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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고대산악부 후배 유정수의 버킷리스트 (유라시아 3만km를 바이크로 나 홀로 대륙횡단)

by 남상태 2025. 5. 19.

버킷리스트란 말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관심을 끈다. 그 의미는 '우리가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을 말하는데 몇 년 전에 버킷리스트란 내용으로 나온 영화를 감명 깊게 본 기억이 난다.

이 버킷리스트의 목록은 개인의 꿈과 목표, 경험을 기록하는 기준이며, 무기력한 현재의 삶을 활기차고 다채롭게 실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각자 작성한 버킷리스트는 작성하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고 한 두 개 실행할 수도 있다. 그것은 순전히 본인의 의지에 달렸다.

 

나는 그동안 작성한 버킷리스트를 정리해 보니 실행한 것보다는 못한 것이 대부분이다.

젊었을 때 열심히 다니던 산들도 계획 없이 다니다 보니 알맹이가 없고 오토바이나 자전거로 전국 일주하기도 우물쭈물하다가 나이가 너무 먹어버렸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실천하는 것은 영화에서처럼 죽음을 앞둔 노인네들이 실천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한이 따르기 마련인데 가장 우선되는 것이 움직일 수 있는 신체적인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5월 시니어모임 산행하는 날에 비가 주룩주룩 오는 가운데 12명의 회원이 약속 시간이 되자 모이기 시작하는데 온다는 연락이 없던 막내 유정수(76학번)가 갑자기 나타난다. 자동차 정비센터를 운영하기 때문에 항상 바쁜 친구라 부담이 될 것 같아 일부러 연락하지 않았는데 얼굴을 보니 반갑다.

 

정수는 지난 1, 10일간의 캐나다 밴프 원정에도 같이 참여했는데 그때 코로나 전부터 준비해 오던 유라시아 오토바이 횡단 계획을 물어보니 올해 6월에 출발할 것 같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며칠 전에 전화를 해보니 61일 예정대로 동해항에서 출발한다는 확답을 해서 운행의 개요를 전달받았다.

 

"유라시아 바이크 횡단 요약"

*기간: 20256월 1일-9월 20일

*참가 인원 : 나 홀로 출발

*개요: 총거리 3만 km, 90일 소요, 예비 일 및 휴식 20

*코스: 동해항 -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 몽골 - 파미르고원 - 조지아 유럽 - 포르투갈 호카곶. 20개국.

목적지에 도착해서 바이크는 배로 부치고 사람은 비행기로 귀국

 

전체적으로 몽골과 파미르고원 지역 오지와 산간 도로에 비중을 두고 유럽 지역은 가능하면 고속도는 피하고 일반국도를 이용. 숙박은 야영 위주로 하고. 통신은 핸드폰 2대로 한대는 로밍. 한대는 현지 유심 사용. 1500km 주행할 예정

 

유라시아 대륙횡단 노선도

 

나는 20173월부터 3년간 라오스에서 혼자서 생활하는 동안 110cc 중고 스쿠터를 가지고 라오스의 오지를 여러 번 돌아다닌 경험이 있다.

 

한 번은 라오스의 이름난 험로인 폰사반 방비엥의 7번 산길 도로를 비 맞으며 가게 되었는데 오가는 차량도 거의 없고 인가도 없는 굴곡이 심한 좁은 산길을 2시간 넘게 가다 보니 추워지면서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빗길에 심한 코너 길을 가면서 브레이크를 살짝 잡아보니 뒷바퀴가 예민하게 반응해 상당히 조심스럽다.  빗길에 시야가 좋지 않아 잔뜩 긴장하며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반대편 차도에 고장이 나서 한 차선을 막은 채 주차해 있는 커다란 화물 트럭이 보인다. 라오스는 화물 운송을 대부분 트럭으로 하는데 차량이 노후화하여 길가에 세워놓은 트럭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래서 길옆으로 조심해서 올라가는데 서 있는 트럭 뒤에서 갑자기 커다란 화물 트럭이 나타나며 내 앞으로 돌진해 내려온다. 올라가는 내 앞으로 밀고 내려오는 거대한 트럭을 피할 방법이 없어 결국 길옆의 작은 도랑에 처박혔는데 그 트럭은 나를 그렇게 해놓고는 쳐다도 안 보고 그대로 내려가 버린다.

 

인가도 없는 산속에서 도랑에 빠진 나는 무거운 스쿠터를 혼자서 끌어낼 수가 없어 난감해하고 있는데 고장 난 트럭에 앉아 있던 운전사가 나와서 오토바이를 끌어내는 것을 도와준다. 둘이 함께 힘들게 길 위로 오토바이를 꺼내 놓았는데 살펴보니 흙구덩이에 빠지는 바람에 다행히도 파손된 곳이 없고 시동도 잘 걸린다.

그래서 도와준 그 운전사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니 좁은 도로에 길을 막고 세워놓은 자기 차 때문에 사고가 난 것은 미안해하지 않고 나에게 수고비를 달라고 한다. 처음에는 화가 나서 가만히 쳐다보다가 만약 내가 산 쪽 도랑이 아니고 반대편 수십 미터 계곡으로 굴러 떨어졌으면 어쩔 뻔했나라는 생각이 들어 그래도 내가 천운이었다고 생각하고 거금(?) 10만 킵(1만 원)을 주니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나와 비교하면 낯선 초행길에 20개국을 거쳐 주파해야 하는 정수의 앞길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일주일 동안에  1,000km를 주파하는 것도 힘들다고 투덜대는데 20개국 3만 km를 3개월간 혼자서 오토바이로 횡단한다는 것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멀고 험한 길을 동반자 없이 혼자서 간다는 것은 더더욱 큰 결단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이제 정수도 젊은 나이가 아니고 70 고개를 눈앞에 바라보고 있어 참으로 대단한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버킷리스트는 누구나 작성할 수가 있다. 그런데 그 리스트 중에 얼마나 언제 어느 것을 실행하는가라는 것은 순전히 본인의 몫이다.

이중에 작은 계획이나 거창한 계획이나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할 수가 없는데, 내가 최선의 노력을 하다가 안 되면 후퇴하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유정수는 참으로 대단한 도전을 하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앞서 도전한 사람들의 기록을 보면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는 쉽게 이해할 수가 있다.

 

2561일 출발하는 유정수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