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비자런 때 농카이를 다녀왔기에 이번엔 조금 더 멀리 우돈타니를 목적지로 잡았다. 가기 전에 우돈타니에 대하여 열심히 검색을 해보았지만 딱히 볼만한 곳이 없다. 쇼핑몰, 호수, 대학교 등이 고작이고 아니면 50km, 100km 멀리 나갔다 와야 한다.
그래서 일단 낯선 곳에 한번 갔다 오는 것에 만족하기로 하고 아침 8시 차를 타기 위해 집에서 7시에 출발을 하였다. 비엔티안의 내가 사는 APT에서 딸랏사우 국제버스 터미널 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의 거리라 천천히 걸어서 가니 7시 반이 채 되지 않았다.
낯익은 매표소 창구에 여권과 22,000킵을 주니 버스표를 내 준다. 처음 와서 헤매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그래서 일머리를 안다는 것과 모른 다는 것은 이처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8시에 출발한 버스는 30분 만에 국경 출입국 관리소 내에 도착을 한다. 짐이 없으니 편하기는 하다. 몇 번 해본 출입국 절차는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일이 되었다. 마지막 출입국 개폐기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카드가 있어야 한다. 카드 판매소에서는 평일이라 여권을 내미니 공짜로 카드를 내준다. 공휴일에는 돈을 받기 때문에 처음에는 왜 받다가 안 받았다가 하는가 헷갈려서 당황하기도 했다.
출국심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버스에 승차 한 뒤 메콩 강의 우정의 다리를 건너 태국 령에 도착을 했다. 이곳에서도 일사천리로 입국수속을 끝낸 뒤 버스에 승차 한 후 우돈타니 시내를 향해 출발 했다.
창밖의 풍경은 산이 보이지 않는 들판이 펼쳐진 시골 풍경 이다. 그리 먼 옛날이 아닌 지난날 이곳은 라오스의 땅이었다는데 이제는 엄연한 태국의 땅으로 라오스 사람들은 출국수속을 한 뒤 국경을 통과하고 있다.

▼ 출국 수속을 위해 하차한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버스

이제 와서 라오스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태국과 국경을 이루고 있는 메콩강 강변의 공원에 서있는 아누봉 왕의 동상은 비장한 표정으로 왼손은 칼을 잡고 오른 손은 태국을 향하여 뻗은 채 태국을 응시 하는 모습으로 서 있는데 그 동상에 대한 해석이 재미있다. 태국에서는 동상의 모습이 태국에 대하여 복수의 칼을 가는 모습이 아니냐고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자 라오에서는 아니다 그 모습은 친목의 제스츄어다라고 설명하여 완전히 반대의 해석들을 하고 있다.
▼ 우돈타니의 국제버스 터미널

