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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어머니의 고관절 수술

by 남상태 2024. 1. 11.

“이 내용은 2015년 3월 일어난 어머니의 고관절 수술에 대한 기록이다. 이 수술 후 어머니는 1년 뒤인 2016년 6월 3일에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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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 계신 어머니가 넘어져서 고관절이 불어졌다는 소식을 받은 후 병원에 입원하고 수술을 받고 퇴원하기까지의 과정은 당시에는 당황한 가운데 정신없이 지냈지만 지나고 나니 평상시에 너무 준비 없이 지냈다는 후회감이 든다.

 

일이 벌어지고 나니 우선 어머니가 96세라는 고령이라 수술 시작부터 수술 후유증, 그리고 경비 등 걱정할 부분이 많다.

2011년에 어머니가 고창 양로원에 계실 때도 왼쪽 고관절이 부러졌는데 고령이라 지방 병원에서 수술을 꺼려 병원을 찾아 벌교까지 가서 수술하느라고 고생하셨는데 이번에는 오른쪽 고관절이 또 부러진 것이다.

 

요양원과 계약된 부천시청 근처 병원 응급실에 어머니를 모셔 놓은 다음 X레이 촬영 등 수술하기 전 검사를 하는데 원무과에서는 먼저 입원 절차를 밟으라는 주문이다. 그런데 막상 입원하려니 공동간병인이 있는 일반 병실엔 자리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개인 간병인을 써야 하는데 공동 간병인은 1일35,000원이고 개인 간병인은 90,000원이라고 설명한다. 간병인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언제 자리가 날지 모르는 상황에 무조건 개인 간병인을 쓰기도 주저된다.

 

망설이다가 개인 간병인을 쓰기는 아무래도 부담이 되어 다른 병원으로 가야겠다고 하니 간호사 얘기가 그러면 우선 간병인을 쓰지 않아도 되는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가 자리가 나면 일반 병실로 옮기라고 조언을 한다.

 

 

입원 수속을 끝내고 나니 담당 의사가 수술은 입원한 다음 날 12시에 한다고 통보한다. 어머니가 수술하는 데 무리가 없겠는지 물어보니 담당 의사는 104세 노인도 자기가 집도했다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얘기를 해서 조금 안심이 된다.

 

1차적으로 수술 관계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는데 당시 어려운 상황에 보험도 안 들었다보니 수술비, 입원비 등 제반 경비가 걱정이 된다. 경리과에 가서 대강 어느 정도 경비가 드는지 물어보니 환자에 따라 다른데 대강 250만 원 정도가 들겠다고 얘기한다.

 

당시 고관절 수술의 경우 A급 병원은 7~8백, B급 병원은 5~6백, C급 병원은 2~3백 등 병원의 지명도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고 들었다. 우리가 간 병원은 C급 정도가 되는 것 같은데 수술 실력은 꼭 병원 급수에 따라 차이가 나기보다는 담당 의사의 능력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얘기도 참고해 둘 필요가 있다.

 

중환자실은 면회 시간이 지정되어 있다. 아침, 점심, 저녁 시간 등 하루 3차례 면회가 된다. 치매기가 있으신 어머니는 아프다고 큰 소리로 고함을 치시는데 아무래도 본정신이 아닌거 같다. 몇 년 전과 많은 차이가 난다.

 

저녁때 병원에서 전화가 온다. 간호사가 어머니의 증세를 얘기하면서 너무 연로하시니 내일 수술 전에 심장 상태를 검사하는 것이 어떠냐고 묻는다. 갑자기 심장 얘기를 왜 하는가 해서 물어보니 심장 검사를 받은 뒤 상태가 안 좋으면 수술을 받을 수 없어 먼저 심장 치료부터 한 뒤에 수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어머니는 지금 당장 아프다고 난리를 치는 상황에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심장 치료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가 어려워 예정대로 내일 수술을 하고 싶다고 하니 간호사는 자꾸 검사를 하라고 설득한다. 이럴 때 얼른 판단 못 하는 것이 환자 가족들의 약점이다. 수술 강행을 주장하는 내 말에 간호사는 아쉬운 듯 알겠다고 전화를 끊는다.

 

다음날 수술 시간 1시간 전에 담당 의사를 만나 수술 내용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 어머니가 수술실로 들어가신 뒤 수술실 입구에 앉아 있는데 마취과 의사가 오더니 심장 검사 얘기를 다시 꺼낸다.

