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땅의 넓이는 우리나라의 38배인가 하고 남한의 넓이와 비교하면 70배가 넘는다고 하니 좁은 땅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실감이 잘 안 난다. 중국의 국내선 비행기도 웬만하면 우리나라에서 대만이나 홍콩, 일본으로 가는 국제선 항로의 시간보다 훨씬 더 걸리니 참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런데 열차야 말해서 무엇하랴? 주요 도시간의 소요시간이 20시간, 30시간은 보통이고 70시간 80시간 이나 걸리는 곳도 있다고 하니 직접 타보지 않으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유주에서 장가계 까지는 기차로 15시간 30분이 걸린다. 15시간이나 기차를 타고 간다고 하니 모두 하품을 한다.
중국 기차는 장거리 코스가 많아 침대열차가 발달되어 있다. 4인 1실의 침대 칸은 1량에 8실이 있는데 우리가 6실을 쓰는 바람에 전세 낸 거나 다름이 없다. 냉방 시설이 잘되어 있어 문을 닫으면 잠을 자기에도 불편이 없고 분위기가 아늑하여 머리 맞대고 술먹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갈곳도 없는 기차 안에서 술 하면 모두 일가견이 있는 역전의 용사들이 한데 뭉쳤으니 술 못하는 몇 사람은 진작부터 기가 죽어 있다.
우리 일행의 최고 형님 “장청창 따꺼”가 주는 술잔은 도저히 거절 못할 카리스마가 있다.
“야 먹어” 하면 다음 말이 필요 없다.
두주 불사의 상남형, 소주 7병 실력의 제혁이형, 술 하면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있는 학률, 아무리 먹어도 취하지 않는 재환, 여기에 홍식, 쾌정, 경식 모두 겁나는 면면들이다. 다른 것은 다 잘하는데 술 하나만은 맥을 못 추는 나와, 쾌정이 소개로 이번에 동참을 하게된 세 사람의 고대교수들은 좌불안석이다. 고참 선배들의 눈치를 보면서 자기 방을 놔두고 이방 저 방 쫓겨다니던 이천희교수는 새벽 2시가 되자 할수없이 복도의 조그만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신세가 되었는데 이 모습을 보고 어느 부인은 참으로 애처로워 보인다고 한탄을 한다. 들리는 얘기로는 아침 5시까지 술을 먹었대나 어쨌대나 하는데 아무튼 못말리는 주당들이다.
이제 지겨운 술 이야기는 그만하기로 하자. 우리의 이번 여행의 목적은 술이 아니니까.....
7월 19일(금)
이런 저런 사연을 안고 기차는 오후 3시, 장가계 역에 도착을 했다. 뜨거운 날씨. 온도가 35도라고 하는데 불가마속에 있는 것 같다.
“어젯밤 술 많이 먹은 분들 조금은 괴로울 거여”
그렇지만 우리는 어차피 관광을 해야만 하는 사명을 안고 장가계에 왔다.
첫 번째 코스는 보봉호수. 산 위에 위치한 이 호수는 버스에서 내린 뒤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유람선을 타는 선착장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댐이나 호수라고 하면 물을 가두어 놓는 제방이 보이게 마련이다. 그런데 산 협곡에 있는 이 호수는 제방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산모퉁이를 돌고 돌며 선상유람을 하게 되어 있다. 배를 타고 산모퉁이를 돌아가니 물가에 커다란 배가 한척 보이는데 우리배가 다가가자 무희들이 나와 음악에 맞추어 민속춤을 춘다. 중국 전통의 화려한 복장을 하고 아가씨가 활기 있게 춤을 추는 모습이 이채롭다.

