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이 되면 정신없이 스키를 타러 다니던 옛날 생각이 새로운데 작년에 병광 형님이 돌아가시고 나서는 스키를 타러 가자고 부추기는 사람도 없고 내 자신 몸도 따라주지 않으니 스키를 타고자 하는 마음도 별로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지난 세월을 회상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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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날, 꼭 그래서 간 건 아니지만 병광 형님의 권유로 용평스키장엘 갔다. 오후 스키를 탈 것을 예정하고 11시에 양양을 출발했다. 양양에서 스키장 까지는 40분이면 간다. 고속도로에서도 주행속도 90km를 주장하는 형님 덕분에 1시간 걸려 스키장에 도착한 뒤 간단한 점심을 하고 나만 리프트 티켓을 구입했는데 65세 이상 경로 우대로 38,000원을 지불했다.
병광형님은 새로 구입한 산악스키를 가지고 그린슬로프를 걸어서 올라가실 모양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맨몸으로 걷는 걷도 힘든 판에 스키를 신고 언덕을 올라가기에는 83세라는 연세가 너무 많으신 것 같다. 그래도 마음만은 아직 청춘이라 거금을 들여 새 스키까지 구입하셨으니 옆에서 말려서 될 일도 아니다.
용평 스키장은 스로프 들이 눈이 적어 아직 완전 개장을 못했다.製雪機 여러대를 동원해 열심히 눈을 만들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나는 근래 들어서 상급자 코스는 삼가고 중급자로 만족하기 때문에 별 상관은 없다. 스키어 중에는 나이가 많은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 내 주위 사람들도 70이 넘으니 거의가 포기를 하고 주위에서도 스키를 타는 나를 염려하는 눈으로 바라본다.
한결 같이 하는 소리가
"노인네가 스키타다 넘어지면 끝이에요, 조심하세요"
"안 넘어지면 되지"
말은 호기롭게 하지만 그래도 그전 같지 않은 내 자신이 조금 걱정은 된다. 그래서 상급자 코스는 거의 가지 않는데 한참 타다가 몸이 풀리면 나도 모르게 상급자 코스로 가게 된다.
스키장엔 스키나 보드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많아 자기 제어를 못하고 돌진해 올 때는 모골이 송연해진다. 몇 년 전 같이 스키를 타던 후배가 보드를 타고 내려오던 학생에게 들이 받혀서 구급차에 실려내려 간 적이 있는데 자동차 운전처럼 나만 주의해서 될 일은 아니다.
그래도 오늘은 사람이 많지 않아 스키타기는 좋다. 대여섯 번을 쉬지 않고 오르내렸더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확실히 다리 힘이 예전 같지 않아 저절로 세월을 한탄하게 된다.
슬로프를 몇 번 오르내리다 보니 산악스키 바닥에 씰을 붙이고 배낭을 멘 채 천천히 걸어 올라오는 병광형님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복장이 너무 과 하셨다. 두꺼운 옷과 배낭에다 헬멧까지 완전 무장을 하셨으니 얼마나 걷기가 힘이 드시겠는가?
그 뒤에 벌어진 일은 보나 마난데 결국 그 불똥은 나한테 떨어졌다.
두꺼운 옷과 헬멧, 배낭등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서 스로프를슬로프를 올라가시던 형님은 마침내 한계점에 다다르자 슬로프를 내려오는 나를 불러 세우신다.
"상태야, 무거워서 안되겠다. 이 것 옷과 배낭을 저 아래 내려다 두고 올래?"
"............"
거절할 처지가 못 되는 나는 결국 그 짐들을 모두 안고 슬로프를 내려가느라고 적지 않은 고생을 했다 ㅠㅠ
이제 세월은 흘러 병광형님은 돌아가시고 형님의 빈자리를 내가 채우면서 병광형님 뒤를 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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