한 시간 만인 10시 10분에 우돈타니 버스 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라오스 보다는 규모가 크고 깨끗한데 이 것이 바로 국력의 차이인가? 누군가 이런 얘기를 한다. 태국에서 라오말을 하면 개무시를 당한다고....
버스에서 내리니 뚝뚝이 기사들이 몰려들어 저마다 손님을 태우려고 난리 법석이다. 혼란한 장소를 벗어나 우선 환전부터 할 생각으로 주위를 살피는데 이상하게도 나한테는 어디 가냐고 묻는 기사들이 한사람도 없다. 내가 차를 탈 사람처럼 안보이나?
뚝뚝이나 택시를 타려면 일단은 태국 돈으로 환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곳저곳 기웃 거리는데 그 많은 뚝뚝이 기사들도 나한테는 도무지 관심을 갖지 않아 조금 서러운 생각마저 든다.
“아하! 이런 것이 왕따라는 것이구나”
왕따 기분을 말년에 낯선 태국 땅에 느끼게 될 줄 누가 알았는가?
큰길 까지 나와 기웃 거리다가 다시 터미널 쪽으로 가서 가게에 들어가 환전소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도대체 대화가 안 된다. 말을 못하면 눈치라도 있어야하는데 이 사람들은 딸라를 꺼내 들고 바꾸는 시늉을 해도 못 알아듣는다.
이사람 저사람 한테 계속 떠들고 있는데 그중 똑똑해 보이는 기사 한 사람이 오더니 자기가 알려준다고 가게 밖으로 나와서 큰 길 쪽 보석상을 가리키며 손짓을 한다. 눈치가 백단인 나는 단박에 알아듣고 고맙다고 손을 흔들고 그 보석상으로 달려갔다.
역시 예상이 적중했다. 환전을 하겠다고 하니 돈을 달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사설 환전소는 환률 적용이 완전 자기 입맛 대로다. 그렇다고 안할 수도 없고 해서 나름대로 꾀를 써 10달라만 바꾸어 달라고 했다. 나중에 보니 380밧드 환율 적용을 받아야 할 것을 300밧드만 주었다. 2700원 정도를 손해를 본 셈이다. 100딸라를 바꾸었으면 큰 일 날뻔했다.
자! 그다음엔 뚝뚝 이를 타고 숙소를 가야 하는 문제가 남았다.
내가 예약한 곳을 핸드폰에서 검색을 해 보니 3.5km 거리에 있는데 작은 호텔이라 기사들이 잘 모른다. 마침 관심을 갖는 아줌마 기사에게 지도를 보여 주고 이곳을 가자고 하니 방향은 아는데 그 호텔은 감을 못 잡는다.
그래서 일단 가는데 “얼마요?” 하니 손가락 8개를 보여 준다. 80 밧트? 환률 계산기로 두드려 보니 아까 환전할 때 손해 본 그 금액 80밧트 2,700원이다. 한국 택시의 기본요금도 안 되는 돈이라 오케이 “갑시다” 라고 하니 그 말은 잘 알아 듣는다.
뚝뚝이 뒤에 타고 가는데 차에 완충장치가 없어 엄청 튄다. 목적지에 대한 자신이 없는 그 기사 아줌마는 길이 갈라지는 곳이 나오면 백미러로 나를 보며 태국 말로 “이쪽이에요?” 라고 물으면 나는 한국말로 “아니 왼쪽 길이요” 하며 길을 가르쳐 주며 가기를 20분, 나는 네비를 보랴 길을 확인 하랴 엄청 바쁜데 목적지에 다 온뒤 네비는 오른 쪽 작은 골목길을 가리킨다. 길이 너무 좁아 조금 의심스럽지만 이럴 때 리더가 흔들리면 안된다. 과감하게 “오른 쪽 골목으로 들아가요” 하니 아줌마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잽싸게 우회전해서 골목길로 들어간다.
어느새 우리는 호흡이 척척 맞고 있었다. 마침내 막다른 골목에 다달아 좌회전 하자 우리가 가는 목적지 Prajak Place Hotel 간판이 보인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건 호텔이 아니고 우리나라 연립 아파트다.
그러나 어떻든 우리는 이 어려운 길을 네비 하나 믿고 정확하게 찾아오지 않았는가? 그 아줌마 기사와 나는 너무 기뻐서 하이화이브를 했다.
그런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50밧트면 오는 곳을 그 아줌마는 80밧트나 받았으니 나에게 제대로 바가지를 씌운 것이다. 오! 내 돈 천원!!

호텔 같지 않은 건물 모습에 실망을 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호텔 로비 같지 않고 작은 식당 카운터 같은 곳 앞에서 한 아줌마가 청소를 하다가 “무슨 일이신가?” 라는 얼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내가 오히려 당황해서 입구에 있는 호텔 이름을 확인해 보니 이름은 틀림없이 맞는다. 예약 확인서를 보여주니 한참을 보다가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어 어디에다가 전화를 건다.
“아! 이게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란 말인가?”
말이 안 통하니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예약이 안 되어 있어요?, 컴퓨터를 확인해 보면 될 거 아니에요?”
그 아줌마는 태국 말로 뭐라 뭐라 하고 나는 한국말로 떠들어 대고 마치 코미디 영화같은 장면이다.
한 참을 그러다가 또 젊은 사람을 부르더니 마침내 207호 글씨가 써진 열쇄 하나를 주고는 올라가라고 계단을 가리킨다.
그 호텔, 아니 여관은 하루에 350바트, 우리나라 돈 12,000 짜리 방인데 나중에 입구에서 보니 “daily - monthly " 라고 쓰여 있어 일일 숙박이나 장기 숙박등 이것 저것 돈되는 것은 다 하는 숙박 업소다.

