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기 시작한지 꼭 한달이 되었다. 처음 걱정했던 작심 3일은 지났다. 산에 가거나 특별한 일이 없는한 매일 아침 6시 부터 7시 반 까지 20 km 이상 달렸다.
지난번 해양 생태공원 갔다 온 것 말고는 장거리를 가지 못해 은근히 욕심이 생긴다. 일요일 오전 작심을 하고 갈산동 집을 출발 했다. 목적지는 시화방조제 인데 과연 가능할 것인가?
배낭에 떡, 물 등 점심 요기를 할 것도 준비를 하고 신나게 출발, 경인선 철길 육교 근처에 가니 20여명의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모여 있다. 나이가 제법 많은 아저씨 아줌마 들인데 나를 보더니 시화 방조제 가는 길을 묻는다.
서울 은평구에서 아침 9시에 출발을 했는데 11시 조금넘은 시간에 부천 송내에 도착을 한 것이다. 나보고 시화 방조제 까지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동행을 요청한다. 적당히 사양을 한뒤 인천 대공원 앞까지 안내를 해주고 속도가 느린 그팀을 앞서 속력을 냈다.
시화방조제를 가면 그팀과 다시 만날 것 같은데 같이 가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고 내맘대로 다니지 못해 불편할 뿐더러 아줌마들의 농담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 목적지를 바꿔야 할 것 같다.
아침마다 달리는 갈포천 자전거 도로
인천 대공원에서 해양생태공원까지의 자전거 도로, 일요일이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
인천대공원을 지나 소래로 가는 길, 자전거 도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왼쪽의 영동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리는 자전거 도로는 그리 붐비지도 않고 자전거 타기가 그만이다
소래포구에 도착을 하니 밀려든 자동차들 때문에 말도 못하게 복잡하다. 지난번 소래교를 넘어가며 혼난 생각 때문에 은근히 걱정이 된다.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소래포구를 구경하기로 한다.
소래에서 월곳으로 가는 길 소래를 지나면서 길이 한가해 졌다
월곶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가면 옥구공원과 시화방조제로 가는 길이고 좌측으로 가면 관곡지와 목감 I.C로 가는 길이다.또 물왕저수지에서 갯골 생태공원까지 이어지는 그린웨이 코스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방향을 좌측으로 바꿨다. 그런데 그것이 화근이 되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차도에서 인도로 올라가다가 차도와 인도의 낮은 턱에 앞바퀴가 미끄러지면서 나는 순식간에 내동댕이 쳐지고 말았다. "아! 우째 이런일이" 자전거가 넘어지는 순간 몸을 굴리며 충격을 최소화 했지만 오른쪽 손목과 무릅이 몹시 아프다. 바지도 조금 찢어졌다. 아까 그 아줌마들이 자기들을 버리고 가버렸다고 섭섭한 마음에 나한데 저주를 퍼 부었나? 아프기는 하지만 다행이 어디가 크게 문제가 되는 곳은 없는 것 같다.
인도를 따라 자전거 도로가 비교적 잘되어 있어 달리는 차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제법 높은 고개 하나가 나타나는데 기아 변속을 하고 힘들게 올라가니 터널이 나온다. 이름이 뭐더라? 올라가면 내려가는 길도 있다더니 맞는 말이다. 올라갈 때는 힘들지만 내려갈 때는 날로 먹는다. 속도가 38km까지 나는 바람에 브레이크를 적당히 잡아 준다.
가다보니 장곡연꽃단지 안내 간판이 보이는데 이제 막 연잎들이 올라오기 시작하여 멋진 연꽃단지의 모습을 기대하기는 아직은 조금 이르다
연꽃 테마파크 입구를 지나 조금 더 가니 물왕저수지 입구의 그린웨이 가는 길이 나온다. 이길은 시흥갯골생태공원까지 7.5km의 자전거 길이 나있어 자전거 매니아들에게는 제법 알려진 코스다.
앞에는 제3경인고속도로공사가 한창이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옆 제방에는 노란 애기똥풀이 한창이고 수로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잠시 쉬었다 출발을 하려는데 좁은 길로 차가 한대 마주 온다. 이곳은 원래 농업용 차량 말고는 통행을 못하게 되어 있는데 승용차가 당당하게 주행을 한다. 내가 사진을 찍고 있으니 운전사 기분이 조금은 찜찜했으리라. 자전거가 많이 다니는 좁은 길을 당당하게 진입하면 자전거는 어떻게 하라고? 저런 사람들의 얼굴은 과연 얼마나 두꺼울까?
아무리 경치가 좋아도 배가 곺으면 말짱 헛거다. 시간은 어느새 두시가 넘었다. 오다가 국화빵 먹은 것 말고는 점심을 아직 먹지 못했다. 좋은 자리에 배낭을 벗어 놓고 간단한 요기를 한다. 준비한 떡을 꺼내 놓고 혼자 먹고 있으려니 기분이 그야말로 "짱" 이다.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지나간다. 집에서 이곳 까지 35km, 집에 가면 70km가 넘게 생겼다.
드디어 시흥갯골생태공원에 도착,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시설이 잘되어 있어 한번 돌아볼 만하다 휴일날 가족들이 많이들 놀러와 주차장은 만원이다
유채꽃이 만발했다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의 모습도 많이 보인다
생태공원에서 월곶으로 가는 샛길, 포장은 안되어 있지만 자전거로 가기에는 별 지장이 없다
옛날 염전지역에 있던 건물들이 기둥이 삭으며 주저앉아 지붕들만 보이는 이상한 모습이 되었다
월곶은 점점 가까워 지는데....
월곶에서 소래포구로 넘어가는 길은 여전히 차들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다시 온 소래 포구
집근처에 다왔다. 오늘 총 주행거리는 72km, 최고속도 38km, 총주행시간 6시간 반, 이만하면 오늘의 목적은 훌륭히 달성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목욕을 한뒤 긴장이 풀리자 오른쪽 손목이 아프기 시작한다. 무룹도 조금 까져 약을 발랐는데 손목은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밤이 되면서 점점 더 아퍼 손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다. 진통제를 먹었는데도 계속 아파서 월요일 아침 아무래도 침을 맞으러 가야 할 것 같다.
월요일 아침에는 오른 손을 거의 쓰지 못해 걱정이 태산, 한의원에 가니 의사 선생님 말씀이 넘어지면서 제일먼저 부러지는 부위인데 뼈만 약간 어긋난것 같아 다행이라며 며칠 침을 맞으란다. 이제와서 얘기지만 처음에 그 아줌마들을 따라 갔으면 잘 얻어 먹고 다치지도 않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