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05 10:33:58 [이글루스]
2011년 일본의 쓰나미 사건시 마을 하나가 통째로 자취를 감추었다. 상상하지 못할 엄청난 쓰나미가 빠지고 난 뒤에, 자기가 살고 있던 곳을 넋을 잃고 하염없이 내려다보는 사람이 있었다. 집과 사람만이 사라진 게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 친구, 이웃들도 어디론가 전부 사라져 버렸다.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울부짖기라도 하고 싶으련만 잠깐 눈물을 비추는 듯하더니 어느덧 임시 피난소로 돌아와 피난물자를 나른다. 그리고 청소를 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안 되도록 자기 잠자리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나서야 비로소 잠시 휴식을 한다.
어떤 경찰관이 있었다. 전근을 앞두고 비번인 날에 부인과 함께 이삿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 때 지진이 일어났다. 필사적으로 가재도구를 붙잡고 버텼다. 그는 상황이 진정되자 곧바로 제복을 챙겨 입는다. 쓰나미가 걱정이 되었지만 집이 3층이라 안전할 것이라 생각을 했고 무엇보다도 마을 주민을 책임져야하는 경찰관 본연의 임무 수행을 위해 부인에게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경찰서로 향한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부인은 천정위의 작은 공간으로 피신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고 한다.
엄청난 쓰나미가 물밀 듯이 몰려올 때 시청에 근무하는 한 여직원은 필사적으로 쓰나미 경보안내를 계속한다. “주민여러분 빨리 안전한 높은 지역으로 대피하십시오” 쓰나미가 거세게 밀려와 시청이 물에 잠겨 저절로 방송이 끊어질 때 까지 이 여직원의 방송은 계속된다. 그 여직원은 끝내 행방불명이 되었다.일본의 재난시 일어난 이러한 예들은 수도 없이 많이 전해진다.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침착하고 참을성이 있는지,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남에 대한 배려와 자기 자신의 직업에 대한 책임감이 일어나는지 우리 생각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재난이 일어난뒤 어느 덧 2개월이 지나고 있을 당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어떤 학교의 합숙소를 빌려 피난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제 겨우 가설 주택이 마련되어 조금은 편한 곳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들은 떠나게 될 학교 합숙소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2달동안 학생들이 사용할 곳을 차지해 죄송하다며 깨끗하게 청소라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다. 90세가 된 할머니가 쭈그리고 앉아 문틈의 먼지를 열심히 닦아내고 있고 한쪽에서는 물걸레질을 하고 또 한쪽에서는 화장실 청소가 열심이다. 청소가 끝나자 누군가 합숙소 뜰에 있는 화단의 잡초를 뽑자고 제의한다. 이 사람들은 가족을 잃고 재산을 잃고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은 사람들이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설 주택의 불안한 생활과 앞을 알 수 없는 미래뿐이건만 이들은 모두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잡초를 뽑는데 열과 성의를 다한다.
3.11 재해에서 나타난 일본인들의 태도와 대응에 대해 세계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원전 사태가 조금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수상이 한 체육관을 방문한다. 쓰나미로 인한 원전 사태에 대한 사죄 방문이다. 수상이 어떤 사람에게 인사를 한다. 정말로 열심히 복구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자 그 사람은 “꼭 부탁합니다. 수고해 주십시오” 라고 한다. 수상은 “ 네 감사합니다” 라고 답을 하는데 이것은 사과하러간 수상이 오히려 격려를 받는 입장이 되었다.
우리나라 덕담에 이런 말이 있다. 기쁨을 나누면 기쁨은 두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슬픔은 반으로 줄어든다고 했다. 그렇다고 나의 슬픔과 고통을 남에게 억지로 넘기려 한다면 그것은 상대편을 불편하게 만든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일본 사람들은 그런 엄청난 재해를 당해서 가족과 집을 몽땅 잃어버렸으면서도 자기의 슬픔과 눈물을 남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우리나라 사람과 일본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어제 신문을 보니 이런 내용이 있다.
「4월 29일 오전 안산 화랑유원지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를 위한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합동분향소에는 희생자 159명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졌다.
합동분향소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강병규 안정행정부 장관, 서남수 교육부장관 등이 보낸 조화가 도착했다. 하지만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은 "정부에서 보낸 화환은 꼴도 보기 싫다"며 박근혜 대통령 조화 철거를 요구하여 합동분향소측은 유족들의 감정을 고려해 정관계 관계자들의 조화를 밖으로 옮겼다.」
이번 세월호의 사고는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다가 일어난 사고인데 그 원인은 人災와 官災라고 평한다.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 일어나고 말았는데 그렇다면 그동안 계속해서 일어나는 대형 사고들이 개선이 안 되고 왜 되풀이 될까?