▼ 이것이 진정 호텔 로비의 카운터란 말인가?

▼ 호텔 안내 간판

▼ 호텔입구에 큰 병원이 보인다. 이 병원 이름을 진작에 알았으면 뚝뚝이 아줌마와 그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방에 들어가 보니 2인용 침대에 에어컨, 냉장고, TV, 욕실 등 기본적인 것은 다 갖추어져 있어 도미토리 숙소가 아닌 것이 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에 들어가 에어컨을 켜고 앉아서 숨을 돌리며 시계를 보니 아직 11시도 안되었다. 여기도 우기가 시작이 되어 비가 오다말다 하니 5월 보다는 훨씬 기온이 낮다.
할일이 없어 숙소 근처에 있는 호수를 돌아보기로 했다. 나름대로 조경을 해 놓았지만 우리나라 일산호수보다 규모도 작고 특별한게 없어 힘들게 전부 돌아볼 마음이 안 생긴다.
▼ 호수의 모습

▼ 호수 근처를 얼쩡거리는데 꼬치구이 장사가 고기를 구으며 손님을 기다린다. 앞에서서 한참을 구경하다가 가격이 얼마냐고 물으니 7개에 얼마라고 하는데 대화가 잘 안된다. 일단 달라고 해서 길가 의자에나 앉아 먹고 있으니 외국사람이 자기 집에 와서 사 먹는 것이 신기한지 안에 있던 사람들은 나를 웃으며 쳐다 본다.

▼ 길가의 가게 간판이 요란해서 무엇인가 살펴보니 문신을 하는 곳이다.

우돈타니에서 볼 것은 시내의 쇼핑센터 뿐이라고 해서 뚝뚝이를 타고 센트럴 플라자 쪽으로 나갔다. 센트럴 플라자는 아까 내렸던 버스터미널과 인접해 있어 우돈타니의 중심지다. 들어가 보니 규모가 제법 크다. 3층 은행에서 100불을 환전하고 나니 마음이 든든하다. 주머니에 돈이 있는 것 하고 돈이 없는 것 하고는 기분상 큰 차이가 난다. 환전 차이가 많이 나서 아까 보석상에서 10불만 환전한 것은 근래에 내가 한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 중 특히 외국여행중에 혼자 다니면서 가장 불편한 것은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는 것이다. 말도 안통하고 상의 할 사람이 없어 메뉴를 잘 못 선택하면 시켜 놓고 먹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국수를 별로 좋아 하지 않는데 길거리 식당에서는 거의가 국수 음식만 보인다.
센트럴 플라자 지하에는 우리나라처럼 싸고 간단한 음식들을 먹을 수가 있는데 마침 점심시간이라 길게 줄들을 서있어 거기에 끼어서 기다릴 엄두가 안 난다. 센트럴플라자를 나와 근처 한가한 서양식 카페에 들어가서 간단히 요기를 했다.
▼ 다음날 아침 9시 버스를 타기 위해 짐을 들고 나왔는데 마땅한 식당이 없다. 빵집이 있어 들어가니 영업시간 전이라고 한다. 오픈 시간 8시까지 아직 20분이 남았다. 그럼 그때까지 기다리면 안되냐고 하니 앉아서 기다리라고 한다. 8시가 되니 직원들이 출근을 하는데 그제서야 한 사람이 와서 주문을 받는다.

▼ 커피 한잔과 같이 먹는 케익이 부담도 안되고 아침식사에는 안성 맞춤이다.

▼ 우돈타니 버스 티켓 판매소

▼ 간단한 태국 여행을 끝내고 비엔티안과 태국의 우돈타니를 왕복하는 국제버스를 타고 우돈타니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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