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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성남 모란 5일장 구경 (2008.7)

by 남상태 2023. 8. 8.

성남시의 모란 민속5일장은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제일 크고 또 가장 큰 도시에서 열리며 사람들 또한 제일 많이 모이는 장이라고 한다.

2008년에 구경을 갔었으니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가 모르겠다.

 

현대사회의 유통 방법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처럼 어마어마한 시설과 최첨단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여 일반 소비자들의 구미에 꼭 맞도록 그 형태가 날로 발전하고 있는데 현대인들은 그러한 서비스에 만족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재래시장의 향수를 쉽게 잊지 못하고 있다.


마른장마 속에 습기를 머금은 30도가 훨씬 넘는 날씨는 아스팔트의 열기로 인해 마치 사우나에 들어간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런 더운 날 나는 무슨 마음이 발동했는지 혼자서 모란 시장을 찾았다. 요즈음 들어 마음이 허전하여 옛날의 향수가 문득 그리워진 것인가?

 

모란 5일장은 끝자리가 4일과 9일이 되는 날 장이 열린다. 그래서 4, 9장이라고도 한다는데 하류를 복개한 장터는 평일에는 주차장으로 사용하며 그 면적은 3천 평이 넘는다.


모란시장은 모란전철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장이 열리는 날 전철역 4번 출구로 나오면 5일장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재래시장이나 며칠 만에 열리는 장터에 가보면 질서 하고는 담을 쌓은 것 같지만 그런 가운데 엄연한 질서가 유지되고 있어 신기하게 느껴진다. 모든 상품은 고정 구조물이 없이 급조된 시설물 위에 진열되어 있다.


▼모란역 4번 출구

 


▼차도 건너에서 바라본 시장 모습



▼5일장 입구에는 꽃가게가 자리를 잡고 있다.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그리 비싸지를 않다.

 


▼새 주인을 기다리는 애완견들이 더위를 이기지 못하자 주인은 얼음통을 갖다 놓았다. 강아지들은 연방 차가운 플라스틱 물병을 핥고 있다.


▼애완견과 토끼들이 이웃하고 있는데 강아지 한 마리가 토끼 쪽으로 넘어오려고 애를 쓴다. 넘어가서 뭐 하려고?

 


▼애완용 닭들도 더위에 쩔쩔매고 있는데....

 


▼병아리가 바글바글...

 

 

 

▼염소들은 풀만 보면 그저 좋은가 보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보신용인지, 아니면 사육용인지 모르겠다.

 


▼닭장차에 갇힌 신세는 누구나 할 것 없이 한심하게 보이는데 짐짝처럼 실린 저 닭들은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노조결성이 아직 안 되어 있는 모양이다.

 


▼먹거리가 빠지면 의미가 없어진다. 메뉴 다양하고 가격 저렴하고, 그다음은 앉아서 주문만 하면 된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모란시장, 이불 가게까지 있다.

 

▼생선가게

 

 

▼ 드디어 보인다. 약장수가, 내용이 궁금하여 들여다보았다.  약장수 설명을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사게 된다. 나 같이 의지가 약한 사람은 더욱 위험하다. 자칭 스님이라고 하는 사람의 설명을 한참 듣다 보니 슬그머니 마음이 기운다. 아무래도 불안해 얼른 자리를 뜨고 말았다. 조그만 손난로 같은 것을 아픈 곳에 문지르거나 대고 있으면 그곳에서 기가 뿜어져 나와서 아픈 것이 신기하게 낫는다고 하는데 아주 거짓말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슬며시 든다.

 


▼약장사 옆에서 칼 가는 도구를 파는 사람이 열심히 상품 설명을 하는데 이쪽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상품이 시원치 않은지 아니면 장사꾼의 말솜씨가 별로인지.

 

 

▼상품 종류는 과연 몇 개나 되려나, 재고가 떨어지면 알고나 있을까? 쓸데없는 것을 가지고 궁금해하는 이유는 날씨가 더운 탓이다. 날씨는 덥고, 볼 것은 많고, 다리는 아프고, 땀은 범벅이고.

 


▼식용견들의 초점 없는 눈길은 모든 것을 포기한 표정이다. 만약 누군가 앞에 와서 관심을 보여주면 그것으로 그 개의 생은 끝나고 만다. 그래서 그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 아닌지?


성남 모란시장의 식용견 판매는 꽤 알려져 있다. 도매와 소매를 같이 하는데 장이 열리는 날엔 전국에서 수십 대의 트럭들이 몰려든다고 하니 이곳이 바로 개들의 지옥임이 틀림없다. 그 규모가 너무 커서 4일, 9일 장날에 같이 열지를 못하고 하루 전에 따로 개장을 연다고 하니 이곳에 개들의 원한이 얼마나 많이 서려 있을 것인가?