요즘 매스컴엔 관재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관피아(관료마피아)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 이 관피아의 관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오 수십 년간 우리나라 관료사회에 널리 퍼진 악습인데 그동안 여러 대통령들이 이것을 고치려고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고쳐지지 않고 내려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격이 급해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이성적이기 보다는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있다. 오죽하면 부부싸움하다 화를 참지 못하고 자기 집에 불을 지르는 행동을 거침없이 할까?
이번 사고는 탑승자 476명중 사망과 실종이 302명이다. 죽지 않아도 될 302명이 한순간에 수장된 사건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는데 문제는 그 사고 원인이 너무 터무니없고, 사고수습 과정 또한 어처구니가 없다. 그리고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 또한 갈피를 잡을 수가 없는데 그러다 보니 남는 것은 유가족들의 원망과 저주와 갈등뿐이다.
정몽준 서울시장 예비 후보의 막내아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분향소에 간 일에 대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그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 지난번에 칼빵 맞을 뻔한 거 모르냐...경호실에서는 경호 불완전 하다고 대통령한테 가지 말라고 제안했는데 대통령이 위험을 알면서 방문 강행한 거야. 그리고 국민 정서 언급했는데 비슷한 사건 일어나도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다른 국가 사례와 달리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이 가서 최대한 수색 노력하겠다는데도 소리 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한테 물세례를 하잖아,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한데 대통령만 신적인 존재가 돼서 국민의 모든 니즈를 충족시키길 기대하는 게 말도 안 되는 거지.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 건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냐」
온 국민이 세월호 희생자에 대해 가슴 아파 하고 있는 시점에 유가족들의 흥분된 행동을 보고 그들의 행동을 미개하다고 직언을 한 것은 어린 소년의 철없는 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반듯한 정치의식을 가진 영웅이 등장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나는 이번 세월호의 사고를 보면서 3년 전 일어났던 일본 쓰나미 사건과 자꾸만 비교하게 된다. 斷腸의 슬픔을 안으로 삼키며 남에게 피해를 안주려는 일본 사람들과 나의 슬픔을 거침없이 발산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차이점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어떤 행동이 옳은 것이고 어떤 행동이 그릇된 것일까?
나는 TV에 보도되는 현장의 영상을 보면서 내가 만약 저 사람들의 입장이라면 어떠한 모습이었을까? 나도 나의 슬픔과 분노를 참지 못하고 총리에게 물을 뿌리고 닫혀있는 사무실을 향해 이단옆차기로 돌진을 할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병원에가서 주사를 맞는 어린아기는 주사 맞는 것이 무섭고 아파서 큰소리로 운다. 어른은 우는 아기를 달래준다. 그런데 어른이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을 때 어린애 처럼 주사 맞는 것이 무섭다고 큰소리로 운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나. 어른이 어린애가 하는 행동을 똑 같이 하면 우리는 참 난감하다.
우리는 차제에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이 꼭 정부만의 책임이고 나는 평상시에 매사를 반듯하게만 살았는가 라는 반성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시간이 급할 때는 추월도 하고 과속도 한다. 그런데 그것은 내가 할 때는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남이 할 때는 죽일 놈이라고 욕을 한다.
사람의 본성은 어려울 때 하는 행동을 보면 알수 있다고 했다. 평상시 잘하는 것 보다는 어려울 때 하는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의 진면목이 나타난다.
이번 사고에 대한 TV나 신문을 보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것은 온 국민이 마찬가지이겠지만 이번 사고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300명이 넘는 희생자중에 어린 학생들이 많은 숫자를 차지한다. 그래서 더욱 애통하게 생각하는데 지금 애도하는 분위기는 일반인 희생자는 뒷전이고 온통 학생들에게만 관심이 쏠려있어 일반 희생자 유족들이 섭섭해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배를 일부러 침몰시켰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니 참으로 가슴을 칠 일이다.
쏠림 현상이 심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격상 희생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생들을 애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보겠지만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냉정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사람이 심한 충격을 받으면 이성을 잃게된다. 그래서 예기치 못한 행동을 하게 되는데 우리는 이럴 때 조심을 해야한다.
세계는 지금 혼란의 시기로 대형 사고들이 많이 발생을 한다. 2001년 미국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이 테러범에 의한 비행기 충돌로 무너져 많은 인명이 살상된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그리고 일본 2013년 쓰나미 재난이 일어 났을 때 그나라의 국민들이 대처하는 모습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 국민들이 하는 행동은 너무 차이가 난다.
나는 이번 세월호의 참사가 발생한 것은 누구 한사람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흉보고 욕하는 일본 사람들보다 우리가 결코 뒤떨어지는 국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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