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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섬진강 두계마을

by 남상태 2023. 6. 3.

2011.12

곡성 섬진강변 두계 마을에 안효승, 김영희 부부가 새로운 둥지를 마련했다. 언젠가부터 시골에 작은 집을 짓고 내려간다는 얘기를 하더니 마침내 그 작은 소망을 이룬 것이다.

 

김영희는 산악부 후배다. 내가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해보니 남학생들과 별도로 산행을 하는 여학생 등산부 멤버 중에 김영희가 있었다.

여학생 등산부는 남학생 고참 중에 한 두 명이 지도를 위해 같이 산행을 하는데 복학생인 나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산행을 도와주는 담당이 되었다.

주말산행과 소백산,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등 장거리 등반을 같이 하면서 여학생 등산부 주장을 맡은 영희와는 자연 친해지게 되었는데 졸업 후 전혀 연락이 안 되다가 몇 년 전 산행에 나온 그를 40년 넘어 뜻밖에 만나게 되었다.

 


남학생들과는 달리 여학생들의 경우엔 졸업을 한 뒤 직장이나 결혼을 하면서 자연히 연락이 끊어지게 마련인데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그런데 1960년대 20대 초반의 어리던 여학생이 어느 날 갑자기 60이 넘은 중년(?) 부인이 되어 눈앞에 나타나니 처음에는 정신적으로 감당이 안 된다.

“허 참!!”

그동안 그는 외교관을 하는 신랑과 결혼한 뒤 대사 남편을 따라 30년 넘게 외국에서 생활 하다가 남편이 정년퇴직하면서 귀국하게 되어 이제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의 남편 안효승 은 서울대 출신이라 성격적으로 상당히 까칠할 줄 알았는데 그의 마누라를 따라 우리 고대 팀과 자주 산행을 하면서 오히려 더 고대적인 인물이 되었다. 자기보다 학번이 높으면 자연스럽게 형이 되어 나하고는 이제 영희 보다 더 친숙한 관계가 되었다.


술을 지극히 사랑하는 안 대사는 술을 앞에 두면 자기 마누라 눈치를 보면서도 한잔이라도 더 마시려고 안간힘을 쓴다.

내가 가니 그는 너무 좋아 한다. 내가 반가운 게 아니라 술 먹을 수 있는 핑게가 생겨 더 좋은지도 모르겠다.

곡성에 새로운 둥지를 틀게 된 것은 이제 전남대학에서 강의를 맡게 된 그에게는 지리적으로도 서울보다는 곡성이 더 편할 수도 있겠지만 말년에 시골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은 나이먹은 사람들의 로망이기도 한 이유가 있을 것도 같다.

 


남들처럼 화려하고 거창한 별장이 아니라 주위 집들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소박한 크기의 살림집을 직접 설계하고 망치질을 하면서 만들고 있는 이들 부부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워 보인다. 나 역시 그런 계획을 수도 없이 해보았으나 결국은 실천에 옮기지 못한 한이 있어 그들이 더욱 부럽게 느껴지나 보다.

 

섬진강은 아름다운 강이다. 그리 크지 않은 강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주변의 풍경은 사철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데 봄철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가에 만발한 벚꽃과 매화꽃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곡성에서 17번 지방도로를 따라 10여키로 남쪽으로 가다보면 두가리가 나오고 왼쪽에 외갓집마을 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이 마을이 영희네가 사는 마을 인데 20호가 채 안 되는 작은 마을이지만 인정이 넘치는 곳이라고 영희 부부는 자랑이 대단하다.

 


내가 간 날이 마침 2011년 12월 그믐날, 이 마을 회관에서 근무하는 사무장 임기가 끝나고 새 사무장을 뽑는 신청 마감일인데 마을 이장이 와서 영희 보고 신청하라고 설득을 하면서 면사무소에 주민등록 등본과 학교 졸업 증명서를 제출하라고 한다. 지금 까지는 외부 사람이 와서 했는데 외부 사람보다는 동네사람이 좋다고 동네사람 모두가 적극 권유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대학원 까지 졸업한 영희에게

“작은 마을 사무장 하는데 학벌이 너무 과한 거 아냐?”

하니, 그래도 필요서류를 면에다 제출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 서류 준비하기가 어려워 잘못하다가는 아직까지 시험에 떨어져 본적이 없는 경력에 사무장 떨어졌다는 오점을 남길가 두렵다고 걱정을 한다.

 


아직은 시골 생활에 모든 것이 서투른 이들 부부는 그래도 열심히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을 한다. 나무를 때는 보이라가 잘 맞지 않는지 열이 나지 않아 썰렁하게 느껴지는 실내 온도지만 마음 만은 훈훈한 이곳 두계마을 영희네 집은 무엇보다도 화려하지가 않아서 좋다. 앞으로 곡성 어머니를 보러 올때마다 자주 들려야 할 것 같다.


영희는 이곳 마을에 와서 생활하는 내용을 블로그에 기록하고 있다. 나도 들어가서 그 내용을 보니 시골 마을의 생활하는 정다운 사연이 너무나도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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