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15 (이글루스 게시 )
흙집팬션 공사현장
태풍 곰파스가 심술을 부리고 지나간 후 그 후유증으로 곳곳에서 그 뒤처리를 하느라고 남모르는 고생들을 하고 있다. 나 역시 아파트 내에 있는 나무들이 넘어지는 바람에 그것을 일으켜 세우는 작업을 하느라고 진땀을 흘렸다.
바람이 세기로 유명한 동막의 사정은 어떨까 궁금해서 벽강(홍식)과 통화를 해보니 그의 대답은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라고...
비가 왔으니 포장이 안된 흙바닥이 진창이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시설물이 엉망이 되면 그 주인은 고달파진다.. 자전거 타고 강화까지 갔다 오기는 조금 벅차고 버스를 몇 번씩 갈아타고 동막까지 가려니 성질 급한 사람은 지례 죽을 지경이다. 그러나 옛날에는 다 그렇게하고 다니지 않았던가? 시간이 하도 걸려 강화 터미날에서 점심식사를 해야만 했는데 식사를 마치고 나가니 1시간에 한대씩있는 버스가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간다.. 미리 버스 시간표를 확인했어야 했는데 몇 분 만에 차가 오는 편리한 도시 생활만 하다 보니 크나큰 실수를 했다.

속절없이 한 시간이나 기다린다 생각하니 시간 보낼일이 막막해 진다. 이럴 땐 마음을 비우는 것이 최선의 방법, 오고가는 버스 구경도 하고 옆에 있는 풍물시장도 기웃거려 보고 이제 막 익어가는 벼이삭도 바라보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 먼산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시간은 저절로 간다. 멀리 보이는 문수산이 슬슬 나를 유혹하는데 이제는 다리에 힘이 빠져 올라가기도 힘들 것 같다.
곰파스가 지나간 흔적이 이곳에도 남아있다. 올해도 벼농사는 풍년이라고 하는데 넘어진 벼를 일으켜 세울 인력도 없고 그냥 방치해 놓는 수밖에 없다.

마침내 도착한 동막 팬션건설 현장, 흙집의 모습이 이제는 제법 그럴사 한데 마지막 치장을 하고 나면 동막의 명물이 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낮은 산을 밀어서 넓은 터를 만든 뒤 또하나의 흙집을 짓고 있다. 기본적인 경관이 바뀌었다.

버섯모양의 지붕은고딕체의 딱딱한 건물과는 느낌이 다르다. 모난 세상보다는 둥근 세상이 살기가 났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왜 그렇게 모나게 살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곰파스가 지나간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다른 곳은 대강 정리가 되었지만 외진 곳은 미쳐 손이 가지 않아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건축 자재를 사다가 짓는 일반 건물과 달리 흙집은 기둥과 석가래등을 모두 직접 손으로 다듬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이홍식 같은 친구나 할 일이지 우리 같은 사람은 도저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문이라고 다 같은 문이 아니다. 꼿꼿한 기둥보다 얼마나 운치가 있는가?

내부 공사 현장. 흙벽돌을 쌓은 뒤 말리느라고 선풍기를 들어 놓았다.


끝 없는 행복이 이루어 지리라!!

이홍식 사장이 이 팬션을 짓기 위해 포크레인을 사가지고 직접 운전을 하며 건설 현장을 독려한다

맞닿은 처마 사이로 멀리 동막으로 들어오는 찻길의 모퉁이가 보인다.

메인 건물은 이층으로 되어 있고 이층의 다락방은 전망대 구실을 한다.

배열된 지붕의 기왓장은 이름다운 조형미를 나타내고 있다. 이 것을 모두 일일이 놓고 붙이고 하는 작업은 생각만 해도 질리는 일이다.

지붕 위의 산책로


다락방에서 바라본 해안의 풍경, 만조가 된 바다 모습과 갯벌의 모습으로 바뀌는 자연의 오묘한 현상은 우리를 감동시킨다.. 이곳에서 하룻밤 자고 나면 세상 이치를 전부 터득할 것 같다.

심상치 않은 천정의 모습

나는 이 나무의 나이테를 세어 보았다. 나보다는 조금 젊은것 같다. 결국 나도 나이가 많다는 얘긴가? 이 나이테의 모습은 손이 전혀 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양이다.


비뚫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이분이 이 흙집공사의 총책임자다. 넉넉한 모습, 둥글둥글한 모습, 이 직업이 아무래도 천직인 것 같다. 존경합니다.



우리나라에 흙집으로 지은 개집이 또 있을까? 바닥을 정리하고 자리를 깔은 뒤에 하늘이를 데리고 오니 똑똑한 하늘이는 한눈에 좋은 집인 것을 알아 보고 안으로 쑥 들어간다.
개 흙집 팬션 만세!!! 홍식이 부인과 아들이 땀 흘려 지었다고 하는데 하늘이가 말년에 복이 터졌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은 일이 생겨도 본인이 접수를 하지 못하면 말짱 헛일이다.
내가 기르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아 데려다 놓은 하늘이는 1년이 지나도 새 주인을 사귀지 못해 자기 몸에 손을 못대게 한다. 하늘아. 이제는 그 까칠한 성격 좀 고처라. 너 때문에 여러 사람 피곤한 거 알기나 하냐??

오래간만에 하늘이를 보니 몰골이 말이 아니다. 한여름 내내 목욕 한번 못한 탓인지 냄새가 말이 아니다. 아직도 하늘이 목욕은 아무나 못 시킨다고 한다. 물을. 틀어 놓고 샴푸를 묻혀 여러 번 털을 헹구고 나니 조금 났다.
저도 좋은지 목욕 후에 젖은 몸을 슬그머니 기댄다.
아! 하늘이 와의 끈질긴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구나 ㅠㅠ

'동막의 테라롯지 팬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화도 테라롯지에서의 하룻밤 (1) | 2023.09.16 |
---|---|
통나무 나르기 (0) | 2023.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