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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한국에 가서 있었던 일

by 남상태 2023. 10. 25.
2018-07-28  

오래간 만에 한국엘 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왔다고 보고 하는 일이다그런데 이 일이 생각처럼 간단하지를 않다. 전화를 받는 사람은  한 사람이지만  여러사람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야 하는 나는 보통일이 아니다.

몇 십 명을 어떻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야 하나? 그래서 전에 왔을 때는 몇 사람 걸다 말았더니 마침 전화 거는 것을 빠트린 친구에게서 출국 전날 내가 온 것을 알고 전화가 왔다.

 

"너, 왔으면 연락을 해야 할 거 아냐? 언제 만날까?"

" 아! 미안, 내가 내일 다시 나가야 돼"

" 그래? 네 맘대로 간다고?  너 출국 정지 시켜버려"

큰 죄를 지은 심정으로 사죄를 하고 보니 참 매번 "나 왔소" 하고 떠들기도 우습고 안 하기도 그렇고 좀 난감하다.

 

이번에는 아주 그룹별로 단체 카톡을 보냈다.

"저, 왔습니다. 몇 분 같이 식사 합시다" 그런데 초청 대상을 정하기가 참 애매하다. 고대산악회는 전부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이 사람은 카톡 보내고 저 사람은 안보내면 어차피 못 올 사람이라도 연락을 못 받은 당사자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게 분명하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 추가를 하다 보니 20명이 훌쩍 넘는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학번으로 끊었다. 60학번대 이상만 보냈는데도 23명, 이럴 때는 이상하게도 대부분 참석의사를 밝힌다.

 

 

원예산우회는 아예 산행일에 같이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평상시 산행에는 7, 8명 나오던 사람이 또 20명이 훌쩍 넘어 버린다. 오! 이 인기는 언제나 사그라질 것인가?^^^

 

또 중 고등하고 친구, 동네 친구, 산악회 친구 등 그러다 보니 며칠 동안 만난 사람이 50명을 넘는다. 내가 국회의원 선거 운동 하는 것도 아니고 인기연예인도 아닌데 아픈 허리 치료받으러 병원 가기도 힘이 든다

 

사람이 사는 방법은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한마디로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반갑게 맞아 주는 친구와 이웃들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우리 나이가 되면 오라는 사람도 없고 갈 곳도 없는 사람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 그래서 집에 있기가 눈치 보여 매일 노인복지관에 나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데 이제 행복한 투정은 그만할 일이다.

 

한국에서의 바쁜(?) 일정을 끝내고 다시 라오스에 돌아온지 사흘, 이제는 이곳 생활에 매진할 차례다. 그런데 나간 지 얼마 안 되는 라오스 교회에서 갑자기 나에게 과제가 주어 졌다.

외국에서 교회나 성당, 또는 사원에 나가는 교민들은 독실한 믿음이 있어서 라기보다는 외로운 이국땅에서 교민들끼리 친분을 쌓기 위한 방편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개척교회인 우리 교회의 목사님이 라오스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소식지를 발간하려고 하는데 나보고  맡아서 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런데 과연 아무준비도 없이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지만 목사님은 하느님이 주신 사명이라고  하셔야 된다고 밀어붙이는데 내가 독실한 신자도 아니고  말년에  고생길에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마음이 심란하다.

 

하긴 무언가 바쁘게 할 일이 있다는 것은 노인들에게는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떠할지가 걱정이다.  목사님 말씀처럼 기도를 열심히 하면 통할는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기도하는 것 자체가 익숙지 않으니 이도저도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위기는 바로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다. 어차피 할 일이라면 한번 밀어 부쳐 볼 일이다. 

아! 라오스에 와서 또 색다른 일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