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
우리는 살면서 불이나는 것을 직접 경험하거나 당해본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나 역시 마찬가지 였는데 말년에 어쩌다가 이역만리 라오스에서 그 불나는 경험을 해 보았다.
나하고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건물이 시뻘건 불길에 휩싸이는 것을 보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한참 전에 "언덕위에 하얀집" 이라는 노래가 유행 할 때 가수 조영남이 개사를 해서 부르는 것을 보고 웃었던 기억이 새롭다.
"언덕위에 하얀집, 하얀집은 우리집, 불이나면 빨간집, 꺼지면은 까만집" 하고 구성지게 부르는 것을 듣고 같이 부르던 기억이 새로운데 내가 직접 당하면 절대 웃음이 안 나온다.
큰 재해 중에 홍수가 나서 주위 건물이 휩쓸려 떠내려 가거나, 큰불이 나서 건물이 순식간에 타버리는 것을 보고 우리는 水魔나 火魔 라고 그 참혹함을 표현한다.
라오스에서 시내를 다니다 보면 불에 타버린 집이 복구를 못한채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모습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화재가 나면 보험도 안들었고 새로 집을 지을 수 있는 여력도 안되어 손을 못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들이 낡고 판자집 형태의 집들이 많아 한번 불이 나면 끄기가 힘이든다. 마치 불소시개에 불이 붙듯 순식간에 타버려 큰집이 타는데도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
라오스는 비밀의 나라라고도 한다. 알듯 모를 듯한나라, 그래서 몇년전 큰 재래 시장이 갑자가 불이나서 전소를 했는데 이상한 것은 이렇게 시장 전체가 홀랑 타버려도 그 화재 원인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누구는 땅주인이 임대상인들이 안나가자 일부러 불을 질렀다고도 하는데 그 건 알수 없는 일이고 밝혀지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비엔티안에서는 그런 비슷한 경우가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다. 몇달전에도 공항근처 중국 재래 시장에 큰 불이나서 시장이 전부 불타버렸는데 이때도 임대상인들을 쫓아내기 위해 일부러 불을 질러 버렸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떠돌고 역시나 그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쉼터옆집의 화재는 그런 이유는 아니지만 좌우지간 생각지도 못한 불이 났다.
쉼터에서 퇴근을 하고 집에 있는데 저녁 6시경 전화가 온다. 쉼터의 김사장 전화다. 그런데 밑도 끝도 없이 전화에 대고 급하게 하는 말이
"선생님, 쉼터 옆집에 불이 나서 우리 쉼터까지 옮겨 붙고 있어요"
"무슨 소리야, 불이 나다니"
"빨리 오세요"
맥놓고 있다가 불이 났다는 전화를 받고 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자전거를 타고 4km정도 떨어진 쉼터 까지 가는데 마침 퇴근시간이라 도로가 엄청 막혀 시간이 많이 걸린다. 간신히 쉼터에 도착을 하고 보니 집은 거의 타버렸고 마지막 불길을 잡느라고 소방차가 계속 물을 뿌리고 있다. 소방차는 달랑 한대뿐, 날이 어두어 불이 꺼진 곳은 컴컴해서 보이지를 않자 손전등을 들고 잔불이 없나 살피고 있는 낙후된 라오스의 소방장비의 모습을 보니 조금은 한심한 생각이 든다.
우리쉼터 건물은 다행이도 그을르기만 하고 불이 옮겨 붙지는 않았다. 급하게 안에 있던 손님들의 짐과 컴퓨터등을 옆집 절마당에 놓고 정리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참으로 한심한 생각이든다.
▼ 불이난 옆집은 우리 한인쉼터 건물의 주인 집인데 담 하나 사이라 불이 옮겨 붙기 직전까지 갔다.

▼ 진짜로 불꺼진 집은 까만집이라는 표현이 맞기는 하다.

▼ 불에 탄 집터를 보니 원래 어떤 집의 모습이었나 기억이 잘 안나다.


▼ 담 오른 쪽이 불이 난 집이고 왼쪽 차가 있는 집이 우리 쉼터다.

▼ 쉼터 건물 2층에서 바라본 화재 현장, 왼쪽 문이 열린 방은 불길이 창문을 뚫고 들어와 창문과 천정 일부가 타기 시작했다.

▼ 밖에서 본 창문의 모습, 불길에 접한 창문은 완전히 타버리고 불길이 안으로 들어가 불이 옮겨 붙기 직전 까지 갔다.

▼ 끝방의 모습, 천정도 불길에 구멍이 나고 창문 안에 까지 불길이 들어온 흔적이 확연히 보인다.



▼ 방안의 모습

▼ 창문으로 내다본 화재 현장, 화마가 스치고 지나간 흔적의 모습이 너무 참혹하다.

▼ 불길에 가까이 접한 쉼터 건물의 창문
▼ 이 강아지는 화재가 난 집에 같혀 있다가 뒤늦게 탈출했는데 연기에 취해 정신을 못차리고 우리 쉼터 마당에 웅크린채 손으로 건들여도 눈도 못뜨고 꼼짝을 하지 않는다. 죽지나 않을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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