춤을 본 뒤에 전기로 움직이는 유람선은 또다시 호수 위를 조용히 흘러간다. 산모퉁이를 돌아가니 이번에는 또다시 조그만 배 한 척이 나타나고 그 배안 에서 한 소년이 나와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데 산과, 물과, 배가 어울려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 참으로 당연한 이야기인데 이곳에 와서 보니 그 말의 심오한 뜻을 조금이나마 알 듯 하다.
관광을 끝낸 뒤 산골 작은 마을에 있는 강한산장에 여장을 풀었다. 너무나 작은 마을이라 위락시설은 빈약하기 짝이 없어 저녁 식사후 뒤풀이를 위해 호텔 밖을 나왔다가 결국 갈곳이 없어 맥주 몇 병 사들고 호텔 방으로 들어 왔다.
7월 20일(토)
오늘은 이번 관광의 하이라이트인 장가계의 천자산 유람이다.
장계계의 특이한 형태의 지형과 모양을 어느 미학자가 평하기를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 참으로 알고도 모를 일이로다” 라고 하였다. 산이 아름답다거나, 멋있다거나 하는 칭찬의 말이 아니고 “이건 말이 안 돼”라는 평 이전의 감탄사로 그의 심정을 표현 한 것이다.

장가계는 우리의 상식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모습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장가계는 중국 최초로 국가로부터 국가삼림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92년에는 UN교육과학조직으로부터 세계자연유산목록에 수록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러한 천자산을 보기 위하여 우리는 비행기타고, 기차 타고, 버스 타고 그 머나먼 길을 달려 온 것이다. 계림의 가이드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계림을 달걀이라고 한다면 장가계는 타조 알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계림을 먼저 보고 다음에 장가계를 보아야지 장가계를 보고 계림을 보면 관광 할 맛이 안 납니다.”
물론 계림은 계림 나름대로의 멋과 운치가 있다. 그런데 장가계는 상식을 벗어난 자연 모습을 가지고 있어 더불어 비교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데 “아뿔싸”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오늘이 토요일이다. 그 바람에 주 5일 근무를 철저히 지키는 중국은 휴일을 맞아 내국인 관광객들이 겁나게 몰려와 천자산 케이블카 입구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전에는 오자마자 케이블카를 탈 수 있었는데 오늘은 영 말씀이 아니다. 무려 두시간 가까이 이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차례를 기다리는 인고의 시간은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아! 나는 싫어, 기다리는 건 싫어, 더운 건 싫어”
그래도 우리는 속절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땀을 팥죽같이 흘리면서
마침내 차례가 와서 케이블카를 타고나니 그동안의 짜증은 사라지고 좋아서 웃음만 나온다.
“자! 가자, 천상의 나라로, 환상의 세계로!!! ”
하늘 높이 까맣게 매달려 올라가는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주위의 산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계림의 둥글둥글하고 부드러운 형태의 산과는 달리 날카롭고 뾰족하고 거친 형태의 산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이곳 장가계 관광을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와! 와!” 한다고 해서 “와와” 관광이라고 한다던가?
10여분만에 산 정상에 올라서니 어디를 먼저 보아야 할지 가늠이 안 된다.
“자! 정신을 차리자. 그래서 열심히 보자!”
케이블 카에서 내리니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산 위에 어인 버스?”
이 버스들은 공짜인데 케이블카을 타고 온 사람들을 하룡공원까지 날라다 주는 역할을 한다.
“룰루 랄라” 버스를 타고 멀지 않은 하룡공원에 도착하니 말그대로“人山人海” 산 위에서 사람이 바다를 이루고 있다.
장가계는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특이한 지형의 모습으로 수풀처럼 일어서 있는 기이한 봉우리들 사이로 깊은 계곡이 얼기설기 뻗어내려 그 계곡의 물줄기는 한없이 흘러가고, 계곡의 양편에 도열해 있는 높고 낮은 암봉 들은 너무나 높아 고개를 들어 쳐다보기가 어려운데 흐린 날씨에 봉우리 사이로 흘러드는 안개와 구름들은 이 곳이 혹시 신선의 세계가 아닌가 하고 눈을 의심하게 한다.
하룡공원을 돌아보며 사진 찍기에 정신들이 없는데 과연 사진이 생각처럼 멋있게 나와 줄까?
하룡공원 끝에 있는 붉은 색깔의 육기각이 눈에 띤다. 누각앞에 “천리를 다 보려면 한 층계 더 오르라” 라고 써 있는데 더운 날씨에 한 층계 오르는 것이 엄두가 안나는지 모두들 올라갈 생각들을 안 하고 누각 앞 그늘에서 연좌농성 하듯 꼼짝 들을 안 한다.
“자! 이제 내려갑시다. 아래까지 걸어서 내려가는데 약 1시간 반정도가 걸리니 자신 없는 분은 케이블 타고 내려가십시오”
“케이블카 타고 내려 가실 분 안 계십니까?”
목 터지게 외쳤지만 어제는 분명히 몇 사람 후보자가 있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한사람도 없다.
내려가면서 보는 경치가 환상적이라는 설명에 체력에 자신이 없는 부인들도 사력을 다 하겠다는 비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오! 필승 KOREA" "오! 필승 KUAC"

