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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시화방조제 라이딩

by 남상태 2023. 5. 27.

2005.

 

시화 방조제 방아머리 선착장을 다녀왔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니 하루에 200km 정도는 쉽게 갔다 온다. 최고속도가 50km나 되니 자전거에 엔진을 달고 다니는가 보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갈 수는 없고 100km 정도는 도전해 볼 수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시화방조제를 목표로 했다.  100km는 250리인데  걸어가려면 엄청난 거리다. 누군가 같이 가면 힘이 될 것도 같지만 마땅한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길 가다 만난 자전거 타는 아줌마 하고 갈 수도 없으니  결국 혼자 가는 수밖에 없다.    

수요일 아침, 어제까지 내린 비로 인해 신록의 프르름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며칠 만에 보는 굴포천 개울가 풍경도 많이 변했다.
올봄에는 꽃들이 참으로 숨 가쁘게 피고 지는데 기온의 온난화로  꽃들도 언제 피었다가 져야 하는지 조금은 헷갈리는 눈치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사진을 찍으려면 등산하다 사진 찍는 것보다 더 번거롭다. 다행히도 내 자전거는 지지대가 달려 있어 조금 편하지만 선수들 자전거에는 그런 것이 없어 어디에 기대 놓거나 아니면 땅바닥에 눕혀 놓아야 한다. 선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인천 대공원 앞까지 11km, 평일이라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별로 눈에 안 보인다. 가끔 무리 지어 가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면 옷은  화려하지만 구부정한 뒷모습이 인생 말년의 마지막 몸부림을 치는 것 같아 측은한 느낌이 든다.

젊은 사람들이 보면 나 역시 마찬가지겠지?


소래대교를 넘어가려면 갓길이 없어 자동차와 어깨 싸움을 해야 한다. 그런 위험을 피하려면 계단을 자전거를 메고 올라가서 자동차 도로 옆 인도로 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눈여겨보니 계단 옆에 자전거를 밀고 올라갈 수 있는 좁은 통로를 만들어 놓아 작은 성의 표시를 했다.  


소래대교 위는 인도와 차도 사이에 담을 설치해서 잘못해 일단 차도로 들어서면 뒤따라 오는 자동차에 깔리지 않기위해  죽자 하고 달리는 수밖에 없다. 지난번에  멋도 모르고 차도로 갔다가 혼났던 기억이 새롭다.

다리 아래에  올라가는 지점에  계단을 이용해서 올라간 뒤  인도로 가라고 안내판 하나라도 해 놓으면 얼마나 고마울까?


앞에 보이는 월곶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안양, 우측으로 가면 안산, 시화방조제 가는 길이다. 

월곶 포구



월곶에서 옥구공원 까지는 자전거 도로가 잘 나 있다. 혼자서 신나게 달렸다.


옥구공원 까지는 집에서 26km의 거리다



유채 꽃이 한창인데 어쩐지 쓸쓸해 보인다



꽃 양귀비



옥구공원 안을 이곳 저곳 돌아보았다




옥구공원을 출발하여  시화방조제 입구에 도착하여다. 이곳 까지 31km, 현재시간 12시 20분



끝없이 이어진 자전거 길, 제방 길의 길이가 12km이던가? 시화방조제의 우측은 바다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자전거 진행을 방해 하여
20km의 속력도 내기가 힘든다.
 
내 앞에 남자 둘, 여자 한사람의 라이딩 팀이 가길래 뒤쫓아 가는데 여자가 힘이 드는지 속력이 점점 줄어든다. 15km의 속력이 12km까지 떨어져 할 수 없이 내가 앞으로 나갔더니 앞에서 리드 하던 친구가  내가 앞질러 가는 것을 보고는 갑자기 속력을 내어 나를 다시 추월 한다.
 
그 친구는 나와 경쟁을 하느라고 자기 일행은 안중에도 없다.  경쟁심이 발동하여 맞 바람도 힘든 판에 용쓰고 달려 가자니 참으로 못할 짓이다.  뒤를 돌아보니 그 여자는 보이지도 않는다.  나 때문에 그 팀은 이산가족이 되고 말았다.

방조제 중간 간이 휴게소, 시간은 1시가 넘었는데 힘은 들고 배가 고파서 간단한 요기를 하기로 작정하고 중간 포장마차에서 내용물도 없는 2천원짜리 토스트 한 조각과 역시 2천원짜리  생강차 한 잔으로  급한 불을 껐다.  눈에 뵈는 것이 없더니 주위가 조금 보이기 시작한다.




1시 30분, 방조제 끝에서 우측으로 가면 방아머리 선착장이 나온다. 이곳 까지 거리는 43km로 100리를 막 넘었다.
선박 시간표를 보니 요즈음은 비철이라 덕적도 가는 배가 하루에 한번 밖에 없다. 
그대신 선착장에는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의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마침 갑문에서는 시화호의 물을 방류하고 있는데 갑문을 통해 흘러나오는 거센 물살이 제법 사나워 보인다.



강태공 들이 고기는 안 잡고 낚싯대를 어깨에 메고 무얼 바라보고 있는지?



돌아오는 길은 가는 길의 역순,  사나운 바닷 바람 때문에 하늘에 떠있는 연 줄을 제어 하느라고 연날리는 사람이 연줄과 힘들게 씨름을 하고 있다. 
 
시화방조제 길을 되돌아오면서 보니  아까 오던 길이  제법 오르막 길이다.  바람의 탓도 있지만 계속 올라가는 길이라 힘이 들었던 것 같다.  뒷바람까지 불어  돌아갈 때는 조금만 힘을 내면 시속이 30km를 쉽게 넘는다.



소래포구는 마침 배가 들어오는 시간이라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멋진 자전거 도로를 내가 전세를 냈다.  자전거를 탈 때는 정신 집중이 필요하다. 주위에 한 눈을 팔고 방심을 하다보면 자칫 사고가 나기 쉽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면  개미나 작은 곤충등 많은  벌래들이 자전거 길을 횡단 하는 모습을 볼수가 있다. 그런데 벌래 한마리가 내 자전거 바퀴 앞을 지나 가다가  갑자기 되돌아서는 바람에 비명횡사를 한다.  오늘 나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많은  살생을 하였다.  이러다가 그 벌로 내가 지옥에라도 가는 것이 아닌가 라는 걱정이 슬며시 든다.

오늘 하루 자전거로  200리 길을 달리고 나니 나름대로 뿌듯함을 느낀다.  생각보다 덜 피곤한 것은 다음에 또다시 도전하라는 의미가 아닌지...
 
그러고 보니 오늘도 결국 토스트 한조각으로 끼니를 때웠다.  혼자 다니다 보니 아무래도 먹는 것을 챙기는 것이 소흘해져 앞으로는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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