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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서의 봉사활동

라오스의 한인쉼터를 방문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보면서...

by 남상태 2023. 5. 31.

2017.9

라오스의 여행자 한인쉼터는 배낭을 멘 젊은 친구들이 많이 찾는다. 내가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한지도 어느새 5개월이 지나갔다.

처음 어색하던 분위기도 이제는 제법 익숙해져 아침 설명회도 어려움 없이 진행한다. 아침 9시면 여행자가 많던 적던 간에 한인쉼터 소개와 여행자들의 다음 코스인 방비엥, 루앙프라방에 대한 여행 정보를 제공해 준다.

 

한인쉼터는 여행자들을 위한 무료 쉼터다. 그래서 나도 숙식만 제공 받고 월급은 없이 봉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나면서 보니 월급보다 더한 대가가 나한테 돌아온다. 대부분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은 생기발랄하다. 더구나 이들은 낯선 이국땅을 향해 배낭하나 짊어지고 겁 없이 집을 떠난 친구들이 아닌가? 내 나이에 이런 친구들과 호흡을 같이 하며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런 일은 누구나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큰 축복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은 젊은이들에게도 그 분위기가 느껴지는지 나를 생각 이상으로 젊게 봐주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라오스의 한인 쉼터는 말 그대로 여행자들이 부담 없이 쉴 수 있는 곳이다. 1층의 휴게실은 2층의 도미토리 게스트 하우스와는 별개의 공간으로 숙박과 상관없이 쉴 수 있는 곳인데 이곳에서는 짐 보관, 휴식, 냉커피 제공, 화장실, 샤워실 등의 사용은 물론, 와이파이 사용이나 전화기 충전등도 무료이며 밤 12시 넘어 도착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심야 공항 픽업, 유심칩 구입, 환전, 실비로 제공하는 부속시설인 2층의 1불게스트하우스와 다음날 아침 방비엥으로 떠나는 여행자 버스예약 대행 등을 할 수가 있다. 게스트 하우스와, 차량 등의 수용 한도를 감안해 사전 예약은 필수다. 

 

그런데 이곳에서 몇 달간 생활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한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고, 나쁜 일이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게 마련인데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봉사를 하면서 좋은 일을 보면 기분이 좋고 좋지 않은 일을 보면 기분이 언짢아진다. 더구나 이들은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고 갈 우리의 희망들이 아닌가?

 

 

하루에 수십 명씩, 한 달이면 천명 가까운 여행객들이 거쳐 가는 이 쉼터는 숨김없는 한국 청년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나는 아침 설명회 시간에 여행정보 이외에 나이 먹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조금 진부한 얘기들을 농담처럼 하기도 한다.

 

“길을 가다 옷깃을 스쳐도 전생의 인연이라고 했는데 이런 먼 이국땅에서 자리를 같이 하고 얘기 할 수 있는 것은 여러분과 나는 얼마나 기가 막힌 인연이가요?”

 

그런데 이 말이 분위기와 장소 탓인지 생각보다 더 어필 하는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외국 여행이라도 집 떠나면 고생이요 집 생각, 부모님 생각이 나기 마련인데 불편한 야간 저가항공기를 타고 심야에 도착해 도미토리 게스트하우스에서 쪽잠을 자고 나니 마음들이 여려지는 것 같다.

 

이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한번은 내가 이들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여러분이 지금 라오스에 여행을 오셨는데 우리나라 여행 자율화가 언제 되었는가 아시나요?”

“…….”

 

대답하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다. 아니 생각도 안 해봤고 알 필요도 없다는 눈치다. 나는 잠시 그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88올림픽을 치른 다음해인 1989년부터 여행 자율화가 시행 되었고, 여행자율화 이전에는 해외에 나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는 설명은 이들에게는 놀랍기는 하지만 왜 해외여행을 규제했는지 이해가 잘 안가는 눈치다. 이 친구들의 나이가 20대 초반이니 자기들이 태어나도 전의 일을 기억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며칠 전 아침 6시 50분, 한인쉼터에 도착하여 잠긴 문을 열고 마당을 지나 쉼터 안을 보니 전등이 하나 켜져 있다. 어제 늦게 일을 끝낸 직원이 불을 안 끄고 들어갔는가 보다 라고 생각하고 건물 뒤로 돌아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어둑한 실내에 아가씨 세 사람이 탁자위에 배낭을 올려놓고 앉아서 들어오는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깜짝 놀라 상황 판단이 안 되어 어리둥절하다가

“2층 숙소에서 자고 새벽에 내려왔어요?”