시장 입구 오른쪽 골목은 상설 개 판매 집들이 있는 곳이다. 무심코 들어서자 굵은 쇠창살 안에 갇혀있는 개들의 모습이 보인다. 오늘같이 더운 날 좁은 우리 안에 서로 몸을 포갠 채 혀 빼물고 뒤엉켜 있는데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지나가는 사람들에겐 관심도 없다.


우리 안의 개들을 마주 보기가 민망하다. 주인은 내가 개고기를 사러 온 줄 알고 자꾸만 골라 보라고 권한다. 개 우리 옆에는 개고기를 부위별로 잘라 놓고 진열도 해 놓았다.

식용 동물로는 개뿐만 아니고 닭, 염소, 오리 등 여러 종류인데 더운 날 한군데 몰아 놓은 우리에서는 참으로 역한 냄새가 진동한다. 죽을 때만 기다리고 있는 저들 앞에서 냄새 타령이나 하고 있는 내가 너무 사치스럽기도 하지만 이러한 환경을 과연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먼 옛날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온 이러한 현실을 나 혼자 어찌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저 개나 짐승들이 사람 정도의 사고력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만약 개와 사람의 처지가 바뀌었다면, 그리고 저 속에 사람들이 들어가 있다면? 하긴 아프리카 흑인들을 잡아가던 노예선도 있었으니..


식용견 가게들이 있는 골목을 벗어나 왼쪽으로 들어가니 애완견 코너가 나타난다. 여러 종류의 강아지들을 예쁘게 가꾸어 놓고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개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어떤 사람이 가격을 물어보니 12만 원을 달라고 한다. 더운 날씨에 어린 강아지들을 염려하여 얼음을 얼린 플라스틱병을 갖다 놓으니 강아지들은 열심히 핥아 댄다. 개 팔자라고 다 같은 개 팔자가 아니다.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식용견 코너 쪽을 지나가는데 어떤 가게 앞에서 한 아주머니가 개를 사려는지 흥정하고 있다. 아주머니가 원하는 개를 지명하자 주인은 줄을 가지고 우리 안으로 들어가서 올가미를 그 개 목에 건다. 그리고 밖으로 끌어내자 개는 안 나오려고 발버둥을 친다. 그렇지만 허구한 날 그 일만 하는 주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도리가 없다.

개를 이곳에서 직접 잡아주는지 가게 안으로 끌고 들어간다. 개는 네발로 죽어라하고 버티며 안 들어가려고 몸부림을 친다. 그런데 그런 과정 중에 개는 이상하게도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데 그것은 저승길 앞의 너무나 절박한 심정 때문일까?


주인은 기둥에다 개를 묶어 놓더니 쇠 막대기 같은 것을 가지고 온다. 그리고 그것을 개 머리에다 대고 손잡이 근처에 스위치 같은 것을 조작을 한다. 보아하니 전기 봉 같은데 그 봉을 대는 순간 개는 금방 머리를 떨구고는 꼼짝을 않는다. 그런 상태로 조금 더 있더니 개는 뒷다리를 파르르 떨다가 이윽고 멈추고 만다. 개는 그렇게 죽고 말았다.


나는 처음 주인이 긴 쇠막대기를 가지고 오길래 칼을 가지고 와서 목을 치려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은 전기봉이었다. 칼로 목을 치는 것 보다는 개로서는 고통을 덜 받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고 애써 좋은 방향으로 생각해 보지만 예상 못 한 현장을 목격하고 나서는 내심 충격을 받았다.


전에는 시장 뒤에 개 도살장이 따로 있었는데 사람들의 원성이 높아 지금은 없앴다고 한다.

죽은 개는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 원심력 통 속에 넣고 돌리면 털이 쏙 빠진다고 하니 참 할 말이 없다.

하긴 옛날에 개를 잡을 때는 목을 줄로 묶어서 나무에 매달아 놓고 몽둥이로 패서 죽였는데 그렇게 개를 잡는 것이 맛이 좋다고 하며 대단한 비법처럼 얘기하고 있는 우리 사람들의 잔인함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만약 사람이 개한테 물리기라도 하면 신문에 나고 그 개는 당장 요절을 내고야 마는 우리 사람들의 처사는 참으로 너무나 이기적이다. 지구의 환경이 파괴되어가는 것은 동물들 때문이 아니고 순전히 우리 사람들 때문에 그렇게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잔인하고 이기적이며 근시안적인 우리 사람들은 지금 스스로 멸망의 길을 가고 있다. 우리 인간이 앞으로 잘 살 수 있는 길은 인제 그만 욕심을 버리고 자연과 동물들과 더불어 같이 공존해야 하는 길뿐이다.


옆에서 동료가 죽어가는데도 전혀 미동도 안 하는 저 우리 안의 개들은 얼마 후엔 역시 똑같은 경우를 당하고 말 텐데….

아! 그러나저러나, 뒷다리를 파르르 떨던 개의 마지막 모습이 눈에서 자꾸만 어른거리고 있으니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