 

그 의사는 어제 간호사가 나와 전화 통화를 한 내용 얘기를 들었다며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 꼭 검사하라고 강압적으로 얘기를 하는데 내가 마치 비용을 아끼려고 그런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그의 어투가 기분을 상하게 만든다.

나는 화가 나서 모든 결과는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지난번 왼쪽 고관절 수술을 할 때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그렇지 않아도 신경이 쓰이는데 왜 이렇게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30분 정도 입씨름을 한 뒤 내가 계속 강하게 나가니 마취과 의사는 나에게 서약서를 받은 뒤에 수술실로 들어간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의사의 뒷모습을 보는 내 입맛은 참으로 씁쓸하다.

 

수술 시작 1시간 10분, 수술은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수술실에서 나오는 담당 의사에게 가서 수고하셨다고 인사를 하니 웃으면서 어머니 수술이 잘되었다고 안심을 시킨다. 그런데 그렇게 겁을 주던 마취과 의사는 보이지도 않는다.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은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지 먼저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 든다. 중환자실에 들어가신 어머니는 계속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면서 가만히 있으려고 하지를 않아 옆에서 보는 가족들은 참으로 진땀이 난다.

 

중환자실에 가족은 못 있게 하여 밖에 나와 있는데 계속 고함을 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참으로 난감한데 어머니는 사람도 몰라보고 엉뚱한 소리를 하시어 아무래도 무슨 일을 당하는 것 같아 겁이 난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간호사가 나와서 환자가 요동을 치며 손목에 꽂은 주삿바늘을 잡아 빼어 아무래도 양손을 침대에 묶어 놓아야 하겠다는 설명을 한다. 환자가 움직이지 못하게 사지를 묶어 놓는 것인데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 결박당한 어머니는 더 난리를 치고 계셔 내가 잠시 들어가니 어떤 나쁜 놈들이 이렇게 묶어 놓고 나갔다고 풀어 달라고 아우성을 치신다. 그 상황은 마치 내가 고문을 당하는 느낌이다.

 

수술 후 2~3일간, 참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의 수술 후 경과의 진행과 더불어 풀어야 할 숙제는 경비 문제다. 여유 있는 사람들이야 별거 아니겠지만 없는 사람은 단돈 몇십만 원도 부담이 되는 돈이다.

 

돈 걱정을 하니 집사람이 보험 관계를 알아보라고 한다. 요양원에서는 노인들이 넘어져서 사고가 자주 나니 보험을 들었을 거라는 의견이다.

그래서 요양원 원장에게 전화해서 사고에 대비한 보험 관계를 물어보았다. 책임보험을 들었다는 대답에 그러면 보험 처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다음날 돌아온 대답은 보험회사에 문의해 보니 사고의 귀책 사유가 요양원에 있지 않고 환자가 임의로 움직이다 사고가 났기 때문에 보험 처리가 안 된다는 설명이다.

 

어머니의 입원 기간이 2주라는 병원 측 일정대로라면 일단은 내가 먼저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퇴원해야 한다. 집사람은 그런 데가 어디 있냐고 난리인데 떠든다고 될 일도 아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 이곳저곳 자문해 보았지만, 시원한 대답을 듣기가 어렵다.

 

현대 시대는 인터넷이 엄청난 정보를 제공해 준다. 어머니와 비슷한 사례를 살펴보았으나 이 또한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이런 경우 저런 경우 참 사연도 많은데 이 많은 자료 중에서 취사선택하는 것은 결국 내 몫이 아니겠는가?

 

요양원의 관리 기관은 시청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부천 시청복지과에 전화하니 자기들 담당이 아니라고 하며 노인장애인과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전화 받은 담당자는 사연을 듣더니 내용을 알아보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는다. 다음 날 아침, 장애인과의 담당 여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그 여직원은 친절하게 보험은 영업배상보험이 있고, 화재보험, 그리고 전문인 배상보험이 있는데 요양원은 요양 전문기관으로 관리의 책임이 있어 무조건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자기가 요양원에 전화하겠다며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얼마 후에, 요양원 원장으로 부터 시청 전화를 받았다는 전화가 오는데 무언가 일이 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는 원장에게 보험 처리를 개인적 소견으로 결정지을 수가 없는 일이니 보험회사에 정식으로 사고심의신청을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내가 본격적으로 절차를 밟기 시작하니 요양원도 자세가 달라진다. 그리고 원장이 보험회사 설계사와 통화를 했는지 보험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온다. 심의서에 필요한 서류를 갖추어 요양원에 갖다 놓으라는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어머니의 퇴원 날짜가 되어 일단은 카드로 정산을 하였는데 병원비와 간병비는 따로 계산한다. 병원비는 요양원 계약 병원이라고 하며 10%를 할인해 준다.

