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중국에서 본 월드컵
남상태
2023. 5. 20. 08:32
2005.5
3년 전인 2002년 5월 31일은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린 날이다. 그 당시 월드컵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충격을 주었다. 16강만 올라가도 기적이라고 했는데 8강도 아닌 4강이라니……. 성적도 성적이지만 엄청난 인원이 모여 일사불란한 응원을 했던 붉은 악마의 모습은 지금도 경이로운 일이었다.
나는 솔직히 8강 이상 올라가면서 부터는 이제 그만 올라갔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가 그 뒷감당을 과연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이건 영화 제목이지 실제 상황에서는 영 괴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합을 볼 때에는 무조건 이겨야한다고 열을 올렸지만…….
터키와 준결승전 진출을 놓고 격돌을 하는 29일, 안타깝게도 그 하루 전날인 28일, 나는 여행팀과 같이 중국으로 출발을 하였다. 덕분에 중국에서 터키와의 경기를 볼 수는 있었지만.......
중국에서 우리나라의 게임을 보는 기분은 한국에서 보는 느낌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86년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아시안게임의 개막식 행사를 대만의 고궁박물관 앞 조그만 식당에서 혼자서 대만 사람들 틈에 끼어서 TV를 보면서 감격해 하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는데 이번에는 그 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그 때는 우리가 조금은 못사는 나라 취급을 받던 때라 “어때 이만하면 우리도 제법이지?” 라는 심정이었는데 월드컵 때는 “이만하면 우리나라도 세계의 강호들에게 절대 뒤질 이유가 없지? 라는 당당한 자긍심이 들었었다.
3위를 하던 4위를 하던 그것은 애초부터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월드컵의 4위, 과연 월드컵이 열리기전에는 상상이나 할 수 있었던 일인가?중국의 성도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상당히 먼 곳으로 느껴지는 곳이다. 그곳도 역시 월드컵의 열풍은 대단했었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중국 사람들의 반응과 우리에 대한 평가다.
젊은 조선족 가이드는 중국 사람들의 월드컵에 대한 느낌과 분위기를 솔직하게 말해 주었다. 중국 사람들은 월드컵을 보느라고 한 달 내내 정신없이 TV중계에 매달렸는데 막상 한국의 성적이 예상외로 올라가자 놀라는 한편, 분위기는 어느새 시기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심판의 편파판정 시비가 났을 때도 당사국인 이태리와 더불어 의외로 부정적인 반응을 강하게 보였다고 한다.
독일전 때 우리의 가이드는 친구들과 같이 식당에서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 하며 열광적으로 한국응원을 하고 있었는데 옆 좌석에 있던 중국청년들이 시비를 걸어와 큰 싸움이 될 뻔했다고 전한다.
중국에서는 그들의 대표 팀이 한국월드컵 대회에 참가하게 되자 응원단을 구성하기 위하여 전국 각 지역별로 선발전을 거친 뒤에 정예 팀을 엄선하여 상당기간 응원연습을 한 뒤 한국에 파견하였는데 우리 붉은 악마의 응원과 비교를 할 때 너무나 차이가 나서 창피하게 생각을 하였고 자기 팀의 성적 또한 단 1점도 얻지 못하는 졸전을 하자 그 화풀이를 잘나가는 한국에게 하는 것 같다는 설명을 한다.
그리고 자기 역시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응원을 할 수 있는지 참 신기한다는 의견과 더불어 이번 기회에 한국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고백을 한다.
전에는 한국과 중국이 축구 대전을 하면 솔직히 말해서 중국 팀을 응원했다는 이야기도 해 준다. 우리생각에는 조선족은 당연히 한국을 응원하리라 생각하지만 중국에서 태어나고 중국에서 살아야하는 그들에게는 한국은 단지 마음의 고향일 뿐이지 그들의 조국은 아닌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인다. 한국 사람들은 조선족들은 한국 민족이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을 위하여 무슨 일이던지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일제 강점기 때 자의반 타의반으로 눈물을 흘리며 조국을 떠나야만 했던 그들이 먼 훗날 다시 그들의 조국으로 돌아가고자 했을 때 그 들은 왜 불법체류자 취급을 받아야 하느냐라는 반문에 나는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이중국적 자들의 대부분은 우리나라의 최상류층 사람들이다. 외국을 마음대로 드나들며 양쪽나라의 특혜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내 친구의 아들도 해외동포 자녀에 대한 특혜로 일류대학을 들어가서 공부를 하고 졸업을 했다. 그런데 이들이 성년이 되어 군대를 갈 때가 되니 문제가 생긴 것이다.
“혜택은 받지만 의무는 하고 싶지 않다.” 그들의 말대로 한국군대는 자기의 자식을 보내기에는 너무나 불안한 곳이라고 한다면 남의 자식들은 보내도 괜찮다는 얘기인가?
한국에는 지금 그들의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기 위해서 국적을 포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출입국관리소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조건은 있다. 국적을 포기하여 군대는 가지 않지만 부모가 한국인기 때문에 한국인으로서의 특혜는 계속 달라는 얘기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편에서는 국적을 회복하고자 애를 써도 잘 안 되는 조선족등 해외 동포들이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현재 형편이 어렵고 우리보다 조금은 못사는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국으로 발전하려면 아직 한참 더 기다려야만 하는가? 감격에 겨웠던 3년 전의 월드컵 개최일이 다가오니 새삼 그때의 기억이 새로워 몇 자 적어본다.