그런데 시작은 용감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선두와 후미의 시간은 한시간 가까이나 벌어 졌는데 후미에 쳐진 사람들은 그래도 늦은 이유를 그럴듯하게 둘러댄다.
이렇게 좋은 경치를 보면서 어떻게 빨리 갈수 있느냐는 것이다
중식 후에는 金鞭溪谷(금편계곡) 관광이다.
“계곡은 봉우리들이 숲을 이루었고, 계곡의 물은 산과 산을 휘돌아 내리니 한 걸음 한 걸음마다 하나의 경치를 이루고 있다.”
금편계곡을 설명한 한문을 보고 내가 살을 붙여서 해석을 하였는데 맞는 말인지?

천자산 계곡 중에 으뜸의 자태를 뽐내고 있는 금편계곡은 그 길이가 20여리, 계곡을 따라 경사가 거의 없는 관광로가 나 있는데 좁은 계곡 양편에 도열해 있는 직립 봉들은 너무 우뚝 솟아 사진을 찍으려면 카메라 앵글에 반도 들어오지 않아 좋은 경치를 찍기 위 하여는 광각 렌즈가 필수다.
고개를 완전히 뒤로 제킨 뒤 산 위의 경치를 바라보면 목이 아프고 제대로 걷기가 힘이 든다.
“이럴 땐 가만히 있어도 180도 방향을 전부 볼 수 있는 잠자리 눈이 제격인데“
되지도 않는 상상을 하면서 걷다보니 중국사람들 틈에 우리 한국 사람들도 제법 많이 눈에 띈다.

힘이 드는 사람들은 대나무 두 개에 의자를 얹어 만들은 가마를 타고 간다. 가마꾼들은 운 좋게 손님을 태우고 나면 신이 나서 앞에 가는 사람들을 비키라고 소리치며 엄청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우리가 걷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가는데 참으로 놀랍다.
“만원”“만원” 한국말로 호객을 하는 모습은 계림이고 장가계고 이제는 흔한 일이다.
“아! 좋다. 정말 멋있다!” 너무나 평범한 감탄사를 연발하며 걷다보니 2시간, 계곡의 끝은 우리가 들어온 공원 반대편 입구인데 이곳이 공원 정문인듯 넓은 주차장과 많은 가게들이 보인다.

얼떨결에 오전 오후 강행군을 한 부인들은 차에 오르고 내릴 때마다 다리가 아픈지 “아이고”소리를 연발한다. 부인들뿐만 아니고 평소에 잘 걷지 않던 우리의 주당들 역시 절뚝거리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듯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로서 계림과 장가계의 관광은 모두 끝났다. 이제 우리는 밤 11시 비행기를 타고 상해로 가야 한다.
누군가 한마디 한다
“아이고 돈 내고 이게 무슨 고생이람!”
그렇지만 고생하면서 보고 들은 이곳의 모습은 오랫동안 우리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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