라고 물어보니 그게 아니고 루앙프라방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새벽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문이 잠겨 있는데 어떻게 들어 왔어요?”

순간 의외의 답이 나온다.

“담을 넘어 들어 왔어요”

“예?”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 담의 높이는 사람 키 정도가 되는데 윗부분을 뾰족한 창살로 만들어 놓아서 여자들이 쉽게 넘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곳에 몇 달 전 여행 온 청년 네 사람이 새벽까지 밖에서 술을 먹고 숙소에 와 보니 대문이 잠겨있자 세 사람은 힘들게 담을 넘어 왔는데 그중 술이 많이 취한 친구는 아무리 애를 써도 넘어 오지를 못해 밖에 놔두고 세 친구만 들어와 잤다고 한다. 못 들어온 친구는 내가 아침에 올 때 까지 온 몸을 모기에 물린 채 대문에 기대어 졸고 있었다. 그 때도 무슨 일인가 영문을 몰라 그 친구에게 왜 이러고 있냐고 물어보니 술이 아직 다 깨지 않아 대답도 제대로 못한다. 그래서 내가 문을 열고 데리고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아가씨들은 그 무거운 여행 가방을 들고 남의 집 담을 넘어와서 아무도 없는 건물 안에 들어와 태평하게 쉬고 있다니….

우리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제는 남녀 구별이 없는 세상이 된 거 같다. 여행이 일상이 된 시대가 되다보니 혼자서 여행을 온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그런데 혼자 온 사람들 10명중 7명은 여자들이다. 그 것도 연약해 보이는 아가씨가 아무렇지도 않게 혼자서 여행가방을 들고 들어온다.

내가 궁금해서 물어 보았다.

“혼자 다니기가 겁나지 않아요?”

“괜찮아요”

어렵게 물어본 내 질문에 너무도 편안하게 대답한다.

 

모든 일은 생각하기에 달렸다고 하는데 벌레 한마리만 보아도 호들갑을 떠는 여리디 여린 아가씨들이 낯선 외국엘 남자들 보다 더 용감하게 뛰어드는 것은 오직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의 변화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한인쉼터에 오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유심히 관찰 한다. 한인쉼터는 한국젊은이들의 민 낫이 드러나는 곳이다. 누구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그들의 생각과 모습들은 현재 한국 젊은이들의 현주소다.

 

그들이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남을 배려 한 다기 보다는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공중장소에서 집에서 하던 행동 그대로 조금은 버릇없는 행동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모습을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학교에서의 예절 교육이라던가 가정에서 부모들의 가정교육의 필요성을 생각하게 된다. 문제는 당사자들은 자기의 행동이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긴 무리지어 패키지여행 온 나이든 사람들도 크게 다를 것이 없으니 할 말은 없다.

 

한인쉼터는 돈을 받고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 여행자들을 위해 무료로 제공하는 쉼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사용하고 또 같이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행동을 해야 할 텐데 그런 의식이 전혀 없어 보이는 친구들이 있으니 문제다.

 

언젠가는 아침에 문을 열기도 전에 밤 버스를 타고 온 배낭을 멘 10여명의 젊은 남녀들이 대문 앞에 대기하고 있다가 내가 문을 열자 안으로 몰려들었다. 청소도 하기 전에 들이닥친 그들은 쉼터 내에 들어와서는 마치 점령군처럼 행동을 한다. 어디서 오는 길이냐고 물어보니 베트남에서 봉사를 하고 오는 길이라고 하는데 차림이나 행동들이 봉사자들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무전여행을 다니는 야생마 같은 모습들이다.

