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01 (이글루스)
강화 동막에 있는 홍식이는 펜션을 짓기 위하여 산에 있는 나무들을 벌목한 뒤 뒷정리에 정신이 없다.
그런데 잘라놓은 참나무들은 화목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소재라 동네 사람들은 호시탐탐 하나라도 가지고 갈 수 없을까 하고 군침을 흘린다고 한다.
천용형은 지금 양평에 600여 평의 땅을 마련하고 전원주택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 홍식이가 잘라놓은 나무들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그런데 거리가 멀어 통나무를 운반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궁리하던 천용형은 이스타나 내 승합차를 이용하여 잘라놓은 통나무들을 운반하기로 계획을 세운 뒤에 나에게 내 차를 이용하자고 요청하는데 나는 아무래도 찜찜하다.
내차 이스타나는 등치는 크지만 짐차도 아니고 의자가 달린 9인승 승합차인데 이 무지막지한 통나무들을 내 분신같은 차에 때려 싣고 가자고 하니 어찌 마음이 편하겠는가?
그렇지만 거절 못하는 나는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웃으면서 하는 것이 생색이라도 나는 법이라고 생각하고 날자를 약속한뒤 차 안의 의자를 모두 뜯어내는 힘든 작업을 한 뒤에 아침 일찍 송정역에서 천용형을 태우고 강화로 달려갔다.
강화의 팬션공사장에 도착을 하니 홍식이가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마지한다. 즉시 통나무 싣기가 시작되었는데 천용형은 신이 났다.
그런데 막상 맨몸으로 시작한 통나무 상차는 쉬운 일이 아니다.
천용형이 힘들게 들고 가는 이 나무토막은 홍식이가 의자용으로 특별히 잘라 놓은 것들이라고 하는데 캠프화이어를 할 때 불타는 나무 주위에 놓고 앉으면 얼마나 폼나는 일인가 라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야무진 참나무들은 생각보다 무거워서 차에다 싣는 작업은 생각보다 힘이 든다.
천용형은 사방에 쌓여있는 나무들을 하나라도 더 가져가려고 애를 쓰는데 나는 나무를 싣자 그 무게에 가라앉는 차를 보면서 하나라도 덜 실으려고 은근히 신경을 쓰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눈치 없는 홍식이는 계속 나무를 차에다 올려놓고 있어 내가 계속 눈길을 주었지만 나는 쳐다도 안보고 아주 열심히 나무를 싣고 있다.
아이고 많이도 실었다. 통나무들의 태산 같은 무게가 나를 마구 짓누르는 느낌이 든다.
"이곳에 집을 지으면 일출과 일몰을 다 볼 수가 있고....."
힘든 작업을 하면서 잠시 쉬는 동안 홍식이는 신이 나서 설명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즐겁지만 나는 하나도 즐겁지가 않다.
좋은 나무 찾아 삼만리,
"천용형 이제 그만합시다"
잘라 놓은 나무들은 집게 달린 포클레인을 가지고 홍식이가 직접 운전을 해서 정리를 했다고 한다. 이제는 기계가 모든 일을 하는 바람에 옛날과 달리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 이 포클레인이 하는 작업을 사람이 하려면 몇 사람이 해야하는지 궁금해진다.
통나무를 차에 다 실었다고 일이 다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강화에서 청평 천용형의 전원주택까지 가서 짐을 내린 뒤에 다시 부평까지 되돌아가야 한다.
통나무들을 차에 실은 뒤 강화를 출발해 양평 천용형 전원주택 부지에 도착해 보니 오르막 길에 눈이 있어 차가 올라가지를 못한다. 입구에 차를 대 놓고 하차 작업을 하느라고 또 한 번 애를 먹었는데 홍식이가 없이 천용형과 둘이서 하차작업을 하느라고 또 한 번 진땀을 흘렸다.
천용형은 쉬지도 않고 일을 하는데 좋아서 하는 일은 힘도 안 드는가 보다.
힘들게 쌓아 놓은 이 나무들은 나중에 어떻게 여러 사람에게 기쁨을 줄 것인가? 천용형은 생각만 해도 흐뭇한지 참으로 즐겁게 일을 한다.
힘들게 하차 작업을 끝낸뒤에 나는 물 한 목음도 못 얻어먹고 다시 부평 집에까지 돌아가면서 심통이 나서 입이 댓 발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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