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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산

금대봉 야생화

by 남상태 2023. 5. 20.
금대봉, 대덕산 생태보전지역                                                                                           2005.5.2
백두대간 주능선의 함백산과 금대 봉을 이어주는 높은 고개 이름이 바로 싸리재(1,268m)이다. 고한에서 태백으로 넘어가는 길목인 싸리재까지 서울 양재동에서 3시간 반 만인 10시 반에 도착을 했으니 빨리도 간 셈이다. 휴게소에 들린 시간을 제외 하면 주행시간은 세시간정도 걸렸는데 경부-여주-중부내륙-감곡-38번 도로로 이어지는 주행코스는 도로여건이 너무나 좋아져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금대봉(1418.1m)과 대덕산(1307.1m) 일대 126만평은 환경부가 자연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한 곳으로 우리나라 식물 자원의 보고다. 싸리재에서 금대봉으로 이어지는 임도 주위는 4월 말인데도 숲속의 나무들은 아직도 한겨울 분위기 이다.
그런데 그런 것만은 아니다. 땅에 깔린 누런 낙엽 사이로 보이는 얼레지가 정신을 번쩍 나게 하더니 이어서 나타나는 산괴불주머니 군락은 우리를 흥분하게 하고, 길옆 노란색의 양지꽃과 흰색의 꿩의바람꽃은 야생화 탐방 분위기를 확 바꾸어준다.

 

 
우리 일행 8명중 남유경박사와 표종환사진작가등 4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은 야생화에 대하여 초심자들이라 설명을 들은, 꽃 이름과 실제 꽃을 연결하기가 여간 버거운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분위기에 취해 열심히 듣고 열심히 적고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나는 찍은 사진과 꽃 이름이 연결되지 않을까 메모를 열심히 하지만 심히 걱정이 된다.
양지꽃 노랑제비꽃의 차이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며 촬영에 열중하는데 사진을 찍으면서도 이 사진이 제대로 나올까 의심이 된다. 접사가 안 되고 조리개와 타임조절이 안 되는 자동카메라인지라 전문적인 꽃 사진을 찍는데 심각한 한계를 느낀다. 그나마 꽃 사진을 찍다보니 옛말에 말 타면 경마 잡히려 한다는 속담이 생각나서 카메라 탓하는 내가 웃읍다.
이름도 희한한 괭이눈 군락을 지나자 평상시 같으면 그냥 지나칠 개별꽃이 오늘따라 새롭게 보인다. 노랑제비꽃 태백제비꽃을 비교하면서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는데 무엇이 급한지 앞서간 일행 4사람이 빨리 오라고 재촉이 심하다. 참새가 어찌 봉황의 뜻을 알리요......


금대봉 정상을 비켜서 옆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헬기장 쪽으로 가다보니 나무가 없는 구릉지대에 새로 식목한 주목들이 보이고 백두대간 나무심기행사로 강원랜드에서 후원을 했다는 플라스틱 작은 안내표가 붙어있다.
 
자연생태계 보호지역에 인위적으로 나무를 심어 놓으면 본래의 자연생태계가 변형 될 것은 뻔 한데 이것이 무슨 무식한 소치인가 하고 남 박사는 흥분을 한다. 당장 몇 년 전만 해도 이 곳에 지천으로 깔렸던 얼레지 군락이 자취를 감추었다고 하니 참으로 울화가 치민다. 그나마 생육 여건이 맞지 않는지 심어 놓은 주목들은 거의가 죽어가고 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는데 카지노로 번 돈 생색한번 무식하게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웃기는 일은 그 옆에는 이곳은 자연 생태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니 절대 자연을 훼손하지 말고 자연 그대로 두라는 안내판이 서있고 만약 위반 시에는 처벌을 받는다는 경고문이 명시되어 있다.
 
금대봉 정상에서는 방향을 틀어 동쪽으로는 백두대간 주능선이 연결되고 북쪽으로는 대덕산방향으로 가게 되는데 대덕산 방향은 두문봉재 못가서 임도는 끝나고 소로가 다시 둘로 갈라진다. 이곳에서는 우측 능선을 찾아 들어서야지 직진을 하면 대덕산이 아닌 아랫마을로 빠지게 된다.
 
두문봉재 근처에 가니 또다시 대단한 야생화 군락이 펼쳐지며 이름도 처량한 홀아비바람꽃 얼레지군락이 장관이고 중간 중간에 미나리아재비가 자리를 잡고 있다.
 
배가 고파 야생화 가운데 자리 잡고 호사스러운 중식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밥 먹는 시간도 아까운지 표 작가는 금방 일어나 다시 사진 촬영을 시작한다.
 
노랑 꽃잎이 반짝반짝 빛나는 미나리아재비 유별나게 흰색이 눈에 띄는 꿩의바람에 대하여 설명이 끝난 뒤 발걸음을 옮기던 남 박사가 환호성을 지른다. 이곳에 오면서부터 벼르던 희귀식물인 한계령풀을 발견한 것이다. 한계령풀은 아주 귀한 품종으로 이 식물을 훼손할 경우 3백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겁을 준다. 내가 보기에는 별로 특이한 것 같지 않은데 귀하다고 하니 갑자기 꽃이 멋있어 보인다.
 
노루귀, 갈퀴현호색, 중의무릇등이 번갈아 나타나는 야생화 군락지에서 촬영에 열중하다가 일행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숲속에 가려 대덕산 방향을 짐작하기가 어려운 가운데 흩어진 일행은 전화가 불통이라 연락이 안 된다.
 
산에서 길을 잃으면 처음 헤어진 지점으로 가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인데 과연 일행들은 그렇게 할런지? 능선길이 뻔해서 조난당할 염려는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은근히 걱정이 된다.
 
일행을 기다리다 포기하고 우리팀 네 사람은 대덕산 방향으로 가는 길을 찾은 뒤에 분주령까지만 갔다 오기로 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잠시 후 남한강발원지인 고목나무 샘이 나타난다. 빈약하기 짝이 없는 작은 샘은 물 한 목음 떠먹기도 어려운데 여기서부터 물이 흘러서 한강까지 간다고 생각하니 신기하기 짝이 없다. 본격적인 발원지인 검용소라는 곳은 계곡 아래로 더 내려가야 한다는데 오늘은 어렵고 다음기회에 꼭 가보리라 다짐을 한다.
 
물먹는 것을 포기하고 발걸음을 재촉하다보니 시간이 너무 흘렀다. 헤어진 일행과 전화통화를 여러 번 시도하다가 어렵게 연결되었다. 그쪽 일행 4명은 차를 세워둔 싸리재 쪽으로 내려가는 중인데 현재 금대봉 밑에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정반대방향인 대덕산 쪽으로 부지런히가고 있으니 무언가 잘못 되었다. 우리도 방향을 돌려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야생화는 햇빛이 약한 오전이 촬영이나 관찰하기가 좋다. 한낮이나 오후에는 꽃이 시들어 생동감이 떨어진다. 내려가는 길에 보니 아침나절 싱싱하던 꽃잎들이 생기를 많이 잃었다.
 
싸리재로 가는 임도에 들어서니 사진동호회 회원들인 듯 길가의 꽃들을 촬영하며 여러 사람이 올라오고 있다. 카메라들이 하나 같이 거창하다. 전문적인 꽃 사진을 찍으려면 장비 준비만 해도 만만치 않다. 
싸리재에 하산을 하니 시간은 어느덧 오후 4시, 이제 또다시 멀고먼 서울까지 달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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