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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차시환혼(借屍還魂)이란 말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by 남상태 2024. 2. 29.

 

중국의 병법 중에 차시환혼(借屍還魂)이란 전술이 있다.

풀이하면 차시(借屍)는 죽은 다른 사람의 육신을 빌린다는 뜻이고, 환혼(還魂)은 나의 죽었던 혼을 되돌린다는 뜻이다. 즉 내 육신이 없어지고 영혼만 남았을 때 죽은 사람의 시체라도 빌려서 다시 환생한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전술이다.

 

이 병법은 자신의 잃어버린 영혼을 다른 사람의 육신을 빌려 환생하였다는 어느 도사의 고사에서 유래한다.

 

옛날 이현(李玄)이라는 도사가 있었는데 도력이 높고 신선 같은 풍모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우아한 육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 도사는 인간계와 선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는데, 어느 날 잠시 영혼이 육체를 떠나 신선이 있는 하늘로 올라가면서 제자에게 내 육신을 잘 지키라고 하고 갔는데, 그 제자가 부모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떠나면서 자기의 스승이 계속 숨도 안 쉬고 움직이지도 않아 죽은 줄 알고 스승의 시신을 화장하고 고향으로 갔다.

 

7일 만에 다시 돌아온 도사는 자신의 육신이 불태워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돌아갈 곳이 없어 고민하다가, 마침 길거리에 죽어있는 거지의 죽은 시신을 발견하고 그 거지의 몸속으로 들어가 인간으로 다시 환생하였다는 이야기다.

 

만약에 지상으로 돌아온 이현(李玄)이 자신의 우아한 옛날 육체만 고집하고 새로운 육신을 거부하였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그는 영원히 인간으로 살아나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도는 영혼으로 남았을 것이다.

 

새로운 현실을 거부하고 지나간 시절만 생각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없다는 뜻으로 자주 인용되는 고사다.

 

회사가 부도나거나 조직이 와해되어 자리를 잃게 되었을 때 반응하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주저앉아 지나간 시절을 회상하며 눈물만 흘리는 유형이고, 둘째는 툴툴 털고 다른 조직, 다른 직책으로 바꿔 타고 새롭게 자신의 영혼을 되살리는 유형이다.

 

비록 이전과는 다른 대우를 받고 남들에게 보이기 싫은 내 모습이라도 내 영혼을 되살릴 수만 있다면 주저 없이 바꿔 타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임원을 지내다가 중소기업의 하찮은 자리로 옮겨서 노력한 끝에 결국 자신의 큰 기업을 이루었다는 사람과, 3도 수군통제사의 자리에 있다가 백의종군하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보면서 상황을 직시하고 유연하게 자기 모습을 바꿀 줄 아는 사람에게서 우리는 그 사람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세상엔 고정된 모습이란 없다. 다가온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여 내 모습을 바꿀 줄 아는 자만이 결국 최후의 승리자가 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