 

쉼터 안에 가지고 온 짐들을 이곳저곳 펼쳐 놓고 화장실이 어디냐 샤워실이 어디냐고 하면서 옷을 벗어 제킨 채 십여 명이 난리를 치니 청소를 할 엄두가 안 난다. 그뿐만이 아니고 핸드폰 스피커를 꺼내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마치 야유회에 온듯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자애들도 자기들 끼리 큰소리로 깔깔대며 웃고 떠드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들을 보면서 한국에서 봉사라고 온 사람들이 베트남에서 어떤 행동을 했을지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예전 우리가 처음 여행을 다닐 때는 외국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말들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개념이 전부 없어진 거 같다. 이런 사람들은 봉사활동은 제발 집에서나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청소를 안 할 수가 없어 빗자루를 들고 쓸고 있는데 한 아가씨가 의자에 앉아 앞 의자에 두발을 걸친 채 아주 편안한 자세로 음악을 듣고 있다. 그런데 내가 자기 앞에 가서 쓸고 있는데도 발을 내릴 생각을 안 한다. 순간 빗자루로 후려치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한국 젊은이들 중에 이런 개념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숨이 절로 나온다. 물론 젊은 사람들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깔끔하게 자기 일들을 처리하고 여행을 위한 치밀한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한다. 스마트폰으로 못하는 것이 없는 요즘의 젊은이들답게 여행에 대한 모든 정보들을 소상하게 알고 있어 놀라기도 하는데 어느 때는 지나친 정보가 화가 되는 수도 있다.

자기가 습득한 정보를 믿고 지나치게 주위를 불신하다 보니 득이 되는 여행정보를 마다하고 자기 식대로 하다가 고생을 하기도 한다.

 

배낭여행은 최소의 경비를 들여 몸으로 직접 부딪치면서 하는 여행이다. 그런데 그럴수록 준비는 더 철저하게 해야 하고 행동 또한 조심해야 한다.

설명회 시간에 가끔 이런 얘기도 한다.

“여행 다닐 때는 항상 웃으며 다니세요, 그리고 말이 안 통하더라도 일부러 먼저 말을 거세요, 그러면 여행 다니기가 편해집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못한다는 얘기가 있다. 어떤 친구들은 쉼터에 들어오면서 인상을 잔뜩 찌푸리거나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가까이 하기가 어려워진다. 어떤 젊은 친구들은 초면인데도 아주 살갑게 다가오며 웃음 띤 얼굴로 이것저것 묻는데 그럴 때면 하나라도 더 여행 정보를 알려주고 무언가 도와주고 싶어진다. 그 것은 외국 사람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경계의 마음을 가지고 대하면 상대편 역시 나를 경계한다. 여행은 빠르고 정확한 정보가 필수다. 그러면서 어떻게 도움을 받고 정보를 얻을 것인가?

 

그리고 여행 물품들은 꼭 필요한 것들을 빠지지 않게 준비하고 짐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장 부피가 많이 나가는 옷 종류들은  가볍고 세탁을 하면 빨리 마르는 성능이 좋은 기능성 제품들로 준비하고 특히 빠트리면 안 되는 것이 비상약들이다.  여행중 물갈이할 때 일어나기 쉬운 지사제는 필수 인데 준비를 하지 않아 고생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리고 저개발 도상국들을 여행 할때는 화장지 또한 챙겨야 할 품목이고 현재 이곳은 우기인데도 작은 우산 하나 준비를 안 해 와서 빌려 달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현지 정보 확인 또한 꼭 해야할 일이며 짐은 가능하면 작게하는 것이 여행을 즐겁게 하는 요령이다.

 

한인쉼터를 방문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나도 많은 것을 배운다. 그들이 잘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배우고 그들이 잘 못하는 것을 보면 나의 행동을 되돌아본다. 많은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나의 인생 또한 말년에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가 있어 고맙고 나 또한 이들이 좋은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이런 것이 말년의 작은 행복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