 나오는 아이들이 없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이 전부 모여 있으니 분명 이중에는 물건 주인들이 있을 텐데 한사람도 나오지를 않는다. 왜 그럴까?

나중에 선생님 말씀이 며칠 동안 집 떠나 고생을 하고 나니 피곤하고 지쳐서 물건들을 가지고 가기가 귀찮아 그런다는 것이다. 순간 생각이 복잡해 졌다.

 

그 때가 80년대 중반 무렵이니 우리나라 생활이 조금 씩 나아지고 아이들도 집에서 귀엽게 자라다 보니 물건 아까운줄 모르고 가지고 있던 물건을 잃어버리면 엄마한테 다시 사달라면 된다는 생각들이 일반화되기 시작하던 때 였던 것 같다.

어린 시절 6.25를 겪은 우리들에게는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이제 그 당시 보다 훨씬 생활이 풍족해 지고 젊은이들은 외국 나가는 것이 이웃집 다녀오는 것 보다 더 일반화 된 지금, 외국에 나온 젊은 친구들의 모습은 우리의 생각을 초월한다. 여행경비는 어떻게 준비 했느냐고 물어보니 부모님에게 받았다는 사람도 있고 알바로 충당했다는 젊은이들도 많다. 목표를 정하고 금액이 충당 되면 외국에 와서 그 돈은 아낌없이 다 쓰고 가면 된다는 생각, 그들은 그 것이 별로 이상할 것이 없다.

 

하루에 수십 명씩 거쳐 가는 라오의 쉼터 모습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라오는 지금이 우기라 시도 때도 없이 비가 온다. 그러다 보니 쉼터 내에는 그들이 사용하고 버린 비옷이나 우산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아주 멀쩡한 물건들을 너무 쉽게 버리고 가는 그들에게 물건 아껴쓰라고 했다가는 눈총받기가 십상이니 나는 말없이 그 물건들을 거두어 정리해 놓았다가 갑자기 비가오면 준비 못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

 

 

 

그들이 버리고 가는 물건들은 참 여러 가지다. 돈주고 산 생수를 따지도 않고 버리는가 하면 어떤 때는 태블릿 PC도 보이는데 그것은 아마도 잊어버리고 간 것임에 틀림없을 것 같다.

 

 

오늘 아침 청소를 하다가 의자 밑에 신발이 보여 꺼내 보니 너무 멀쩡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신발을 버리고 가나 싶어 누가 신으라고 잘 보이는데 올려 놓았는데 한국 젊은이들은 가져갈 리가 없고 라오직원들이나 신으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아! 이것이 좋은 현상인지 안 좋은 현상인지 나는 얼른 구분이 안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