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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禮義廉恥

by 남상태 2023. 5. 19.
예전에 자주 지나다니던 차 길 옆에 화교학교가 있었다.그 화교학교 건물 벽에는 커다랗게 한문으로 禮義廉恥라는 글이 써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학교건물 벽에 왜 저런 걸 써 놓았나, 저것이 학교 교훈인가 라는 정도로만 생각을 했다.그 뒤 세월이 지나고 나이가 어느 정도 들자 세상이 어수선해 진다는 느낌이 들면서 나는 문득 그 글귀를 생각하게 되었다.
 
禮義廉恥라는 말은 禮義란 예절과 의리라는 뜻이며 또한 사람이 행하고 지켜야할 예도 이고 廉恥는 남에게 신세를 지거나 폐를 끼치거나 할 때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상태라는 의미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 "예의염치"를 지키면 더할 얘기가 없다. 아! 그래서 화교학교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첫 번째 가르치고자 한 것이 이 말이었구나 하고 새삼 교육이념의 깊은 뜻을 되새기게 되었다.
 
얼마전의 일이다. 집에서 식구들과 얘기를 하는 도중 요즘 전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젊은이들이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너무 스킨쉽을 과다하게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얘기를 하니 옆에 있던 집사람이 핀잔을 준다.
 
"당신은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꼭 할아버지 같은 얘기만 해요, 애들이 흉 봐요"
 
내가 열이 나서 한마디 했다.
"야! 너희들은 사람과 짐승이 다른게 무엇인줄 아냐? 짐승들은 모든 일을 본능적으로 하지만 사람은 예의와 염치가 있어서 하고 싶은 것도 참고 주위에 피해를 안 줄려고 하는 것이 바로 짐승과 사람이 다른 점이야. 그런 구별이 없으면 사람과 길거리의 개새끼가 다를 게 뭐가 있겠냐? "
"요즈음 원조교제다 뭐다 하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도 다 동물적인 본능을 이성으로 억제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냐? "
 
사실 요즈음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깜짝 놀랄만한 여러 가지 일들은 모두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욕구를 스스로 제어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나역시 큰소리는 치지만 어느 순간 그 제어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장담을 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나가다 예쁜 여자를 보면 자연적으로 눈길이 한번 더가고 좋은 차를 보면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것이 남자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이야기가 비약하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맹자가 주장한 性善說과 순자의 性惡說 중 성악설을 적극 주장하는 편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태어 날 때는 천사 같이 착하지만 본인이 위협을 느끼면 본능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하고 그 자신의 생존을 위하여는 주위의 사정을 돌볼 여지가 없다. 그 것은 동물들의 본능이지 얘의염치를 따질 상황이 못된다.
전쟁이 나면 모든 사람들은 자기 가족을 챙기고 내 자신이 살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동물들의 본능이다.  그래서 사람이나 짐승이나 원래는 자기 중심적으로 될 수밖에 없는데 사람의 경우 예의염치를 생각하며 그 본능을 참는 것 뿐이다.
 
독수리 새끼들은 어미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혼자서 먹으려고, 먼저 태어난 힘센 형이 늦게 태어난 약한 동생을 둥지에서 밀어서 떨어뜨린다. 이 것을 보고 생존 본능에 대한 욕구는 절제된 감정이 없다면 얼마나 무서운 일을 저지를 수가 있는가 하는 것을 새삼 느낄 수가 있었다.
 
사람은 여럿이 어울려 살면서 질서와 사회적인 규범 때문에 이 본능을 억제하면서 살게 되는데 이 억제력이, 술을 먹거나 혹은 몹시 흥분을 하게되면 이성을 잃고 그 본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내 자신을 경계를 한다. 그 못된 본성이 언제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주위에서는 나를 보고 "저 사람은 법이 없어도 살 사람이야" 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모르는 얘기다. 어느 순간 내가 내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면 나는 엄청난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집사람은 항상 나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맛있는 것이 있으면 남한테 권할 줄 모르고 혼자만 정신 없이 먹는다는 것이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뒤늦게 한없는 죄책감과 自愧감으로 몸부림을 친다. 왜 그랬을까? 역시 나는 구제 불능인가?
 
언젠가 냉장고를 열어보니 아이스크림이 딱 한 개가 보인다.
"마누라가 나를 시험하려고 하나를 남겨 놓았나?"  순간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나는 심한 갈등을 느꼈다.
이걸 먹어야 하나, 참아야 하나, 그러나 결국 나는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과감하게 먹자! 그리고 빨리 아무도 모르게 사다가 채워 놓자!
그런데 먹고나서 시간이 지나자  아이스크림을 사다 놓는 것을 깜빡 잊어버렸다.
 
아! 그 뒤의 일은 얘기하고 싶지 않다. 아이스크림 하나 때문에 나는 완전히 곤죽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나서 나는 또다시 절실하게 느꼈다.
"그래 역시 순자의 性惡說이 맞는 이론임에 틀림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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