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낯선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그 일에 대한 수습기간과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이일을 계속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도저히 적응이 불가능한 일인가를 결정하게 된다.
남들이 볼 때는 아무리 멋진 직장이라 하더라도 본인에게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런데 반대로 이러한 선택의 여지가 없이 어쩔 수 없이 먹고 살기위해 해야만 하는 직업과 그런 직업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의외로 많다.
경비원 생활을 하다 보니 이런 밑바닥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세상사의 여러 가지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접하면서 새삼 느끼는바가 많다.
전에 먼 거리의 당일 산행을 하면서 집합시간을 빨리하면 모든 회원이 지각을 안 하고 전부 모이기가 힘이 들어 집합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불평들을 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제는 일 년 열두 달 아침 5시 까지 출근을 하려다 보니 그 당시 얼마나 배부른 불평을 하였던가 라는 생각이 든다.
긴장과 걱정 속에 시작한 아파트 경비원 생활도 어느새 3개월이 되었다. 3개월 고비를 넘기면 3년은 쉽게 간다고 했는데 우선 큰 고비는 넘긴 셈인가?
3개월의 시간은 참 빨리도 지나갔다. 6월 22일 막 여름으로 접어들기 시작하는 때에 시작한 일이 이제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다.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 낙엽을 치우느라고 하루 종일 빗자루를 들고 다녀야 한다는 전임자들의 엄포가 은근히 걱정은 되지만 어차피 닥치면 해야 할 일이니 방법이 없다.
경비원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적은 마음가짐이다. 모든 생각 훌훌 털어버리고 빨리 현실에 적응을 해야 하는데 그런 얘기는 남에게는 쉽게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막상 내 일이 되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전에 말년의 가훈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내가 뒤늦게 가훈 얘기를 하는 것은 내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기 위한 것이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자"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 하자"
"어차피 내가 할일이라면 열심히 하자"
경비원 생활은 분명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을 마음이 떠난 채로 하다보면 결국 내 자신만 힘들어 진다. 모든 일에는 나름대로의 길이 있기 마련인데 경비원생활에 집중하다 보면 그 안에 새로운 세계가 보인다. 주민이나, 같은 경비원들끼리도 만나면 먼저 인사하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조금먼저 시작을 하면 마음도 편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표현하는 방법들이 참으로 미숙하다. 속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먼저 말을 걸거나 인사하는데 인색하다. 못 본척하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일부러 인사를 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대부분은 생각 이상으로 좋다. 그러고 나면 다음번에는 상당이 친숙하게 인사를 한다. 같은 경비원들끼리도 마찬가지다.
한번은 피로회복제 한 박스를 사서 주위 초소 경비원들에게 한 병씩 주었더니 500원짜리 한 병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였다. 그리고 여름휴가 때는 휴가간 사람 초소를 옆 초소에서 대신 봐주는데 보통 서로 품앗이로 해주니 부담이 없지만 나는 휴가 뒤에 수고했다고 중국집에서 점심을 시켜 주었더니 그렇게 고마워 할 수가 없다.
모든 일은 자기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내가 경비원생활을 조금이라도 쉽게 하려면 내 스스로 변하는 수밖에 없다.
주민들이 좋은 경비아저씨가 와서 좋다는 얘기를 할 때면 내 스스로 힘을 얻게 된다. 모든 일은 작은 것으로 부터 시작된다는 말은 쉽게 흘려버릴 얘기가 아니다.
나는 스스로 다짐을 한다. 경비원 생활을 즐겁게 하자고…….
그런데 체중이 너무 빠지는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된다. 오늘 피곤해서 더운 물에 몸이나 담그려고 목욕탕에 간 길에 체중을 재 보았더니 62.9kg밖에 안나간다. 드디어 62kg대에 진입, 3개월만에 8kg이 빠졌으니 아무래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요즘 들어 마음 한구석에 드리워지는 그늘 한 자락, 카메라 메고 산으로 들로 다니는 나의 모습은 이제 끝이 난 것인가
'경비원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비원의 하루 (10-8) (0) | 2023.06.08 |
---|---|
경비원 생활을 하다보니 진급도 한다 (10-7) (0) | 2023.06.08 |
경비원 생활 한달 (10-5) (0) | 2023.06.08 |
경비원 생활을 하면서 (10-4) (0) | 2023.06.08 |
경비원 교육을 받으며 (10-3) (0) | 2023.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