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오늘만 같아라!”
우리가 여행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서는 필요한 조건들이 있다.
그 첫째는 여행하는 날의 날씨가 좋아야 한다. 길 떠나면서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면 그날은 따질 것도 없이 “꽝”이다.
둘째는 가는 곳의 볼거리가 좋아야 한다. 애써서 찾아간 곳이 사하라 사막처럼 먼지만 풀풀 날리는 곳이라면 애써서 찾아간 보람이 없다.
셋째로 피곤한 여행길에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먹거리가 만족스러워야 한다.
그 지방의 유명 음식이 우리의 입에 꼭 맞는다면 그야말로 우리의 기분은 “짱”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욕심을 더 부려 본다면 같이 가는 일행이 어떤 사람들인가 하는 점도 유의해야 할일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하나 더 있다. 주말 귀경 길의 공포 대상인 교통체증은 우리를 엄청 짜증나게 한다.
그런데 이번 4월 행사는 걱정했던 이런 여러 가지 필요조건들이 모두 기대이상으로 무난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
봄이 오는가 했더니 갑자기 더워진 날씨 탓으로 순서대로 피어야 할 꽃들이 자기 차례를 잊어버리고 뒤섞여 피는 바람에 올 봄은 화려한 꽃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다.
개나리와 목련이 피는가 했는데 어느새 벚꽃과 진달래가 피어나고 철쭉과 라일락까지 거들기 시작하여 뒤죽박죽 꽃 잔치가 한창인데 이제 우리나라의 봄은 실종의 위기(?)에 처해 있지 않은가 하는 기우까지 하게 된다.
더구나 비까지 오지 않는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는 탓에 피어난 꽃들이 마지막까지 자기의 천수를 다하고 있어 우리는 더욱 황홀한 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시절, 남녘 땅 변산반도까지 가서 봄 기분을 만끽하고 왔으니 우리는 너무나 행복한 것이다.
국립공원 변산반도는 서울에서 하루에 갔다 오기에는 조금 먼 곳이다. 그렇지만 일은 저질러 놓고 보아야 한다고 했던가?
화창한 봄날 이른 아침은 우리의 기분을 적당히 흥분되고 기분 좋게 만든다.
더구나 “룰루랄라” 버스타고 먼길 떠나는 26명 우리 일행의 기분은 말해서 무엇 하랴.
변산반도의 주산인 변산은 그리 크지 않은 산이면서도 갖출 것은 다 갖춘 산이다.
호수가 있고, 폭포가 있고, 적당히 험한 암능길 하며, 지루하지 않게 오르내리는 작은 봉우리들은 우리의 호흡을 적당히 가쁘게 해주는데, 정상에 오르면 탁 트인 시야가 우리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처음에는 몇 사람만 산을 넘어가고 나머지는 관광을 한 뒤에 내소사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막상 산행을 시작할 때는 9명만 버스를 타고 가고 나머지는 모두 등산 팀에 합류를 하여 우리 원예산우회의 저력을 웅변으로 말해 주고 있었다.
노익장을 자랑하는 원선배를 선두로 하고 우리 일행 18명은 뒤처지는 사람 없이 잘도 오르는데 정 회원의 초등학교 다니는 딸 역시 힘들어하는 내색도 없이 아빠보다도 더 잘 걸어 우리 회원들의 팀웍은 그야말로 만점이다.
서울을 출발 할 때 화창하던 날씨가 산행을 할 때는 땀이 날까봐 약간 흐려지면서 햇빛을 가려 주더니 내소사에 내려 올 때는 다시 햇빛이 나면서 벚꽃의 화사함을 빛나게 해주는 기가 막힌 날씨의 배려로 우리는 감격을 하고 말았는데 누구의 주문이 그토록 효과를 보았는지 나는 아직도 궁금할 따름이다.
우리가 등산하기 전에 들려서 먹은 이지역 명물인 죽 이름이 무엇이었던지 나는 기억을 하지 못하는데 신기한 것은 그 양이 적은 듯 했는데도 산행하는데 공복감이 느껴지지 않아 역시 그 지역 유명 음식의 이름값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산 길에 내려다보이는 내소사는 하얀 벚꽃 속에 둘러싸여 한폭의 그림같다. 약간 붉은 기운이 도는 하얀 벚꽃은 붉어서 더욱 희게 느껴지고, 흰 목련과 더불어 이제 막 피어나는 나무 가지의 연두색 새 잎들이 어울려진 내소사 경내는 아름답고 신선한 색깔의 조화가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등산 팀이 내소사에 내려와 경내를 구경할 때 까지 헤어진 9명의 관광 팀은 보이지를 않는다.
보나마나 관광보다는 먹거리에 관심이 많아 바닷가에 내려가 한판 벌리지 않았는가 짐작이 가는데 우리가 잔디밭에 둘러 앉아 가지고간 곡차(?)를 마시며 친목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에 그 팀으로부터 뒤늦게 내소사 주차장에 있다는 연락이 온다.
귀경 길은 진주에 가서 진주의 명물 비빔밥을 시식하였는데 진수성찬이라는 말에 걸맛게 반찬도 다양하고 음식도 맛이 있다.
거기에다 변산에서 사 가지고온 피조개를 즉석요리하여 나누어 주는데 이름이 왜 피조개인가 했더니 피가 뚝뚝 떨어진다고 하여 피조개라고 한다는 것을 나는 처음 알았다.
심장이 약한 나는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 외면을 하고 있는데 몸에 좋다고 하니 여러 사람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전주에서 저녁 8시에 출발을 하면서 과연 오늘 안으로 서울에 도착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였는데 뜻밖에도 버스는 거침없이 달려 3시간이 채 안되어 서울에 도착을 하였다 이런 행운이 또 있는가?
좋은 날씨에, 좋은 벗들과, 등산 잘하고, 잘 먹고, 또 편안하게 왔으니 이에서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거기에다 집에 갈 때 빈손으로 가면 섭섭하다고 회원들이 스폰서한 선물을 한보따리씩 건네준다.
“오! 해피데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항상 오늘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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