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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경우의 법칙(Principle of Probability)

by 남상태 2023. 12. 27.

 

우리는 같은 문이지만  들어갈 때는 들어가는 문이라고 하고 나갈 때는 나가는 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같은 문인데 들어가는 문과 나가는 문은 어느 이름이 맞는 말인가?

이것도 경우의 법칙에 해당되는 것인가?

 

요즘 회자하는 챗GPT에서 경우의 법칙에 대해 물어보았다.

경우의 법칙(Principle of Probability)은 확률 이론의 기본 원리 중 하나이다. 이 원리는 두 개 이상의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각각의 사건이 발생할 확률을 계산하는 방법을 제공한다.

경우의 법칙은 간단하게 말하면 "모든 가능한 경우의 수를 합하면 1이 된다"라는 것이다. , 하나의 사건이 일어날 확률과 일어나지 않을 확률의 합은 1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설명에 의하면 발생 확률적으로 볼 때 우리 집 문은 같은 문이지만 내가 들어올 때는 들어온 문이 되고 나갈 때는 나가는 문이 된다. 같은 문이지만 이름이 두 개가 될 수 있고 들어오는 확률이 1/2이고 나가는 확률이 1/2이니 합하면 1이 되어 경우의 법칙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이 두 개인 경우엔 어떻게 하는가?

 

1980년대 후반의 일이다. 부천에 살 때인데 우리가 사는 5층 건물은 엘리베이터가 없어 매일 올라 다녔지만 당시에는 불편한 줄도 모르고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았다. 같은 건물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형제를 가진 조기축구회 친구가 살았는데 이 쌍둥이 형제가 보통 말썽꾸러기들이 아니어서 가끔 부모의 속을 썩이는 짓들을 한다. 우리 집 아들 형제와 친구로 넷이 매일 어울려 다녔는데 이 쌍둥이 친구들이 조금 더 극성맞았던 것 같다.

 

어느 날 쌍둥이 아빠가 나를 찾는다. 아들 녀석들이 말썽을 피워 야단을 쳤더니 두 놈이 집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하루 종일 문을 열어주지 않아 걱정이라고 하면서 나보고 5층 옥상에 자일을 걸고  내려가서 창문으로 집안에 들어가 현관문을 열어 달라고 부탁을 한다.

 

당시 부천에서는 내가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등반대장으로  방송에도 나온 유명한(?) 산악인으로 알려져 있어 친구는 나를 대단한 암벽 등반 실력자라고 믿고 그런 일을 부탁하니 안 들어줄 수도 없다. 그래서 자일을 꺼내어 옥상에 올라간 뒤 자일을 걸고 벽으로 내려가는 쇼를 했다.

백주에 동네의 건물 옥상에서  어떤 사람이 자일에 매달려 벽을 타고 내려가니 지나가던  동네사람들이 모두 쳐다본다.  

 

내가 창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니 두 녀석은 깜짝 놀란다. 나는 현관문을 열어주고 부모들을 들여보낸 뒤 그 집 현관문으로 나왔는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이번에는 이 집의 현관문이 나에게는 어떤 경우의 문에 해당하는 것인가?

들어오지는 않고 나가기만 했으니 이런 경우엔  경우의 법칙1이 아닌 1/2이 된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참으로 여러 가지 일들을 겪는다. 그런데 우리가 살면서 겪는 수많은 일들은 우리가 생각하기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같은 문이지만 들어오는 문, 나가는 문처럼 정반대의 이름을 가지는 것은 경우와 생각의 차이 때문이지 그 문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그리고 경우의 법칙이라는 설명은 모든 경우의 합은 1이 된다고 하지만 그 합이 1이 되든, 2가 되든 우리의 삶에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출근할 일이 없어 가만히 앉아 있다 보니 별생각을 다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