 

보름 만에 퇴원한 어머니는 요양원에 재입소를 했는데 입소하는 날 병원 경비 등 심의 서류를 갖추어 요양원에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일 처리는 거기서 중단이 되고 열흘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다. 요양원 원장 얘기는 몇 번 보험회사에 재촉하는데도 서류를 가져가지 않는다는 설명뿐이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도 똑같은 대답뿐, 요양원 원장과의 통화 중 지나가는 말처럼 하는 얘기가, 자기가 보험회사에 여러 번 재촉 전화를 했는데 보험회사에서는 무얼 그렇게 급할 거 있느냐는 식으로 말했다는 설명을 듣고는 열이 뻗쳤다.

 

당장 손해사정담당 상담소라는 곳을 수소문하여 전화했다. 구구절절 내용을 설명한 뒤에 지금 보험회사에서 고의로 지연하고 있다고 하니 그러면 금융감독원에 진정을 넣으라는 조언을 해 준다.

 

옳거니! 일 처리가 안 될 때는 위 기관이나 감독기관에 진정을 넣는 것이 힘없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누군가 얘기를 한 기억이 생각난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검색을 해본 뒤에 요양원에 전화해서 보험설계사 전화번호를 받았다.

 

핸드폰 녹음장치를 누른 뒤 보험설계사와 통화를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보험설계사는 자기의 계약자는 요양원이지 내가 아니라는 설명과 함께 자기한테 얘기를 하지 말고 요양원에 얘기하라는 대답이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고서 내가 전화를 한 이유는 요양원에 서류를 갖다 놓은 것이 2주가 다 되어 가는데 진행이 안 되고 있어 지금 금융감독원에 진정을 넣기 위해 서류를 준비 중인데 이렇게 늦어지는 이유가 누구한테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하니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하는 대답이 지금까지 늦어진 이유는 요양원 원장이 보험 처리를 할 것인가를 결심하지 못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대답한다.

 

나는 순간

“그 말이 확실하지요? 지금까지의 대화는 전부 녹음되었습니다. 나는 지금부터 절차 대로 처리하겠습니다!”라고 한 뒤에 전화를 딱 끊었다.

그리고 요양원에 전화해서 보험설계사가 원장이 결심을 미루어 지금까지 진행이 안 된다고 했다는 얘기를 전하고 절차대로 처리하겠다고 하니 원장은 보험회사를 원망하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펄 뛴다.

 

나는 전화를 끊은 뒤에 그래 보험 처리가 안 되어도 좋다. 어디 누가 못 견디나 두고 보자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조금 있다가 원장한테서 전화가 온다. 자기가  보험회사에  전화해서 내가 언제 보험 처리를 미루었냐고 항의하고, 이번 환자의 보호자가 보통 똑똑한 사람이 아니어서 시청에, 손해사정 상담소에, 금융감독원에 진정을 넣고 난리를 치고 있는데 당신뿐만 아니고 나도 골치 아파지니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다는 얘기를 한다.

 

그런데 전화 통화를 한 뒤 정확히 1시간 반 뒤에 해당 보험사 본사 사정실에서 전화가 온다.

지금 심의 신청을 받았는데 일 처리를 빨리해드릴 테니 지금 FAX로 보낸 서류에 서류를 작성하고 사인을 해서 요양원에 가져다 놓으면 내일 방문해서 가져가겠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나는 병원비와 경비는 우선 카드로 결제했는데 이제 얼마 있으면 결제일이 돌아온다는 부연 설명을 하니 “예 알았습니다. 빨리 처리해 드리겠습니다.”라는 대답을 한다.

 

그래서 나는 전 비용을 보험으로 해결하였다. 물론 영수증을 분실했거나 영수증 처리가 안 된 소소한 경비는 제외가 되었는데 그래도 큰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이런 일을 겪으면서 지금 우리 주위에는 일처리를 할줄 몰라서 불이익을 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느냐는 생각이 들고 나 또한 길을 몰라서 감을 못 잡고 헤맨 아픔이 있기에 혹시 필요한 분들에게 참고가 될까 해서 정리를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