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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아름다워

7월의 금대봉

by 남상태 2023. 5. 30.
야생화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은 초여름에는 야생화를 보기가 힘들다고 불평이 많다. 7월도 이제는 막바지, 여름 꽃들이 제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더운 날씨와는 관계없이 야생화 탐방 팀들은 신이나기 시작한다.
무엇인가에 열중하다보면 더위 정도는 그리 문제가 될 것이 없는가 보다.
 
토요일 아침 7시 양재동에 모인 인원은 12명, 차 2대에 나누어 타고 출발을 하였는데 경부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벌써 정체현상으로 차가 밀리기 시작한다. 아무리 휴가철이라고 하지만 이런 시간에 차가 밀리기 시작하다니....
남 박사가 운전하는 또 한 대의 차는 전화를 해보니 잽싸게도 중부고속도를 이용해 지금 신나게 달리고 있다는데 우리는 가다서다 하며 진행이 안 된다.
지난번에는 10시 반에 싸리재에 도착을 했는데 이번에는 잠간의 판단미스로 5시간만인 12시가 다되어서야 싸리재에 도착을 하였다.
 
싸리재에서 금대봉으로 이어지는 탐방로는 백두대간의 주능선이라 대간을 종주하는 팀의 모습이 보인다.
지난 5월 탐방 시에는 아직 나뭇잎들이 제대로 나지를 않아 겨울기분이 났었는데 이번에는 녹음이 욱어져 한여름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가 있다.
 
금대봉은 역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식물의 寶庫 답게 입구를 지나면서부터 여러 가지 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동자 꽃의 모습이 보이는가 했더니 금송방망이와 비비츄가 눈길을 끌고 말나리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표작가와 요즈음 야생화 촬영에 취미를 붙인 진규는 꽃들을 보더니 정신이 나가버렸다. 카메라를 들이대며 갈 생각을 안 한다. 그래서 만약 헤어지면 출발지에서 6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다.
 
지난번에도 영 못마땅해 보이던 주목을 심어놓은 지역은 나무들이 많이 자라 이제 이곳의 야생화 생태계에 큰 변화를 주리라는 우려가 점점 현실화 되는데 나무는 심는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이왕 돈과 노력을 들여 식목을 할 바에는 조금은 생각을 하고 나무를 심었어야 했는데 심는 사람이나 허가를 해준 현지의 담당 공무원이나 조금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야생화 군락지에 주목을 심어놓아 생태계를 바꾸어 놓는 행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이제와서 심어 놓은 나무들을 다시 베어버려야 한다면 얼마나 우매한 짓인가?
 
금대봉 입구를 지나 대덕산 방향으로 들어서며 지천으로 깔린 야생화를 찍다보니 앞의 일행은 보이지도 않는다. 야생화와 더불어 나비와 잠자리들도 자기들도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듯 가까이 가도 잘 날아가지를 않는다.
 
쥐손이풀은 군락을 이루며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는데 꽃들을 자세히 보면 나름대로 개성들이 뚜렷하고 각각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이름들을 외우기가 너무 어려워 머리가 피곤해 지는 점인데 이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나를 괴롭힐 것 같다.
 
앞 팀을 살펴보니 저 멀리 숲속으로 줄을 지어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 부지런히 쫓아가다보니 일행들이 다시 내려온다. 그쪽에는 야생화가 별로 없어 고목나무 샘에 가서 점심을 먹자는 것이다. 시간도 벌써 1시가 지났다.
 
고목나무 샘은 한강의 발원지이다. 지난번 보다는 물이 조금 많이 나와 그래도 샘 같은 느낌이 드는데 보잘 것 없는 샘이지만 의미 부여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은 순전히 우리의 생각 때문이다. 이 샘물이 흘러 흘러 한강으로 간다고 하니 보는 사람은 모두다 감탄사를 연발한다. 사실 이 샘물은 땅으로 스며들어 흘러가지도 않는데 그 것을 의식하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
한강의 발원지 샘 앞에서 우리 일행 12명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 식사를 했다.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이런 곳까지 와서 점심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커다란 축복이요 행운이다.
 
점심 식사 후에 우리 일행은 뿔뿔이 헤어졌다. 표 작가와 예비작가 진규는 사진을 찍으려고 대덕산 쪽으로 출발을 했고 남 박사와 또 한사람은 희귀식물을 찾는다고 검룡소 방향으로 내려갔다. 나머지 팀은 남 박사가 올라오면 대덕산까지 갔다 오기로 하여 고목나무 샘에서 기다리고 있고 나와 원 선배는 산 밑에 있다는 진짜 한강 발원지라는 검룡소까지 내려갔다 오기로 했다.
 
고목나무 샘에서 검용소로 내려가는 길은 크지는 않지만 내려가는 길이 보이기는 하는데 우리 일행 중에는 검룡소를 갔다 온 사람은 아무도 없어 걸리는 시간이나 코스 등 그 곳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다. 무조건 아래를 향해 20분정도 부지런히 내려가다 보니 남 박사가 숲속에서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다. 원하는 식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쉬워하며 자기는 올라가야 하니까 내려가다 잎이 큰 풀을 보면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을 한다.
 
잎이 크다면 얼마나 크다는 얘기인지 감이 잘 안 오는데 아무튼 부담이 된다.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계곡에는 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강물의 발원지라면 물이 시작되는 제일 윗부분이라는 얘기인데 계곡 밑에 발원지가 있다는 것이 잘 이해가 안 된다. 계곡물은 점점 많아지는데 30분을 내려왔는데도 검용소는 나타나지를 않는다. 조금 더 내려가니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보인다. 검용소를 물어보니 조금 더 내려가라고 한다.
 
계곡은 점점커지고 소도 보이는 것이 계곡의 풍치를 제대로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검용소가 나타나지를 않아 아무래도 너무 많이 내려온 것이 아닌가하고 도로 올라가려는 순간 갈라진 계곡이 나타나고 앞에 정자가 보이는데 우측으로 작은 바위에 검용수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고 그 뒤에는 웅덩이가 보인다. 계곡위에서는 물이 흘러내려오지 않고 암반 아래에서만 솟아 나오는데 그 물이 암반위에 작은 협곡을 이루며 흘러 내려간다. 그 물의 양이 하루에 2천여 톤이라고 하니 작은 양은 아니다.
원 선배와 나는 아무래도 발원지라는 용어가 이해가 가지 않지만 국립지리원의 확인에 의한 한강 발원지라니 할 말은 없다.
검용소를 오려면 우리처럼 산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고 계곡 밑에 까지 차길이 나 있어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샌들을 신고 올라와도 된다.
 
 
45분을 내려왔으니 올라가는 길은 1시간 반은 잡아야 한다. 올라가는 길은 내려올 때와 달리 만만치가 않다. 길이 뚜렷하지를 않아 숲을 헤치며 능선을 향해 올라가다보니 출발지가 아닌 왼쪽 능선으로 한참을 더 간 부분에 도착을 하였다. 시간은 4시 반, 올라오는데 예상대로 한 시간 반이 걸렸다. 차를 주차시킨 싸리재에 도착을 하니 예정 시간보다 빠른 5시, 우리 일행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6시가 가까워지니 헤어졌던 일행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1268미터의 싸리재는 기상의 변화가 무쌍하여 그렇게 덥던 날씨가 개스가 끼기 시작하면서 기온이 내려가 모두들 웃옷을 꺼내 입는다.
 
서울까지 또다시 멀고 먼 길을 우리는 가야만 한다. 세상이 좋아져 이런 늦은 시간에 출발을 하여 오늘안으로 서울까지 갈 수 있다니 세상은 참으로 좋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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